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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수능 수학, 공통 과목으로 족하다

신하영 기자I 2023.10.30 06:01:00
진동섭 한국진로진학정보원 이사·전 서울대 입학사정관


[진동섭 한국진로진학정보원 이사·전 서울대 입학사정관] 교육부는 202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에서 수학 과목 중 공통에 포함되지 않은 미적분Ⅱ와 기하 과목을 ‘심화 수학’이라는 이름을 붙여 5교시 선택과목의 하나로 제시하는 안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시간에는 제2외국어와 한문 등 9과목 중 한 과목을 선택해서 응시했었는데 여기에 심화 수학을 포함하는 방안이다.

심화 수학 신설 방안을 찬성하는 쪽에선 미적분Ⅱ와 기하를 수능 과목에 넣지 않으면 학생들이 수학을 깊이 있게 공부하지 않아 이공계 인재의 학력 저하가 우려된다고 주장한다. 반면 수능에서 수학 교과가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커지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 수학뿐 아니라 과학도 심화 시험을 봐야 공평하다는 주장 등 다양한 반대론이 있다.

수능이 도입되던 1994학년도에 수학은 수리탐구(Ⅰ)이라는 이름으로 문항당 2점, 20문항을 출제했다. 이후 학생들이 이과 수학을 소홀히 해 학력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수능 과목에 포함되지 않은 과목은 공부를 안 한다는 말은 당시만 해도 호소력이 있었다. 그 결과로 수능 초기 여러 번 제기됐던 ‘수능 수학을 문·이과 공통 범위로 하자’는 제안은 무산됐다.

그런데 지금은 당시에 없던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평가가 있다. 대학은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수능에 없는 미적분Ⅱ·기하를 고교에서 학습했는지를 평가할 수 있다. 학생부교과전형에서도 몇몇 대학은 정성평가인 교과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2023학년도 대입에서 교과 평가를 했던 모 대학에서는 수학교육과를 지원한 학생이 수학 이수 단위가 너무 적어 내신 등급은 좋았지만 불합격한 사례도 있다. 논술을 보는 대학에서는 현재도 2022 개정 교육과정의 미적분Ⅱ와 기하 수준까지를 시험 범위로 정하고 있다. 이런 평가방식으로 수시에서 60%를 선발한다. 수능 위주 전형인 정시에서도 서울대는 교과 평가를 하고 있다. 이처럼 미적분Ⅱ·기하 과목을 수능에 포함하지 않아도 대학들은 학생부 교과 평가 등을 통해 해당 학생이 미적분Ⅱ·기하를 정상적으로 학습했는지 확인할 것이다. 학생들은 희망하는 대학이 미적분·기하 학습 여부를 입시에 반영할 경우 고교에서 이를 충실히 이수할 것이다. 이렇게 보면 학생들이 미적분Ⅱ·기하 과목을 수능 과목이 아니라고 외면할 것이라는 주장은 기우에 불과하다.

더 중요한 문제는 수능 문제 풀이만을 위한 수학 공부가 학생의 학습 흥미를 꺾는다는 점이다. 현실과 동떨어진 문제 풀이 중심 공부로 학생들은 동기마저 잃고 마는 것이 현실이다. 이렇게 흥미가 꺾인 수학 교육을 살리고 학생의 흥미를 돋우기 위해서라도 수능은 최소한의 영역을 측정해야 한다. 수학적 역량이 필요한 시대에 학교 수학 교육이 ‘수포자’를 양산하는 방식이라면 교육을 통해 모든 학생을 역량 갖춘 사람으로 양성하자는 주장은 허구에 불과하다.

물론 수능에서 수학 과목의 범위가 줄어 변별력이 떨어질 것이며, 따라서 위계가 높은 과목 시험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시험은 아직 출제되지 않았고 현재 공통부분만으로도 충분히 변별이 가능한 문제를 낼 수 있으니 아직은 기다려야 할 일이다.

더 큰 문제는 수능 심화 수학에서 1등급을 받는 학생들은 수학보다는 과학과 인문학이 더 필요한 의약계열로 진학하지 않을까 하는 문제이다. 그렇다면 심화 수학을 시험으로 제시해 공부하도록 유도하는 것보다는 수학 학습의 동기 부여가 잘 되도록 지원하는 방식이 더 수학 학습에는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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