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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정병국 “제 2·3의 이준석 발굴…당 근본적으로 바꿀 것”

권오석 기자I 2021.07.09 06:00:00

정병국 국민의힘 인재영입위원장 인터뷰
당대표 한 명 바뀐다고 당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아
그간 미진했던 `청년 인재 수혈`에 매진할 것

[이데일리 권오석 기자] “당 대표 한 명 바뀐다고 해서 당이 근본적으로 다 바뀌는 게 아니다. 체질을 바꿔야 하고, 인재 영입이 그 중요한 절차 중 하나다”

국민의힘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은 정병국(사진) 전 의원은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당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사람을 등용함으로써 당의 체질을 바꿀 수 있다”고 이같이 주장했다.

정병국 국민의힘 인재영입위원장이 지난 5일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과거 보수 정당에서 원조 개혁 소장파인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의 한 축이었던 정 위원장은 지난달 인재영입위원장으로 선임됐다. 그의 임무는 우선적으로 내년 대선을 앞두고 당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전문 인력들을 데리고 오는 일이다. 또 내년 6월 지방선거에 나설 청년 인재들을 대거 물색할 예정이다.

`인사만사`(人事萬事·사람의 일이 곧 모든 일)란 말이 있듯이, 인재 영입은 단순히 당의 인력 풀을 늘리는 데만 국한된 작업이 아니다. 적재적소의 인재 등용이야말로 당을 개혁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게 정 위원장 생각이다.

그는 “이준석 대표의 당선으로 인해서 젊은 정당으로 이미지가 변화했으나, 당 대표 한 명 바뀐다고 해서 당이 근본적으로는 다 바뀌는 게 아니다”며 “우리가 미진했던 `청년 인재 수혈`에 노력하고 상대적으로 부족한 분야인 환경·기후변화·에너지는 물론 서민 정책과 관련한 복지, 청년 및 여성 정책 등을 보완하고 보충할 수 있는 쪽으로 많은 사람을 영입하자는 차원에서 직을 맡긴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정 위원장은 국민의힘이 지난해 21대 총선 패배 이후 나름 개혁적인 노력은 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정강정책을 손보기도 했고, 지도부 차원에서 `보수 불모지`로 불리는 호남을 적극적으로 찾았다. 다만 그는 “체화되고 체질화돼야 한다. 그게 이준석 대표 체제가 해야 할 일이다”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과거에는 지도부 중심의 우두머리가 주도해왔고, `머리`가 바뀌면 그대로 원점으로 돌아오는 부분이 있었다. 이제는 손, 발, 다리가 다 같이 공존할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이는 여야를 떠나서 대세가 됐다. 변화의 흐름에 올라탄 사람은 함께 가는 거고 그렇지 못한다면 함께 가지 못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잠시 모습을 감췄던 정 위원장은 현재 청년정치학교 교장을 맡아 청년정치인 양성에 힘쓰고 있다. 그는 “청년정치학교는 현재 법인화 작업 중이다. 당과 무관하게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을 뽑을 때도 당적을 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그를 차기 경기도지사 주자로도 거론한다. 이에 대해 정 위원장은 “이 시점에서 말할 부분은 아니다. 내년 지방선거의 틀을 짜기 위해 인재영입위원장으로 일을 하는데, 날 거기에 대입하고 얘기하는 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정병국 국민의힘 인재영입위원장이 지난 5일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다음은 정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청년정치학교 운영은 어떻게 진행 중인지.

△청년정치학교는 현재 법인화 작업 중이다. 당과 무관하게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을 뽑을 때도 당적을 보지 않았고, 교과 과정도 보수적인 시각에서만 구성하지 않고 보다 객관화해서 보수 전문가도 부르고 진보 전문가도 부르며 운영을 해왔다. 결과적으로 4기까지 수료해서 200여명을 배출했다. 일부는 정의당, 민주당에서도 활동하고 국민의힘에서도 활동하는 친구도 있다. 수료생 중 30% 정도가 정치를 하려고 한다. 나머지 70%는 시민정치 교육이라는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인재영입위원장을 수락한 이유와 향후 업무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지난 5월 0선·초선 당대표 후보들을 모아 하우스에서 토론을 했었다. 거기서 사회를 봤었고, 젊은 사람들이 당을 세대교체를 해야한다는 생각을 했기에 사회를 보면서 ‘누가 되든 좋지만, 경험이 부족하다는 얘기가 나오면 미관말직이라도 서포트를 하겠다’고 했었다.

일단 이준석 대표의 당선으로 인해서 젊은 정당으로 이미지가 변화했으나, 당 대표 한 명 바뀐다고 해서 당이 근본적으로는 다 바뀌는 게 아니다. 이 대표는 당의 체질을 바꿨으면 한다는 생각인 듯 하다. 우리가 미진했었던 청년 인재를 수혈하고 상대적으로 부족한 분야인 환경·기후변화·에너지는 물론 서민 정책과 관련한 복지, 청년 및 여성 정책 등을 보완하고 보충할 수 있는 쪽으로 많은 사람을 영입하자는 차원에서 직을 맡긴 것 같다.
정병국 국민의힘 인재영입위원장이 지난 5일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당의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꾼다는 건가.

