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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 쌓아 이직해야죠"…대기업 취업 징검다리 전락한 중소기업

공예은 기자I 2021.12.28 06:30:25

수시채용 늘자 실무 익힌 뒤 퇴사 빈번
65% "입사 1년내 퇴사한 신입직원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이데일리 스냅타임 공예은 인턴기자] “원하는 기업에 붙을 때까지 마냥 기다리고 있을 순 없어 일단 눈높이를 낮춰 입사한 뒤에 경력 쌓고 이직하려는 거죠.”

서울 소재 4년재 대학을 졸업한 이하진(26·가명)씨는 졸업 후에도 곧바로 취업이 안 되자 경력이라도 쌓자는 마음으로 얼마전 중소기업에 입사했다. 이씨는 재직 중인 곳에서 쌓는 경험을 토대로 더 좋은 기업으로 이직할 계획이다.

기업 공채가 줄고 수시채용이 늘어나면서 실무에 바로 적용 가능한 직무 역량이 중요해진 탓이다. 실제로 중소기업에 입사하거나 계약직으로 들어간 후 경험부터 쌓는 경우가 많다.

현재 공공기관에서 계약직으로 근무하는 김승희(25)씨는 “요즘 어딜 가나 직무 역량을 중시하기 때문에 목표한 기업의 계약직이나 인턴으로 시작하면 경험 쌓기에 좋을 것 같아 몇개월 단기 계약직으로 일하게 됐다”고 말했다.

상담 분야에서 계약직으로 일하는 신아영(34·가명)씨도 “업계 특성상 정규직 자리에 가기 위해서 몇 년 이상의 경력이 필요하다”며 “코로나로 인해 정규직 채용 자체도 주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당장 경력을 쌓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입사했다”고 말했다.

반대로 중소기업의 입장에선 채용 시 구직자의 이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고민에 빠졌다. 잡코리아가 지난 8월 중소기업 328개사의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중기 신입사원 조기퇴사 현황’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64.9%가 ‘입사한 지 1년 안에 퇴사한 신입사원이 있다’고 답했다. 조기 퇴사한 이유로는 ‘다른 기업에 취업해서(13.1%)’가 2위를 차지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한 중소기업 인사담당자에 따르면 “직종이나 규모에 따라 큰 차이가 나기 때문에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아무래도 중소기업 특성상 채용을 할 때 어느 정도 이직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는 건 현실”이라며 “대체자를 구하지 못한 상황에서 갑자기 근로자가 이직 사실을 알려 굉장히 혼란스러운 적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상향취업을 위해 단기간 하향취업하는 게 노동시장 차원에서 봤을 때 인적자원의 낭비라고 지적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노사관계학 전공)는 “대학 졸업을 위해 받은 사교육, 학비 등은 좋은 일자리를 얻기 위한 투자로 볼 수 있는데 하향취업을 한다면 개인·사회적인 측면에서 투자가 과하게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순수학문 외에 창업·취업시대를 준비하는 대학이라면 실질적으로 필요한 직무능력에 투자하는 게 좋을 수 있다”며 “미국이나 유럽 국가처럼 자신의 적성을 찾는 다양한 활동을 지원하는 조기 직업 교육을 한다면 목표를 벗어난 고학벌 공급이나 직무 역량을 쌓기 위한 하향취업 문제를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학외에 정부·기업이 함께 노력해 청년 취준생들이 직무 역량을 쌓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방법도 필요하다”며 “대학과 기업과 연계하여 직무에 대해 미리 파악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도록 정부의 구체적인 로드맵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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