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당초 예상보다 물가 하락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고 보면서 올해 연간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2.5%로 한국은행(2.6%)보다 낮게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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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이데일리가 ‘1월 소비자물가동향’ 발표에 앞서 국내 증권사 7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1월 물가상승률은 전년동월대비 2.8%(중간값)로 집계됐다. 물가상승률은 2022년 7월(6.3%) 정점을 찍은 뒤 추세적으로 하락해 지난해 7월 2.3%까지 떨어졌다. 그러다 8월(3.4%) 반등한 뒤 9월(3.7%), 10월(3.8%) 내리 상승폭을 키우다 11월(3.3%)부터 상승세가 꺾여 12월(3.2%)까지 둔화 흐름이 이어졌다.
물가는 한 달 전보다는 0.4%(중간값) 올랐을 것으로 전망됐다. 국제유가가 안정됐지만, 농축수산물 가격과 원·달러 환율이 오르며 전월(0%)보다 높은 상승률을 보였을 것이란 평가다. 전년동월대비로 지난달보다 둔화할 것이란 예측은 국제유가 안정세에 더해 1년 전(5.0%) 물가상승률이 높았던 기저효과 영향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월보다 전방위적인 물가 압력이 높지 않다는 것이다.
국제유가는 홍해 사태 등 중동 분쟁에도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는 29일 기준 1월 평균 배럴당 78.52달러를 기록해 지난달(77.33달러) 대비 소폭 상승했다.
반면 농축수산물 가격은 명절을 앞두고 과일, 채소류를 중심으로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29일 기준 감귤은 한 달 전에 비해 평균 가격이 29.0% 상승했고, 토마토(24.5%), 상추(15.2%), 포도(12.9%), 바나나(9.8%) 등도 올랐다. 환율도 높다. 1월 평균 환율은 지난 29일 기준 1325.04원으로 지난달(1305.12원)보다 20원 가까이 올랐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위원은 “12월 생산자물가 상승률이 전월대비 0.1%를 기록하면서 석 달 만에 소폭 올랐고, 1월에는 농축수산물 가격이 올랐다”며 “원·달러 환율도 1300원을 웃돌며 수입물가 측면의 상승압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전년동월비 물가상승률의 안정세는 이어졌으나 완만한 수준에 그쳤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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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전문가는 올해 연간 기준 한은 전망치(2.6%)보다 낮은 수준의 물가상승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물가가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둔화해 이르면 3분기 중 물가 목표치(2.0%) 도달도 가능하다는 평가다. 몇몇 전문가는 하반기에 1%대 물가도 볼 수 있을 것으로도 전망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상반기는 좀 높고 하반기는 낮아지는 흐름을 보고 있다”며 “일시적으로 3~4월에 물가가 상승할 수 있겠지만, 내려가는 그림을 유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위원은 “지난해 11월 물가가 크게 둔화된 것이 물가 전망을 낮추는 쪽으로 작용했다”며 “한은 전망치도 하향 조정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한은은 내달 22일 수정경제전망에서 연간 물가상승률을 새롭게 제시할 예정이다.
한은은 아직 물가 전망 수정을 시사하지 않았다. 최근엔 오히려 경계감을 높였다. 한은은 지난 17일 블로그를 통해 물가상승률이 당분간 3% 내외에서 등락하다가 점차 낮아져 연간 전체로 2.6%에 부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29일에는 보고서를 통해 물가 안정기 진입과 관련한 마지막 단계인 ‘라스트 마일’(Last mile) 리스크는 남아 있다고 경고했다. 라스트 마일은 물가 상승이 재개될 위험이 있지만 기저효과로 물가상승률이 안정된 상황을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