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행 이전부터 알코올 관련 치료를 받아왔던 피고인은 양형부당을 주장했지만 법원은 오히려 피고인이 술을 마시면 폭력적인 범행에 이를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음주를 하고 범행을 저질렀다며 심신미약 감경을 적용할 여지가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살인·협박·폭행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 A씨에 대해 징역 19년을 선고한 원심을 수긍하고 상고를 기각했다고 5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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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재판 과정에서 “범행 당시 재발성 우울병장애, 알코올 사용에 의한 정신 및 행동장애로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 있었다”며 심신미약을 주장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CCTV에 따르면 A씨는 범행 직전 혼자 엘리베이터에 탑승해 피해자의 집 쪽으로 향했다”며 “피고인에 대한 정신감정을 실시한 국립법무병원 소속 감정의는 ‘범행 당시 사물을 분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은 충분했다고 추정됨’이라는 의견을 밝혔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이 실제로 이 사건 범행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당시에는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범행을 했음에도 이른바 ‘블랙아웃’ 증상으로 인해 사후적으로 기억해내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오래전부터 알코올 관련 치료를 받아왔고 주취 상태에서 범법행위로 여러차례 처벌받은 전력도 있으므로, 술을 마시면 폭력적인 범행에 이를 수 있다는 사정을 잘 알면서도 음주를 하고 범행에 이르렀다고 평가할 수 있다”며 “따라서 피고인에게는 심신미약에 관한 형법 제10조 제2항을 적용할 여지가 없다”고 판시했다.
우리 형법 제10조 제2항은 ‘심신장애로 인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같은 조 제3항에서 ‘위험의 발생을 예견하고 자의로 심신장애를 야기한 자의 행위에는 제2항의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정해놓았다.
1심은 살인 혐의에 대해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또 A씨에 대해 별도 기소된 협박·폭행·업무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1년6개월이 선고됐다.
2심에서는 이를 병합해 A씨에 대해 징역 19년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원심판단에 심신장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며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정상을 참작하더라도 원심이 피고인에 대해 징역 19년을 선고한 것이 심히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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