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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감에 오르던 반도체株, '주가 브레이크'

김인경 기자I 2023.02.23 06:00:46

삼성전자, 1.61% 하락…외인 3일째 ''팔자''
SK하이닉스도 12거래일 만에 9만원선 붕괴
美 금리인상 부각에 AI 기대감 ''투자 복귀설''
"업황 회복하려면 설비 감산·투자 축소 필수"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쑥쑥 오르던 반도체주의 주가가 미국의 금리인상 우려와 감산 취소 우려 속에 브레이크를 밟고 있다. 반도체 업황이 올 2분기를 바닥으로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지만, 이에 따른 과도한 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목소리다. 특히 챗GPT에 대한 기대로 인공지능(AI) 관련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증가할 것이란 기대는 시장 현실과는 괴리가 있다는 평가다.

◇반도체 사들이던 외국인, 3일째 삼성전자 ‘팔자’

22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삼성전자(005930)는 전 거래일보다 1000원(1.61%) 내린 6만1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2거래일 연속 하락세로 삼성전자가 6만1000원대로 내려온 것은 지난 7일 이후 11거래일 만이다. 특히 외국인이 3거래일 연속 ‘팔자’에 나서며 이날도 삼성전자를 142억원 어치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7일부터 17일까지 9거래일 연속 삼성전자(005930)를 사들이다가 20일부터 방향을 선회해 ‘팔자’에 나섰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3위 SK하이닉스(000660) 역시 이날 전 거래일보다 2100원(2.30%) 내리며 8만9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6일 이후 12거래일만에 9만원선이 깨지며 8만원대로 추락했다.

반도체주가 약세를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미국의 금리인상 압력 탓이다.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는 연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가 금리인상을 멈출 것이란 기대감으로 강세를 보인 바 있다. 실제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는 1월부터 전날(2월 21일)까지 각각 12.30%, 21.60%씩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의 상승률 9.95%보다 가파른 속도다. 반도체 업종은 가파른 금리인상 속도와 소비침체 우려 속에 수요가 줄어들며 재고가 남아 실적 악화와 주가 추락을 겪었던 만큼, 미국의 긴축 속도가 잦아들면 회복세를 보일 것이란 기대감 탓이었다.

하지만 미국의 물가가 여전히 잡히지 않는다는 각종 지표 탓에 긴축 공포는 다시 현실화하고 있다. 간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 마감 시점 연준이 3월 회의에서 금리를 25bp(1bp=0.01%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은 76%, 50bp 올릴 가능성은 24%로 보고 있다. 인상 자체는 이미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AI 기대에 투자 기조 복귀론도…‘감산은 필수’

기대감으로 오르던 반도체주는 현실과 기대가 점점 달라지자 상승동력을 잃고 있다. 이미 ‘실적’이라는 현실도 좋지 않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가는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83.20% 줄어든 2조3727억원 수준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나마도 최근 한 달 사이 40.65% 쪼그라든 눈높이라 1분기가 끝날 3월 말이 되면 전망치는 더욱 하락할 수 있다.

SK하이닉스의 1분기 실적 전망도 전년 대비 적자로 전환해 2조6681억원 손실을 낼 것으로 보인다. 한 달 전만 해도 1분기 손실 전망치는 1조7882억원 수준이었지만 점점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게다가 낙관론의 핵심인 ‘2분기 실적 바닥론’에 대한 의구심도 나오고 있다. 증권업계는 올해 상반기까지 실적이 좋지 않더라도 반도체 재고를 점차 소진하는 과정인 만큼 3분기부터 개선세가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을 편 바 있다.

하지만 반도체 업황이 개선되려면 지금 쌓인 재고를 소진해야 한다. 이에 글로벌 반도체 업계는 지난해부터 생산설비를 줄이는 인위적 감산이나 설비라인 효율화 등을 통한 자연적 감산 등의 정책을 제시해 왔다. 하지만 최근 이상기류가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 등에서 투자 축소 및 감산 규모를 줄이고 적극적인 투자 기조로 복귀를 시도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이는 글로벌 경기 침체가능성 완화, 주가 일부 회복, 챗 GPT 등 AI 수요 증가 가능성 등에 기반한 내부 전략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재고문제가 상반기 마무리되려면 반도체 업체들이 기존에 계획한 투자들을 최소 전년보다 50% 줄이고, 총 생산설비의 30% 수준을 감산해야 가능하다는 게 시장의 전망이다. 특히 AI 관련 반도체 수요는 전체 서버 디램(DRAM)의 5% 수준에 불과한데, 초기 시장 선점에 대한 의욕과 AI 시장에 대한 과도한 낙관은 오히려 업황 개선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도현우 연구원은 “내부 판단으로 투자 축소 및 감산 규모를 줄일 경우, 올해 디램 공급이 오히려 작년보다 12% 증가하게 된다”면서 “전략 변경 가능성은 주가 반등에 리스크이며 최소 기존계획 수준 이상의 투자 축소 및 감산 시행이 업황 회복에 필수”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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