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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설적으로 한국은 이 사고가 한국 내 25기의 원전의 안전성을 한층 더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 한국 정부와 원전 운영 공기업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후쿠시마 사고 직후 그 핵심 원인이 됐던 해일에 대한 방비를 강화하는 등 총 56개의 후속 조치를 찾아 기존 원전 설비에 대한 개선에 나섰다. 현재 이중 54개 조치는 완료된 상태다. 이 과정에서 1만년 빈도의 최악의 지진·해일·강우·강풍 자연재해를 가정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수행했다.
◇2~3중 안전장치 마련…“안전성 계속 개선”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한국 원전에 ‘스트레스 테스트’ 역할을 했다. 후쿠시마 원전은 규모 9.0의 지진에도 버텨냈다. 지진과 함께 자동으로 가동을 멈추는 등 비상 상황에 정상 대응했다. 그러나 그 직후 밀려온 해일(쓰나미)로 원전 부지가 잠겨 전원이 끊긴 것은 물론 지하에 있던 비상 발전기까지 침수했다. 이 탓에 노심을 식히기 위한 냉각수 공급이 멈춰 섰다. 원자로는 고열이 나오기 때문에 이를 식혀주는 냉각재 공급이 필수다. 후쿠시마 원전은 여기에 실패하면서 노심 온도가 1200도까지 치솟으며 녹아내렸고, 물과의 산화 반응으로 나온 수소 가스가 폭발하며 방사능이 유출한 것이다.
한수원은 이에 상대적으로 지대가 낮은 고리원자력본부 해안 방벽을 7.5m에서 10m로 증축했다. 또 비상 발전기 등 안전 설비가 있는 건물에는 별도의 방수문을 설치했다. 여기에 이동형 비상 발전기를 고지대에 갖춰 놓고 있다가 기존 시스템 이상 시 투입해 전원을 공급할 수 있는 체계도 마련했다. 그럼에도 전원 공급이 끊기는 최악의 상황이 되더라도 수소 가스가 폭발하는 일을 막기 위해 전기 없이 노심 내 수소를 제거하는 피동형 수소제거설비도 설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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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은 이 같은 보강을 통해 후쿠시마 사고의 국내 발생을 원천 차단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한국은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진 발생 빈도나 강도가 낮음에도 일본 수준의 내진 설계를 갖췄고, 어떤 상황에도 전기 공급이 끊겨 노심 냉각에 실패할 가능성을 줄였다는 것이다.
원전의 사고 종합 대응체계인 사고관리 계획서와 그에 대한 현장 직원 훈련도 진행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은 운영사인 일본 도쿄전력이 수소가스 폭발에 앞서 바닷물을 투입했다면 방사능 유출이란 최악의 상황은 막을 수 있었다. 그러나 바닷물 투입 시 더는 원전을 쓸 수 없다는 이유로 의사결정이 지연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수원 관계자는 “한국은 지난 50년간 원전을 운영하며 지금까지 단 한 건의 사고도 내지 않았으나 이에 자만 않고 후쿠시마는 물론 미국 스리마일 섬과 체르노빌 같은 원전 사고를 반면교사 삼아 우리 원전의 안전성을 높여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낮아진 수용성 과제 남겨…“신뢰 높일 것”
다만,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더 커진 원전 안전성 우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등 관련 시설에 대한 수용성 문제는 과제로 남아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아직도 수습이 진행 중이며,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을 식히기 위해 사용한 바닷물을 배출키로 한 데 대한 한국 국민의 우려는 여전히 크다.
한수원이 고리 원전의 방벽을 10m까지 높였으나 감사원은 지난 2018년 100년에 한 번꼴로 올 기록적인 태풍 땐 해일이 최대 17m에 이를 수 있다며 방벽을 더 높일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국내 원전 규제 당국인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이후 태풍 최고 해수위를 10m보다 낮은 8.9m로 예측했으나 최근 태풍 추이를 보면 파고 자체가 10m를 넘는 경우는 최근에도 빈번한 상황이다. 해일이 아닌 파고만으로 원전이 침수하는 것은 아니지만, 원전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안전을 담보해야 하는 만큼 방심은 금물이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한수원은 막중한 사명감으로 아주 작은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원전 안전 확보 노력을 이어가는 중”이라며 “철저한 설비 점검과 분석으로 기술적 안전을 넘어 국민이 안심할 수준까지 원전의 안전·신뢰성을 끌어올리려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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