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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속 ‘작은 프랑스’ 서래마을

조선일보 기자I 2006.04.18 07:43:25

한적한 테라스 와인바에 프랑스인이 굽는 빵까지
최근 몽마르뜨공원 들어서

[조선일보 제공] 서울 서초구 반포4동 방배중학교 앞 일대 ‘서래마을’을 사람들은 전부터 ‘서울 속 작은 프랑스’라고 했다. 1985년 프랑스학교가 들어서면서 프랑스인이 모여 살기 시작, 현재 반포4동에만 560명은 산다는 게 서초구의 추정이다

서래마을은 우리에겐 와인바를 비롯해 이국(異國) 풍취를 느낄 수 있는 이색 명소 정도의 느낌이었다. 그런데 근래 들어 전문 와인바는 물론, 다양한 와인을 갖춘 프랑스식당과 이탈리아 식당들까지, 새롭게 문을 연 업소는 줄잡아 20곳에 육박한다. 최근에는 한·불 수교 120주년을 기념한 몽마르뜨 공원이 들어섰고, 갤러리도 문을 열었다. 프랑스 마을의 ‘업그레이드’인 셈이다.

◆야외 테라스를 갖춘 와인거리

서래마을에는 예쁜 야외 테라스를 갖춘 와인바나 카페·레스토랑이 많다. 카페 ‘파크 애비뉴’는 빨간 꽃과 원목 테이블·의자가 행인들의 시선을 잡는다. 요즘처럼 따사로운 날에는 포도주나 커피를 놓고 여유롭게 이야기 나누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뚜르뒤뱅’이나 ‘꼬뜨드담’같은 와인바는 물론이고 이탈리아식당 ‘톰볼라’ ‘토마지오’, 프랑스식당 ‘라트루바이’ ‘떼레메르’ 등은 주말이면 예약 없이는 식사할 수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몰린다. 회사원 유종필(31)씨는 “한껏 멋을 낸 청담동 와인바들과 달리 한적한 분위기 속에서 다양한 나라의 와인을 즐길 수 있어 좋다”고 했다.

‘비니위니’ ‘텐투텐’ 등 와인가게에 들어서면 꼼꼼하게 포도주를 고르는 애호가들을 만날 수 있다. 맛본 포도주의 특징을 수첩에 메모하거나 포도주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는 모습에서는 ‘학구열’까지 느껴진다. 서래마을 와인가게들은 ‘합리적 가격’을 중시하는 외국인들을 겨냥해 할인판매 행사도 자주 연다. ‘비니위니’의 경우 매주 금요일 오후 6시~9시 일부 와인을 20~30% 싸게 판다. 와인바 ‘맘마키키’ 정원경 사장은 “와인이 다양하고 분위기도 조용하다는 소문에 찾아오는 마니아들이 늘고 있다”고 했다.



◆몽마르뜨공원과 미술관 문 열어

서래마을만의 매력 포인트는 또 있다. 프랑스인 제빵사가 프랑스산 밀가루로 프랑스빵을 구워내는 제과점 ‘파리크라상’은 서래마을은 물론, 다른 곳에 사는 외국인 중에도 단골이 많다. 건강에 관심 많은 외국인이 주고객인 유기농전문점 ‘구텐모르겐’은 갖가지 허브와 알로에요구르트, 천연소재 세정 성분을 쓴 아기물티슈까지 다양한 구색을 자랑한다.

서래마을은 그 자체가 완만한 언덕에 들어섰다. ‘몽마르뜨 언덕’이라고도 부르는 이유다. 최근에 문을 연 ‘몽마르뜨공원’도 이 별명에서 이름을 따왔다. 6000평의 반포배수지 터에 만든 몽마르뜨공원은 이팝나무·산딸나무·수수꽃나무와 개나리·진달래 등 관목이 있다. 반포와 서초동 일대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전망이 시원하고, 오솔길 따라 놓인 벤치가 조용한 휴식공간을 마련해준다. ‘청룡어린이공원’과 사평로쪽 마을 초입에 있는 ‘은행나무공원’도 아담한 분위기의 가족공원. 작년 말에는 갤러리 ‘루브’(www.theluv.co.kr)가 문을 열고 전시와 문화강좌를 활발하게 이어가고 있다.

한윤재기자 yoonjae1@chosun.com
김국헌인턴기자=한림대 언론학과 4년 rnrgjs0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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