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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곡인 베버 ‘마탄의 사수’ 서곡부터 범상치 않았다. 현악군부터 목관 금관 팀파니에 이르기까지 음의 입체적인 층위가 느껴지는 연주였다. 극적인 성격이 부각되는 바람에 차례로 풀이 눕듯 관에서 현으로 이동하는 파동이 느껴져 인상 깊었다.
채재일이 협연한 슈타미츠 클라리넷 협주곡 7번은 화사하고 모범적으로 다가왔다. 자유롭고 쾌활한 분위기 속에서 오케스트라는 독주 클라리넷을 따스하게 맞이하듯 연주를 펼쳤다. 앙코르곡도 인상 깊었다. 오케스트라와 함께한 기오라 파이드만의 클레츠머 음악 ‘렛츠 비 해피’(Let’s Be Happy)는 구성진 선율과 꺾는 맛으로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2부에서 시벨리우스 교향곡 1번은 앞으로도 회자될 것 같은 명연주였다. 객석에 앉은 사람들은 실제 연주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작곡가의 매력에 흠뻑 빠졌을 것이다. 코로나19에 지쳐있던 관객들은 공간을 이동시키는 음악의 힘을 경험했다. 집중력 있게 내리 긋는 현과 시원하게 포효하는 관이 부딪치며 그려내는 풍경 속에 사람의 존재는 까마득하게 작아졌다. 두텁고 보드라운 현과 서늘한 금관, 따스한 목관은 드론이 담은 피오르드의 장관을 떠올리게 했다.
객석에서 단원들의 표정을 유심히 지켜봤다. 수준 높은 연주에 필요한 성실함을 넘어서서 서로의 마음을 모으는 움직임이 감지됐다. 트럼펫 수석 백향민을 위시한 금관군이 발군이었다. 전광석화같은 팀파니도 후련했다. 시벨리우스 첫 교향곡의 마지막 악장을 들으며 우리나라 교향악단이 표현할 수 있는 최대치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는 게 음악이다. 들어보기 전에는 모른다.
과천시향은 지난 2001년 청소년교향악단으로 창단했다. 2008년 시립아카데미로 재창단한 이후 2012년 과천시립교향악단으로 승격했다. 2014년 첼리스트 출신 서진이 제2대 지휘자로 부임하면서 음악팬들의 대화에 과천시향의 이름이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1989년 시작돼 한 해도 중단 없이 이어진 ‘교향악축제’는 이렇게 땀과 눈물, 꿈과 성장의 드라마가 집적되며 다양한 스토리텔링의 요소를 갖춰나가고 있다. 22년 동안 후원해온 단독 협찬사 한화의 메세나 정신도 높이 평가할 만하다. 내년 ‘교향악축제’에서도 작곡가와 명곡이 주는 감동 외에도 역전 만루 홈런 같은 오케스트라들의 드라마가 펼쳐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