△보수 정당의 과거를 보면, 캠프 중심으로 대선을 치러왔다. 정당은 `아웃사이더`가 됐고 당 소속원들은 캠프에 참여하려고 줄을 서려는 습성과 계파가 생겼다. 그러다보니 5년의 시간이 끝나서 이 사람들이 다시 당으로 돌아오려 해도 복귀가 힘들었다. 우리가 2번 연속으로 집권을 하면서 상당한 사람들이 빠져나갔다가 들어오지 못하는 현상이 전개되며 당내 인재풀이 빈약해진 면이 있다. 이번 선거만큼은 어느 주자가 당선이 되도 당이 안심하고 뒷받침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자는 게 목표다. 당 중심으로 대선을 치르는 시스템 구축 작업을 하게 될 것이다.

1차적으로는 대선을 치를 전문 인력들을 모셔오려고 하고 있다. 지방선거 준비도 지금부터 해야 한다. 기존의 제도권에 들어와서 정치를 준비한 사람들은 나름 준비가 돼있는데, 새롭게 정치에 진입하려는 청년은 훈련이 안 돼있다. 조기에 발굴·선발해서 교육과정까지 개설해 훈련을 시킬 예정이다. 청년의 경우 공개 오디션으로 선발하려고 한다. 공고 아이디어를 모으고 있다. 오디션은, 가능하면 지구당별 1~2명 정도로 인원을 뽑으면 전국적으로 300~400명 정도가 될 것 같다.

-당이 원하는 인재상은.

△가장 중요한 건 다름을 인정할 수 있는 사람들이어야 한다. 내 주장만 아니라 상대의 주장을 인정하면서 상생할 수 있는 사람을 고르고 싶다. 우리 당이 그간 내지 못했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싶다.

정병국 국민의힘 인재영입위원장이 지난 5일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제 2, 3의 이준석`이 발굴될 수 있을까.

△이 대표가 이 자리까지 올 수 있던 건 그런 측면이 아니겠나. 자신만의 원칙을 가진 사람만이 상대를 인정하게 돼있다.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은 자기 원칙도 없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 눈치를 보고 줄을 서고 ‘누구 사람’ 이렇게 규정하는 것이다. 청년이 주체적으로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여야는 만들어주지 않았다. 그저 기성 정치인들의 악세사리로 썼다. 그간 청년 정치인을 일회성, 전시성으로 써온 게 정치판의 모습이었다. 청년은 그런 부분에 반발하는 것이다. 당당히 내 실력으로 절차를 밟아서 들어가면 누구 눈치를 볼 이유가 없다. 내가 누구 추천으로 들어왔고 누구 줄을 타고 왔는지에 따라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 그렇게 그 사람의 대변인이나 하수인이 되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 그 고리를 끊기 위해 만든 게 청년정치학교이기도 하다.

-이 대표의 파격적인 행보를 어떻게 보는지.

△나름대로 정치판에 들어와서 개혁이라는 화두를 놓은 적이 없다. 원조 소장파니 이런 얘기를 들어왔는데 요즘에 와서 좀 부끄러워졌다. 물론 내가 바꾼 것도 많지만 근본적으로 바꾼 건 없었는데 이 대표가 되면서 하루 아침에 혁명적으로 바뀌게 됐다. 우리가 하던 방식으로는 100년을 해도 안 될 수 있던 걸 이 대표가 했다. 이건 국민이 만들어낸 것이다. 그 매개체가 이준석이 됐다.

정병국 국민의힘 인재영입위원장이 지난 5일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원조 소장파로서, 지난 1년 간 당의 개혁 행보에 대해 평가한다면 몇 점을 주고 싶나.

△노력은 했다고 본다. 다만 그런 부분들이 체화되고 체질화돼야 한다. 그게 이준석 대표 체제가 해야 할 일이다. 인재 영입은 매우 중요한 절차다. 우리 당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사람을 등용함으로써 당의 체질을 바꿀 수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지도부 중심의 우두머리가 주도해왔고 `머리`가 바뀌면 그대로 원점으로 돌아오는 부분이 있었다. 이제는 손, 발, 다리가 다 같이 공존할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여야를 떠나서 대세가 됐다. 변화의 흐름에 올라탄 사람은 함께 가는 거고 그렇지 못하면 함께 가지 못할 것이다.

-눈여겨보는 초선이 있다면.

△특정인을 들기는 어렵다. 다만 과거 공천에서는 늘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해왔다. 근데 이번 21대 총선에서는 공천관리위원회가 이를 허용하지 않았다. 나름대로 다른 때에 비해 막아냈다. 그렇게 공천을 하다보니, 초선들이 특정 라인을 타고 들어오지 않았다. `누구 쪽 사람`이 아니다. 과거 19, 20대 당시 초선들보다 훨씬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다. 이게 중요하다. 누구의 지시를 받고 눈치를 보고 정치하면 안 된다. 그래서 현재 초선이 각자의 역량을 발휘 중이다. 그들이 4년 임기를 마치는 시점에서는 엄청난 힘을 발휘할 것이다.

