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단장''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전문가 평가는
광활한 대규모 건축물, 공연장 이미지 커져
"무대 시야 좋고 객석 아늑해 편안한 관람"
음향 등 아쉬운 점도…정식 개관 전 정비 필요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국립창극단도 새 해오름극장을 축하할 겸 저 언덕 너머에서 공연하러 왔습니다. 저희도 처음 서보는데요. 극장이 꽤 볼만 하네요.” (국립창극단 ‘귀토-토끼의 팔란’의 첫 장면, 단장 역의 소리꾼 허종열의 대사)
국립극장의 상징인 해오름극장이 4년 간의 긴 공사를 마치고 마침내 관객과 다시 만났다. 지난 2~6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선보인 국립창극단 신작 ‘귀토-토끼의 팔란’(이하 ‘귀토’)은 새 단장을 한 공연장을 찾은 관객과 단원의 기쁨과 설렘 속에서 성공적으로 공연을 마쳤다.
| 4년간의 리모델링 공사를 마친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이 지난 2~6일 국립창극단 ‘귀토’로 관객과 오랜만에 다시 만났다. ‘귀토’가 개막한 지난 2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 입장한 관객들이 공연을 기다리고 있다(사진=국립극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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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해오름극장이 과거의 권위주의에서 벗어나 공연장으로서의 제 기능을 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유영대 고려대 교수는 “길었던 공사가 충분히 보람 있는 공연장이라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무대 위 조명을 설치하는 가로대 숫자도 2배 이상 늘어나 보다 다양한 조명을 쓸 수 있게 됐고, 무대 시야도 좋고 객석도 아늑해서 다른 공연장보다 더 편하게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일류극장이 됐다”고 덧붙였다.
김소연 연극평론가는 “해오름극장이 갖고 있던 육중한 외관은 그대로 놔두면서 공연장 내부는 새롭게 바꾼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또한 객석 규모를 기존 1563석에서 1221석으로 줄인 것과 관련해 “이전엔 무대도 객석도 지나치게 광활한 대규모의 건축물이었다면, 이제는 해오름극장이 공연장으로서의 제 기능을 갖추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다만 국립극장이 해오름극장 재개관을 앞두고 자랑한 건축음향 등은 정식 재개관까지 정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유 교수는 “창극은 단원들이 마이크를 써야 하다 보니 기악부의 연주 소리와 다소 균형이 맞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한 “로비가 좁아져 공연장 밖이 다소 산만하게 느껴지는 점도 아쉬웠다”고 덧붙였다.
| 리모델링을 마친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첫 작품으로 지난 2~6일 선보인 국립창극단 신작 ‘귀토-토끼의 팔란’의 한 장면(사진=국립극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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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토’는 국립창극단 전 단원을 비롯해 53명의 출연진이 해오름극장 무대를 가득 채우며 한바탕 유쾌한 웃음을 선사했다. ‘변강쇠 점 찍고 옹녀’ ‘흥보씨’를 통해 국립창극단과 동반 상승효과를 낸 고선웅 연출이 다시 한 번 신명 나는 창극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수궁가’의 토끼가 육지로 나온 뒤, 그 아들인 ‘토자’가 다시 용궁으로 간다는 색다른 재해석을 마당놀이식의 구성으로 담아 관객의 박수를 이끌어 냈다. 특히 육지와 바다, 용궁 속 다양한 물고기의 성격 등을 다채로운 조명으로 표현해 해오름극장의 최신식 무대 시설도 확인할 수 있었다.
국립극장은 해오름극장의 9월 정식 재개관을 앞두고 전속단체들의 공연으로 시범 운영을 이어간다. 오는 11일에는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소년소녀를 위한 소소음악회’, 24~26일에는 국립무용단의 ‘산조’가 해오름극장에 오른다. ‘소소음악회’는 해오름극장의 최신 장비를 적극 활용해 음향·조명·영상 등에서 한차원 향상된 무대를 선보인다. 국립무용단이 정구호 연출과 함께 4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 ‘산조’는 해오름극장의 몰입형 입체 음향 설비를 적극 활용해 ‘보는 춤’을 넘어 ‘듣는 춤’을 구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