[이데일리 하수정 기자] “올해는 유난히 정치테마가 활개 치네요. 아무리 대선정국을 앞두고 있다지만 정도가 심한 것 같습니다. 이것이 바로 시장의 질이 좋지 않은 약세장이라는 증거죠.”
중소형 종목만 10년 넘게 봐 온 증권사 스몰캡 담당 팀장의 말이다. 정치 테마가 극성이다. 대선주자로 꼽히는 박근혜, 손학규, 정몽준, 문재인 테마주에 이어 서울시장 출마설이 나온 안철수 테마주까지 후보 한 명당 수십개의 관련종목이 거론된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한-러 가스관 설치와 관련해서도 실현여부와는 관계없이 수혜주로 불리며 연일 상한가 행진을 벌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 `알고보면 모두 정치테마주?` 대선주자들 이어 안철수株 등장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서울시장 출마설 이후 안 원장 뿐 아니라 안철수연구소와 조금이라도 인연이 알려지면 바로 급등세를 타고 있다. 안철수연구소(053800)와 공동으로 보안사업을 진행하기로 한 클루넷(067130)은 2거래일 만에 30%상승했다.
KT뮤직(043610)은 안 원장과 함께 청춘콘서트를 진행하는 박경철 안동신세계병원장이 사외이사로 등재돼 있다는 것이 알려져 상한가에 올랐다.
이노셀도 안 원장 테마주로 분류되며 장중 순간 매수세가 몰리는 모습을 보였다. 정현진 이노셀 대표가 안 원장과 같은 서울대 의대 박사 과정을 거쳤다는 이유다.
증권업계는 안 원장 관련주 주가 흐름이 과거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나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 관련주가 대선 테마주로 확산될 때와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먼저 고등학교와 대학교 등 학연을 바탕으로 지인(知人) 관련주로 매수세가 쏠린 이후 정책 관련주로 확산되는 식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인적 관련주와 정책 관련주들을 모두 합치면 안 걸리는 종목이 없을 정도”라면서 “한 대선주자당 수 십개의 종목이 엮여 이유없는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 한-러 가스관 기대감에 춤추는 강관주 주가
정치적으로 민감한 한국과 러시아간 가스관 설치 기대감에 강관테마주들이 최근 급등행진을 보이고 있다. 하이스틸(071090)과 금강공업(014280), 스틸플라워(087220), 동양철관(008970)이 일제히 상한가를 기록했다. 하이스틸과 동양철관은 벌써 사흘째 상한가다.
지난달 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러시아를 방문하면서 북한을 통과하는 가스관에 대한 기대감이 살아나기 시작했고 이후 한국과 러시아 정상회담에서 가스관 연결안이 의제로 올라갈 것이라는 소식이 더해졌다.
대선주자인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가스관 추진에 긍정적인 발언을 한 것조차도 주가를 상승시키는 배경이 될 정도로 뉴스 하나 하나에 주가가 춤을 추고 있다.
김경중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북한과의 정치적 문제를 풀 수 있을지, 어느정도 시간이 걸릴지 아직 구체적으로 나온 것이 없기 때문에 기대감으로 주가가 움직이고 있는 것”이라며 “현재 러시아 규격에 맞게 납품할 수 있는 강관업체는 많지 않기 때문에 종목 선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묻지마 주가 급등의 쓰디쓴 뒤안길..최대주주 배만 불렸네
의류업체인 대현(016090)은 묻지마 정치테마의 이면을 그대로 보여준다.
신현균 대현 대표와 문재인 노무현 재단 이사장이 친분이 있다는 소문으로 1000원대에 불과했던 대현 주가가 지난 달 4000원대까지 급등했었다. 그러나 친분설의 근거로 제시됐던 문 이사장 사진 속 인물이 신 대표가 아닌 것으로 드러나면서 단숨에 1000원대로 회귀했다. 그 사이 신 대표는 15만주를 장내 매도했다.
박근혜 테마주로 묶이는 아가방컴퍼니(013990)의 경우 김욱 아가방컴퍼니 회장이 24만주를 신고가 부근인 1만6000원대에 처분했고 손석효 아가방컴퍼니 명예회장도 자신이 회장직을 맡고 있는 쿼즈라인에 증여했던 아가방컴퍼니의 주식을 총 200만주 매도했다.
김희성 한화증권 한화증권 미드-스몰캡 팀장은 “정치테마의 경우 두 가지 리스크가 있다”면서 “후보의 당선여부와 당선이후 정책 추진 여부가 모두 불확실 하다”고 지적했다. 김 팀장은 “펀더멘털이 무시된 정치테마주과 강관테마주들의 상한가 랠리는 거품으로 봐야한다”며 “거품이 꺼지면 주가는 제자리로 돌아올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