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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첫 보수교육감 "혁신학교 양적팽창 중단"[만났습니다]

신하영 기자I 2022.09.15 06:00:00

전국 혁신학교 2700여 곳 중 절반이 경기도에 편중
''혁신학교 메카''로 불렸지만 임교육감 취임 후 제동
"실적위주 양적팽창에 급급, 평가 통해 점검할 것"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사진=김태형 기자)
[이데일리 신하영·정재훈 기자]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지난 6월 1일 치러진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보수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다. 경기도는 2007년 교육감직선제 도입 이후 김상곤·이재정 등 진보교육감이 연이어 당선된 곳으로 보수 후보의 당선은 임 교육감이 처음이다.

진보 교육의 상징인 혁신학교도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시작돼 전국으로 확산됐다.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기준 전국의 혁신학교 수는 총 2746개교로 이 중 50.7%(1393개교)가 경기도에 몰려있다. 경기도만 놓고 보면 도내 초중고 2455개교 중 혁신학교가 57%를 차지한다. 경기도가 그간 ‘혁신학교의 메카’로 불렸던 이유이다.

임 교육감의 취임으로 혁신학교의 메카로 불렸던 경기도 교육에 많은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임 교육감은 “혁신학교는 학생 개인의 잠재력을 창의적 교육활동 등을 통해 키우기 위한 학교로 초기에는 학부모들로부터 환영을 받았다”면서도 “이런 취지를 잘 살렸다면 좋았겠지만 실적 위주의 사업이 됐고 결국에는 혁신학교 지정이 최종 목표가 됐다”고 지적했다. 혁신학교만의 개성을 살리지 않고, 혁신학교 수만 늘리는 데 급급했다는 비판이다.

실제로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이 2009년 혁신학교를 처음 도입할 때만 해도 학부모들의 호응을 얻었다. 입시 위주의 교육에서 탈피, 전인교육과 창의적 학습을 표방한 덕분이다. 하지만 학력 저하 문제가 불거지고 혁신학교만의 개성을 잃으면서 학부모들로부터 기피 대상이 됐다. 2016년 교육부 고교 학업성취도 평가 자료에 따르면 혁신학교의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은 11.9%로 전체 고교 평균(4.5%)에 비해 2배 이상 높았다.

특히 교육계 고위 인사 자녀 대부분이 혁신학교가 아닌 자사고·특목고에 재학 중이란 통계가 공개되면서 혁신학교에 대한 반감은 더 커졌다. 전희경 국민의힘 의원이 2019년 당시 문재인 정부 고위 인사 자녀들의 출신학교를 전수 조사한 결과 18명의 장관 중 12명(66.7%)은 자녀를 해외 유학 보내거나 자사고·외고·강남지역 고교에 입학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혁신학교 도입 당사자인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마저도 자녀 3명을 모두 강남 소재 초중고교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임 교육감은 “학생들이 갖춰야 할 기초·기본학력을 소홀히 해 혁신학교에 보내면 아이를 망칠 수 있다는 부정적 인식을 확산시켰다”며 “이 정도 됐으면 혁신학교 정책을 처음부터 다시 검점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않아 상황을 악화시겼다”고 지적했다.

임 교육감은 올해부터 당장 혁신학교 신규 지정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혁신학교는 새로 지정하지 않을 것이며 그간의 혁신학교에 대한 성과를 평가, 보완할 방법을 찾겠다”며 “혁신학교에 대한 평가과정에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가 참여해도 좋다”고 했다.

최근 경기도교육청의 ‘9시 등교 자율화’ 조치에 대해선 억울함을 나타냈다. 임 교육감이 7월 1일 취임 후 첫 시행한 ‘1호 공문’으로 9시 등교 자율화 지침을 내렸다고 보도됐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란 것. 임 교육감은 “9시 등교제에 대해선 등교시간조차 교육청이 점검하고 보고받지 말라는 의미로 얘기했는데 이를 공문으로 시행한 것은 실무진의 실수”라며 “교육청은 학교별로 등교시간을 어떻게 정하든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의 9시 등교제는 진보 성향의 이재정 전 경기교육감이 ‘학생들의 수면권 보장’을 취지로 2014년부터 시행한 제도다. 임 교육감은 학교별 자율성을 보장한다는 취지에서 학생·학부모·교사 의견을 종합, 등교 시간을 정하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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