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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히 팔 힘으로 휠체어 바퀴를 미는 일은 고통이었다. 팔에 힘을 주고 바퀴를 아무리 돌려도 나아가는 거리는 턱없이 짧았다. 약 13㎏에 달하는 휠체어는 평소 운동을 게을리한 팔에는 버거웠다. 두 발로 가뿐했던 경사로는 두 바퀴엔 ‘천리길’이었다. 의지할 데라곤 두 손뿐인데 내려갈 때 바퀴는 너무 빠르게 굴렀고, 오를 때는 안간힘을 써 오를 수 있었다. 움직임을 스스로 통제할 수 없다는 무력감이 엄습했다.
평소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보면서 오르곤 했던 지하철역 에스컬레이터도 탈 수 없었다. 대신 엘리베이터로 개찰구 앞에 도착하는 데 걸린 시간은 10여분. 뛰면 3분이면 가능하던 것이 평소의 3배가 걸렸다. 휠체어가 통과할 수 있는 넓은 개찰구 앞에서 교통카드를 꺼내기 위해 잠시 멈춘 사이 출근길 인파가 앞을 가로질렀다. 서울시의 326개 지하철역 중 21개역은 아직 엘리베이터가 없다. 교통 약자가 스스로 지하철 탑승이 가능한 ‘1역사 1동선’은 어떤 역에서는 불가능한 셈이다. 출근길 혼잡한 전동차 내에선 자리를 많이 차지하는 휠체어를 힐끔거리는 눈빛도 느껴졌다. 전동차와 승강장 간격은 두 바퀴엔 낭떠러지 같았는데 “출입문이 닫힙니다”라는 안내 방송을 들을 때마다 마음은 급해졌다. 결국, 환승을 위해 내리다가 승강장 사이 바퀴가 빠질 뻔해 주변의 도움으로 겨우 빠져나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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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퉁불퉁한 보도블록과 아스팔트를 구르다가 경찰서 내 매끈한 바닥이 그렇게 고마울 수 없었다. 그것도 잠시 점심시간에 휠체어로는 올라갈 수조차 없는 2층 식당, 휠체어가 지나가기엔 좁은 카페 입구 등을 마주할 때면 다시 마음엔 좌절감이 자랐다.
지난 18일 오전 서울에는 비가 내렸다. ‘휠체어 초보’를 위해 출근길 내내 도우미 한 명과 함께 한 덕분에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고, 비를 맞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러나 매일 출근길이 전전긍긍한 ‘혼자만의 싸움’이라면 어떨까. 하루가 지났지만 팔에 남아 있는 근육통이 그 증거였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후천적 질환이나 사고로 장애를 얻는 비율은 80%에 달한다. ‘나에게도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공감은 이해의 폭을 넓혀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