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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타냐후는 왜 매번 ‘서안지구 합병’ 카드를 꺼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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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지 기자I 2025.10.08 07:01:00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이스라엘이 서안지구를 합병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절대 그렇게 두지 않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에게 이처럼 말했다.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는 국제사회 움직임이 거세지자 이스라엘이 서안지구 합병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서안지구 합병은 허용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전쟁 중인 가자지구와는 다른 접근 방식을 취하겠다는 의미로, 이스라엘이 1967년 3차 중동전쟁을 통해 얻은 서안지구가 오늘날에도 여전히 뜨거운 사안임을 알 수 있다.

이스라엘 “서안지구, 조상들의 땅”

서안지구는 요르단강 서쪽(west)에 있는 언덕(bank)이란 뜻이다. 면적은 이스라엘 영토의 4분의 1 정도 되는 5640㎢로, 가자 지구 보다 15배 넓고 경기도 전체 면적의 절반 수준이다. 팔레스타인 임시 행정수도 역시 서안지구 북부 도시 라말라에 위치해 있다.

이스라엘 우익 인사들은 서안지구를 성경 속 ‘유다와 사마리아’로 부른다. 그만큼 서안지구는 지역적으로 유대인의 정체성과 맞물려 있다. 이에 이스라엘에선 극우 세력을 중심으로 서안에 대한 성경적·역사적 권리가 있다며 이스라엘 영토로 병합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사진=AFP)
“우리 조상들의 유산이다. 이곳은 우리 땅이다.”(2017년 서안지구 북부 정착지 50주년 행사), “우리는 인도에 온 영국이 아니고, 콩고의 벨기에인이 아니며, 서안지구는 조상들의 땅이다”(2011년 미국 의회 연설) 등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과거 유대인 정착촌과 서안 지구를 합병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지만 트럼프 대통령 집권 1기인 2020년 진행된 이른바 아브라함 협정을 통한 아랍에미리트(UAE) 및 바레인과의 관계 정상화 과정에서 이는 보류됐다.

또한 서안지구는 요르단과 접경해 이스라엘로서 군사적 방어선을 확보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이기도 하다.

국제법상 점령지, 국제사회는 정착존 반발

서안지구의 법적 지위에 대해선 국제사회와 유엔, 이스라엘의 주장이 엇갈린다. 국제사회와 유엔은 서안지구를 이스라엘이 1967년 3차 중동전쟁을 통해 점령했다고 보고 있다. 이스라엘은 서안지구가 분쟁 지역에 있어 국제법상 점령지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서안지구를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유대인 정착촌 합법성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 서안지구를 점령지로 본다면 이스라엘의 정착촌 건설은 2016년 안보리 결의 2334호(이스라엘 정착촌 불법 규정) 등을 근거로 국제법상 불법이다. 이를 분쟁지로 간주한다면 정착촌 건설은 정당화되며, 서안지구를 이스라엘로 합병하겠다는 이스라엘 극우 인사들의 발언에도 무게가 실린다.

그럼에도 이스라엘은 사실상 서안지구 대부분 지역에 대한 통제권을 쥐고 있다. 1993년 오슬로협정을 통해 서안지구를 A구역(전체 면적의 18%, 팔레스타인이 통제권과 행정권을 보유), B구역(22%, 이스라엘이 통제권, 팔레스타인이 행정권을 각각 보유)은, C구역(60%, 이스라엘이 통제권과 행정권을 보유)으로 나눴다. 유대인 정착촌은 주로 C지역에 몰려 있다.

이에 이스라엘이 실질적으로 서안지구를 통제하고 있음에도 합병을 주장하는 이유는 정치적·외교적 목적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는 ‘두 국가 해법’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분명한 의지 표명인 동시에 네타냐후 총리를 비롯한 우익 연정 내각으로서는 국제사회와의 협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지렛대이자 국내 정치적으로 보수 표심을 결집시키는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동안 네타냐후 총리 합병 발언을 통해 중동 국가들을 압박 효과를 노리는 한편 연정 내 강경 우파 세력의 지지를 확보했다. 결국 합병 주장은 단순한 영토 문제를 넘어 이스라엘 외교와 내정이 맞물린 다층적 카드로 기능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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