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은행들의 위기 - FEER

김홍기 기자I 2000.05.01 14:30:04
홍콩의 파 이스턴 이코노믹 리뷰지는 최근호에서 인터넷이 아시아의 정적인 은행 거래 관행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음은 그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HSBC는 온라인 은행을 만들기 위해 메릴린치와 1000만 달러 규모의 제휴를 맺었다. 싱가폴의 "오버시-차이니스" 은행은 독립된 인터텟 은행을 설립하였다. 은행업계에서 나오는 대부분의 뉴스들은 모두 온라인 은행의 설립과 서비스에 관한 내용들이다. 그러나 아시아의 온라인 은행 거래자수는 서구와 비교했을 때 미미하다. 게다가 현재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는 사람들도 온라인 은행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거래 관행의 변화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 추종자들은 인터넷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질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은행업계에서는 좀 더 기다리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방콕의 SG증권 부사장인 앤드류 스토즈는 태국의 예를 들고 있다. "진정한 e-business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3년 에서 5년 정도가 걸릴 것이다. 태국에서는 대부분의 거래들이 현금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수표로 이루어지는 사례도 드물다. 만약 사람들이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다고 해도 그것이 비즈니스를 온라인으로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인터내셔널 데이터(IDC)" 사는 작년 말, 일본을 제외하고 아시아에 약 2200만명의 인터넷 사용자가 있다고 말했다. 태국 같은 나라는 고작 70만 정도가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고, 한국에서 가장 좋은 온라인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는 국민은행의 경우에도 온라인 고객은 6만7000명 정도로 총 거래자 수의 2% 밖에 안 된다. 반대로 미국의 경우, 인터넷 인구는 1억명에 이르며 100만명 정도가 온라인 은행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IDC에 의하면 2년 전에는 1000개의 은행이 온라인 은행 서비스를 공급하고 있었는데, 오늘날에는 약 5000개에 이른다고 한다. 많은 전문가들은 인터넷 사용량이 앞으로 폭증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지만 그것이 온라인 뱅킹 서비스 분야에서도 그렇게 될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아시아인들은 수표나 신용카드의 사용도 꺼려하고 있다. 현금 거래와 눈에 보이는 은행이 안정감을 준다고 생각하며, 이런 정서의 변화는 시간이 꽤 오래 걸릴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아시아의 은행들이 온라인 서비스를 무시해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거래자들의 관념이 바뀔 수 있는 잠재성은 상존하며, 한때 아시아 은행의 힘이었던 거대한 지점망은 짐으로 변하게 될 지도 모른다. 인터넷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e-commerce 영역에서 이미 동적인 금융 거래를 가능하게 해주는 다른 맥락의 은행을 선보이고 있다. 홍콩의 "아시아 은행"은 9월 처음으로 온라인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로 10만 명의 온라인 거래자를 확보하였다. 현재 제공되고 있는 서비스는 주택 담보 금융, 개인 금융, 주식 거래 및 기본적인 은행 업무 등을 하고 있으며, 곧 보험과 뮤츄얼 펀드 판매도 할 예정이다. 그렇지만 온라인 서비스는 진입 장벽이 높은 비즈니스 모델이 아니다. 수요만 있다면 언제든지 서비스의 시작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먼저 시작한다는 것에 대한 이점이 있지만, 그로 인한 수입이 적을 수도 있다. 