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의협)가 기어코 휴진에 나서기로 했다. 의협은 그제 전국의사대표자회의를 열어 오는 18일 전면 휴진하고 총궐기대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임현택 의협 회장은 ‘투쟁선포문’을 통해 “작금의 의료농단을 전 의료계 비상사태로 선포하며 의료 정상화를 위한 강력한 대정부 투쟁을 벌여나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에 맞서 정부는 어제 동네 병·의원을 운영하는 개원의에 대한 진료 명령·휴진 신고 명령을 내리고, 의협에 대해서는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의협의 전면 휴진 선언은 의료 현장 이탈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 철회 등 정부의 유화책에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한마디로 ‘닥치고’ 투쟁이다. 때문에 의사들 스스로 명분도 잃고 실익도 놓치는 결과를 빚을 가능성이 크다. 의사가 ‘선생님’으로 불리며 존경을 받는 것은 환자 곁을 떠나지 않을 때뿐이다. 그런데 의사들이 정부의 의료 정책에 반대한다는 이유만으로 환자 곁을 떠나겠다고 한다. 게다가 그 의료 정책은 부분적인 결함에도 불구, 대체로 대다수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국민 건강은 내팽개치고 집단이익만 추구하는 극단적 이기주의 행태”라고 비판했다.
가장 첨예한 쟁점인 의대 정원 증원도 내년에 한해 이미 확정된 상태다. 대학입시 일정상 정부가 혼란을 무릅쓰면서까지 내년도 의대 정원을 다시 수정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의협은 ‘원점 재논의’만을 앵무새처럼 되뇌고 있다. 전공의들에 대한 행정처분을 철회한 조치에 대해서는 ‘철회’가 아닌 ‘취소’로 소급 무효화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동안 전공의들의 이탈은 뒤따를 책임을 감수하겠다는 생각으로 한 행동이 아니었다는 말인가. 이런 이기주의를 정부가 오냐오냐하고 받아주어서는 안 된다.
의협의 전면 휴진이 18일 하루로 한정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 뒤에도 휴진을 이어갈지 여부에 대해서는 최안나 의협 대변인이 “정부 태도에 달렸다”고 말했다. 휴진이 이틀 이상으로 길어지면 환자들의 피해가 급속히 커질 것이다. 그 전에 정부와 의료계가 타협안을 도출하기 바란다. 정부는 의료개혁의 기본 틀, 의료계는 명분과 실리를 각각 지키는 선에서 막판 협상을 하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