-초선에 조언 한 마디 한다면.

△상대를 존중하고 다름을 인정하면서 자기 주장을 관철하려고 설득하고 이해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상생의 정치를 해야 한다. 이전까진 진영의 논리만 있었고, 그러다보니 국민의 목소리엔 안중에도 없었다.

정병국 국민의힘 인재영입위원장이 지난 5일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현 정부의 가장 큰 실책을 지적한다면.

△상대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오로지 자기 진영만 있다. 진영 내에 사람이 아무리 잘못을 해도 시인은 안 하고 옹호하는 데 급급했다. 자기들이 주장한 논리가 틀렸음에도 이걸 옹호하다보니 어깃장이 나고 에러가 나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식 날 국회에 와서 야당 대표실을 방문하는 걸 보며 그래도 잘 뽑았다고 생각했다. 그분이 취임사에서 평등, 공정, 정의를 얘기할 때 ‘저렇게만 되면 멋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다 보여주기 `쇼`였다. 대한민국 대통령은커녕 민주당 대통령도 아니고 친문 대통령이 되고 말았다. 그 전 친박 대통령, 진박 대통령을 하다 탄핵이 됐는데 그 다음 대통령이 똑같은 것을 하고 있으니 국민이 어떤 생각을 하겠나.

-야권의 내년 정권 창출 가능성이 높게 제기되는데

△여당 후보들이 토론하는 걸 보면 패거리 싸움이다. 국가 비전을 말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물론 야권 주자도 마찬가지이다. 여당 대표나 대통령을 비판하기보다는, 내가 뭘 할 건지를 국민에 명확히 제시하고, 대통령 되면 대한민국을 어떻게 만들겠다는 부분을 명확히 해야 한다. 국민을 상대로 대화를 해야 한다. 여당의 반대급부로 하면 안 된다. 그래야 정권교체 할 수 있고 그렇게 정권교체를 해야 의미가 있다. 패거리 싸움을 해서 ‘여당이 실수해서 정권을 가져왔다’고 듣는다면 국민이 볼 땐 똑같다.

정병국 국민의힘 인재영입위원장이 지난 5일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권 출마를 선언했는데.

△그분이 살아오신 길을 되돌아봤을 때, 왜 대선에 출마하려고 하는지 자기 입장은 충분히 발표했다고 본다. 그러나 대한민국이 처해있는 현실은 그런 메시지만으론 안 된다.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나라의 지속가능함이 유지될지를 걱정해야 한다. 가령 기후환경, 저출산 문제 등에 대해 누가 대통령이 되든 핵심 의제가 돼야 한다. 이 부분에 대한 자기 비전이 있어야 한다. 윤 전 총장이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만든 자유 민주주의 체제가 흔들리는 부분은 이야기했다. 다만, 법치를 바로 세운다고 해도 지금의 정치적 환경 속에서 대통령이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답이 없었다. 만일 내년 대선에서 현 여당이 야당이 된다면, 국회에서 180석 이상을 야당이 갖고 가게 된다. 그 구조속에서 자신이 어떻게 돌파할 건가. 잘못하면 다음 대통령은 2년 동안의 식물 대통령이 될 수 있다. 이 부분을 어떻게 돌파한 건지 대안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윤 전 총장이 입당 여부를 저울질하는 이유에 대해 짐작하는지.

△지지율 표 뷴석을 하지 않았을까. 다만 정치는 그리 계산대로 되지 않는다. 생각의 차이는 있겠지만, 내가 윤 전 총장이었다면 들어왔을 것(입당)이다. 국민의힘에서 끝내 나오지 않을 것이라면 모를까, 국민의힘을 타야한다고 하면 국민의힘이 가진 긍정적인 것과 부정적인 것을 다 `자기 것`화를 해야 대선 주자가 될 수 있다.

정병국 국민의힘 인재영입위원장이 지난 5일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당내 대선 후보들이 이렇다 할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는데.

△아직 시작도 안 했다. 출마 선언도 하지 않았는데 지지율만 가지고 얘기하면 안 된다. 출마선언을 하고 본격적으로 링 위에 올라서 싸우는 모습을 보면 달라진다. 어떤 측면에서는 다 담금질을 한 사람들이다. 링에 올라오면 달라질 것이다.

-내년 지방선거 출마를 고려하고 있나.

△이 시점에서 말할 부분은 아니다. 내년 지방선거의 틀을 짜기 위해 인재영입위원장으로 일을 하는데, 날 거기에 대입하고 얘기하는 건 아니다. 어떠한 전제 없이 다방면으로 사람들을 찾을 것이고, 각 시도별로 거론되는 사람을 포함해서 최적의 인물이 선출될 수 있는 선출 과정,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고 좋은 사람이 나올 수 있게 길도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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