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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경기 더 어렵다".. 기업들, '긴축·생존' 비상플랜 세운다

함정선 기자I 2022.10.28 06:33:49

3분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기업 실적 악화
기업들, 내년 사업계획에 긴축 등 비상경영 담을 예정
SK, 계열사별 시나리오 짜고 LG, ''워룸'' 만드는 등 대응
포스코, 재무 중심 비상체제…한화·현대重도 위기 전략 세워

[이데일리 함정선 이준기 박민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의 올해 3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를 크게 밑돌며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특히 내년에는 금리 인상 영향이 나타나고 수요 위축도 더 심화할 것으로 예상되며 4분기는 물론 내년 상반기까지 실적 부진이 이어지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27일 열린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국제기구들의 세계 성장 전망, 교역 하락세 전망에서 보듯 상당기간 어려움 지속하고 특히 올해보다 내년이 더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에 그간 위기 대응을 준비하는 수준에 머물렀던 기업들도 본격적인 ‘비상플랜’을 세우고 나섰다. 재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기업들은 이달과 내달 내년 사업계획을 구체화하며 긴축과 투자축소 등 생존을 위한 비상전략을 담을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한 관계자는 “대부분 기업이 11월이면 내년 사업계획을 구체화하는데 다들 고민이 많다”며 “올해까지는 위기라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상황이었다면 내년 사업계획에는 비상 상황에 어떻게 대처할지가 담길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SK, 시나리오별 전략 구상…LG, ‘워룸’ 운영 등 위기 대응

최근 CEO세미나를 통해 경기침체와 금리, 환율 등 거시경제 환경을 점검한 SK그룹은 현재 계열사별로 내년을 대비할 전략을 짜고 있다. 최태원 회장이 “지정학적 긴장 등 거시 환경 위기가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며 각 계열사에 연말까지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하라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SK하이닉스는 내년 투자 규모를 올해보다 50% 이상 줄이고 일부 제품의 생산량도 줄이겠다는 경영계획을 내놓았다. 3분기 영업이익이 반토막 나는 등 실적이 악화하고 반도체 경기가 크게 위축하리라는 예상을 고려한 결단이다. 이에 따라 SK그룹의 다른 계열사들도 투자를 보류하거나 감산을 결정하는 사업계획을 잇따라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1% 감소하는 등 수요 감소 타격을 그대로 입은 삼성전자는 반도체 생산과 관련 감산 등이 없다고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위기 대응책을 고심 중인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인위적 감산 계획은 없다”(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고 원칙적 입장을 거듭 밝혔지만 시장에선 ‘인위적’이라는 표현에 방점을 찍는 분위기다. 웨이퍼 투입을 줄여 생산량을 조절하는 등 ‘자연 감산’을 먼저 유도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LG전자는 각 사업부서와 본사 조직 일부를 뽑아 11월부터 ‘워룸(War-Room)’을 운영하기로 했다. 글로벌 경영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직이라는 설명이다.

LG그룹은 LG디스플레이가 3분기 영업손실 7593억원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하고 LG전자도 TV 등 가전 수요 급감으로 저조한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며 위기를 극복할 전략이 시급한 상황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에 따라 이달 25일부터 한 달 동안 진행되고 있는 각 계열사의 ‘사업보고회’에서도 내년 경영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 주가 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포스코, 비상체제 유지하며 ‘재무’ 강화…한화도 재무 중심 사업 계획 구상

지난 7월 이미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포스코도 감산 등으로 비상경영 고삐를 죌 전망이다. 태풍 ‘힌남노’ 피해에 수요위축에 따른 판매 감소까지 더하며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71% 감소했고 내년까지 철강업 불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재고손실도 1800억원대에 이르다 보니 감산에 돌입할 가능성도 크다.

특히 포스코는 주요 계열사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이 주기적으로 대책회의를 진행하며 재무 흐름을 점검하고 있다. 수익성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이차전지(배터리) 소재 사업에서 리튬 염호 상용화 등 투자를 지속해야하는 상황이나 최대한 차입금을 늘리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포스코홀딩스는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말 4조원가량의 현금을 보유할 전망으로 내년 투자비를 여기서 충당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금이 추가 소요되더라도 교환사채 등을 발행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반기부터 주기적으로 사장단 회의를 열어 경영상황을 점검하고 있는 한화그룹도 내달 비상경영이 포함된 내년도 사업계획을 내놓을 전망이다.

한화그룹은 각 계열사가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공급망, 금리 상승 등 글로벌 경영 환경에 밀접한 영향을 받고 있는 만큼 사장단에 그간 선제적인 대응을 하기 위해 수시로 ‘비상계획’을 수립할 것을 요구해왔다. 한화그룹은 특히 2조원 규모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앞두고 있고 최근 한화솔루션이 레고랜드 사태 여파로 회사채 발행에서 ‘AA’급 신용등급에도 미매각을 겪은 만큼 재무 관리에 대한 비상전략을 더 철저히 세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외에도 현대중공업그룹도 계열사 사장단 회의를 개최하며 계열사별로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 대응책을 세우도록 하고 있고 현대제철은 경기침체와 수요위축에 대비해 차입금을 줄이는 방향으로 경영 기조를 유지해나가기로 했다.

주요 대기업들이 이처럼 본격적인 비상경영 계획을 세우기 시작하며 당분간 기업들의 투자가 위축되고 자금 경색에 따른 투자시장 위축 등 우려도 잇따르고 있다. 이에 정부는 반도체와 배터리 등 미래 산업을 중심으로 기업들의 투자 흐름이 끊이지 않도록 재정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문가들 역시 기업 입장에서 생존을 위해 비상 체제에 돌입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선택과 집중을 위한 투자 등이 진행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경기 침체 초기 단계로 내년도 전망도 그리 밝지 않고 미·중 패권 갈등으로 인한 국제 정세 이슈도 금방 끝나지 않을 수 있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생존 자체가 중요한 상황이며 충분한 기술 역량과 재무적 여력을 확보한 기업은 기존 역량이 확보된 산업을 중심으로 투자를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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