게다가 사람들은 거래 은행을 쉽게 바꾸지 않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은행업계에서는 “만약 지금 온라인 서비스를 시작하고 있지 않다면, 내일 해도 늦지 않다”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온라인 은행의 이점중 하나는 전통적인 지점망을 유지하는데 드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아시아의 은행들은 서구 은행들의 시장 잠식에 거대한 지점망을 방패로 삼고 있다. 예를 들면, ‘동아시아 은행’은 홍콩 전역에 106개의 지점을 갖고 있는데 반해 씨티은행은 17개 뿐이다. 그러나 인터넷 서비스가 더 발전하게 되면 지점들은 의미가 없어지게 된다. 즉 지점은 별로 없는 씨티은행이 강력한 온라인 서비스를 바탕으로 동아시아 은행보다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할 수 있다는 말이다. 더욱이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는 사람들은 교육 수준이 높고, 좋은 서비스에 대한 반응이 민감한 사람들이 대부분이 될 것이다. 홍콩 지부 ‘델로이트 & 투씨 컨설팅’의 필립 스트라우스는 “아시아 은행이 직면한 문제점은 고객의 이탈이 아니라, 주요 고객들이 좋은 은행을 고르는 작업을 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아시아 은행들은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지만 심한 압박을 받게 될 것이다.”라고 충고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의 지점망은 경비가 많이 든다. 고정 비용이 큰 것은 물론이고 은행원이 직접하는 작업이 온라인으로 하는 것보다 12배 정도의 경비가 더 들며, 월급, 사무 용품 및 지점 운영비도 막대하다. 그러나 온라인 거래는 이런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앞으로 은행이 완전한 가상의 공간이 된다면 이런 비용은 고객에 대한 높은 이자로 환원될 수 있을 것이다. 즉, 소비자들에게 얼마의 금리를 줄 것인가와 이윤 폭이 은행의 손익에 있어서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다. 영국의 프루덴셜 보험사는 ‘에그’라는 사이버 은행을 세우고 은행 금리를 높게 책정하여 약 1억1000만 달러의 예금액을 보유하게 되었다. 골드만 삭스의 발표에 따르면 "에그"는 1998년 설립된 후 첫 12달 동안 영국 신규 계좌의 22%를 점유했다. 아시아 은행들은 B2B나 e-commerce분야의 진입이 너무 늦은 것인지도 모른다. 이미 많은 컨설팅 그룹들이 이 분야가 현재는 1000억 달러에서 2000억 달러 규모이지만, 2-3년대 1조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모든 거래들은 온라인으로 돌 것이며 21세기의 시장은 컴퓨터 스크린과 마우스가 될 것이다.”라고 예상하고 있다. 요즘 포탈 사이트를 이용한 비즈니스가 늘어나고 있다. 은행들은 월드 와이드 웹의 회계원이 되기를 원한다. 만약 웹 상에서 거래가 이루어지면, 송금하는 버튼을 화면상에 만들어 주문자가 작성하게 만들고 그것이 이루어지면 전화로 그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다. 이미 ‘뱅크 오브 아메리카’는 포탈 사이트인 ariba.com과 제휴를 맺었으며, ABN암로는 bex.com과 제휴를 맺은 상태이다. 온라인 트레이드와 e-commerce를 주 업종으로 하고 있는 아시아의 회사들은 거대한 회사가 될 것이다. 그러나 웹상에서 그것을 결제하는 방법은 1000만 달러 규모의 컴퓨터 시스템을 보유하여 어디서나 거래가 가능한 대형 국제은행을 통해서만 될 것이다. 아시아에서는 ABM암로와 시티뱅크, HSBC은행이 될 것이다. 이들은 이미 아시아에서 은행 거래 분야를 장악하고 있다. * E-BANKING에 대한 부언 은행의 e-banking은 정도에 따라 3가지로 분류 할 수 있다. 소비자 온라인 뱅킹은 ATM을 이용한다든지 폰 뱅킹을 이용하는 것과 다른 것은 아니다. PC나 전화를 이용하여 계좌간 이체를 가능하게 하는 서비스는 은행의 입장에서는 수수료를 받아 수입을 다각화 시킬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이다. 인터넷 뱅킹은 인터넷 상에서 자신의 계좌를 조회할 수 있고 보험에 가입할 수도 있으며 뮤츄얼 펀드에 투자할 수도 있다. 이럴 때마다 은행은 수수료를 받을 수 있게 된다. B2B나 e-commerce의 경우에 은행은 스스로 거래에 뛰어들어 온라인으로 이루어진 거래 상품에 대한 결제를 촉진시킨다. 자금 이동에 대한 신용장, 계약서는 인터넷상에서 효력을 발휘하게 되고 그에 대한 수수료를 받는 것도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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