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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참 괜찮데이…'박심' 유영하가 돼야지예"[르포]

김보겸 기자I 2022.04.12 06:15:00

"洪, 용감해서 맘에 들어" vs "철새같은 양반"
'박심' 유영하도 변수…"만만치 않을 것"
청년층 이탈에 골머리…대구 현안은 '경제'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31일 대구 수성못 이상화 시비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대구시장 출마를 밝히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대구=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50여일 남은 대구시장 선거. 유력 대선 주자였던 홍준표 의원이 무난한 승리를 거둘까,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를 업은 유영하 변호사가 뒷심을 발휘할까. `보수의 성지` 대구가 지방선거 열기로 뜨거워지고 있다. 인지도 높은 홍 의원이 출사표를 던졌고 박 전 대통령은 유 변호사를 향해 공개 지지 선언을 했다. 김재원 전 최고위원 등 당 중진들까지 참전했다. 국민의힘 내에서만 8명의 경선 주자가 뛰고 있다.

지난 9일 대구시와 달성군 박 전 대통령 사저를 찾았을 때 대구시민들도 이번 시장 선거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홍 의원 지지자가 대체로 많았지만 유 변호사에 대한 관심 또한 만만치 않았다.

◇경력 화려한 홍준표, 1강 체제?

낮 기온이 28도에 육박했던 9일 대구 달성군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 앞. 차기 대구시장으로 누가 유력한지 묻자 올해로 만 일흔을 넘은 김 모 씨는 “아이다, 그거 모른다이.”라고 답했다. 옆에 있던 여성이 “뭘 모르나, 경남도지사할 때 봐라, 빚도 다 갚았다 아이가…”라면서 끼어들었다.

동대구역과 경북대, 동성로와 서문시장에서도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지지 목소리가 높았다. 인지도와 경력에 있어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아 당내 경선 통과와 대구시장 당선이 어렵지 않다라는 관측이다.

택시기사 황덕연(73)씨는 “홍준표는 용감해서 맘에 든다. 할 말은 다 하지 않나. 대구를 위해 일할 사람을 뽑아야 되는데 홍준표가 참 괜찮다”고 했고 경북대 시계탑 앞에서 스케이트보드를 타던 이 모(22)씨는 “당내에서 힘이 있고 의견을 반영할 권력 있는 사람이 대구시장이 되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고 기대했다. 경북대 캠퍼스에서 만난 박상현(25) 씨도 “홍준표가 다양한 경력이 있으니까 시장이 되면 잘할 것 같다”고 했다.

다만 20대 여성 중에는 ‘정치에 관심이 없다’라는 반응을 보인 이들이 적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성은 “정치에 관심이 없어서 누가 후보로 나오는지 모르겠다”고까지 말했다.

9일 경북대 학생들이 수업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사진=김보겸 기자)
대구시민 일부는 홍 의원에 대한 거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동성로에서 만난 1948년생 여성은 “홍준표는 말을 너무 함부로 한다”면서 “대선 경선 떨어지고 나서부텀 윤석열이 선거도 안 도와주더만, 철새 같은 양반”이라고 말했다. 대구에서만 쭉 살았다는 황팔구(64)씨는 ‘시장 유력 후보로 홍 의원이 꼽힌다’고 하자 쯧 소리를 내며 혀를 찼다. “경남도지사 할 때도 서울 왔다갔다 카더만. 대구시장 하면서 대선 또 나가는데 관심 있지, 대구 신경이나 쓰겄어요?”라고 말했다.

◇박심 품은 유영하…홍준표 독주 흔들까

홍준표 1강 체제를 흔들 변수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지를 받는 유영하 변호사가 있다. 박 전 대통령의 사저를 찾은 사람들 사이에서 전폭적인 지지를 얻었다.

지난달에 이어 두 번째로 사저를 찾았다는 오칠수(72)씨는 “박 전 대통령이 밀어달라고 하는데 찍어야지 않겠나”고 했다. 대구 서구에서 달성까지 온 김종덕(51)씨도 “대구에서는 박 전 대통령 응원이 많이 도움이 되지 않겠나. 밀어줬는데 유 변호사가 당선 안 되면 도와준 박 전 대통령 모양새가 영 별로지 않겠나”며 홍 의원의 만만치 않은 상대로 떠오를 것이라 내다봤다.

9일 대구 달성군에 마련된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 앞에 지지자들이 화환을 가져다 둔 모습.(사진=김보겸 기자)
다만 유 변호사의 출마를 탐탁치 않게 여기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택시기사 황덕연씨는 “박 전 대통령이 지지한다고 유 변호사한테 표가 가겠나. 아버지 덕으로 대통령 된 사람이 밀어준다 해서 시장으로 뽑아주지는 않는다”고 전망했다.

차기 대구시장에 바라는 점은 역시 경제였다. 청년층의 대구 이탈 현상이 심각해진 만큼 기업을 유치해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서문시장 상인 정무원(74)씨의 하소연. “권영진이가 오래 해도 기업 하나 못 끌어왔다 아인가. 서울은 가보면 젊은 아들 와글와글한데 대구는 전부 노인네만 댕긴다. 힘이 한 개도 없는 도시가 돼뿌렀다.”

동대구역에서 철도안전지킴이로 일하는 박모(74)씨도 “문희갑 전 시장(1995년 당선) 이후로 대구가 발전된 게 하나도 없다. 대구경북 여기는 전부 다 한나라당이라면 덮어놓고 뽑아주는디 매 당끼리 사우고 헐뜯고 일은 하나도 안한다”고 한숨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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