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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부터 잘못된 포석(布石)이었다. 당헌·당규까지 고쳐 후보 공천을 결정했을 때 `유권자의 선택권` `공당의 책임 있는 도리` 등을 운운할 게 아니라 `석고대죄`(席藁待罪)부터 했어야 했다. 자당 소속 단체장의 성 비위 사건으로 시정의 공백을 불러왔고 혈세 824억원을 낭비하게 된 데 대해 집권 여당으로 먼저 무한책임을 지는 자세를 보여야 했다.
지난해 4월 21대 총선에서 180석의 압도적 승리를 거둔 거대 여당은 민심을 오판(誤判)했다. `촛불 혁명`으로 탄생한 정권인 만큼, `미워도 다시 한 번` 자신들을 지지해 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렇지 않다면 `피해 호소인` 3인방을 후보 캠프 전면에 내세우고 `파란색을 찍어온 당신에게`라는 글에서 “탐욕에 투표하지 말라”며 유권자를 을러대는 듯한 오만을 부리지는 않았을 터.
패착(敗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잊을만 하면 고 박원순 전 시장을 소환해 피해자의 상처에 생채기를 내었고, 선거 운동 기간 내내 자성(自省) 보다는 상대 후보 흠집내기에 매달렸다. 무상급식에 반대하며 10년 전 시장직을 내던진 오세훈 후보, 각종 비리 의혹으로 `까도남`으로 불리는 박형준 후보에 자당의 박영선·김영춘 후보가 밀리는 판세가 도저히 납득이 안 될 수 있다. 갖은 논란을 무릅쓰고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통과시키고, 동남권 메가시티 구상을 발표하는 등 역대급 지역 발전계획을 제시했음에도 요지부동인 민심에 억울할 법하다.
`촛불 민심`이 배반한 게 아니니 서운해 할 일이 아니다. 집권 여당에 바라는 건 국민의힘에 대한 `비교 우위`가 아니라 실질적인 삶의 개선이기 때문이다. `기회는 평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롭게`라는 현 정권의 모토는 무색해진 지 오래다. 토지주택공사(LH) 사태의 책임을 현 정권에만 지울 수는 없지만 기저에는 현 정권을 향한 누적된 불만이 자리하고 있다. 지난 4년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냐`는 물음에 자신있게 답할 수 없다면 지금이라도 초심(初心)으로 돌아가 살펴봐야 한다.
마지막 순간까지 결과를 예단할 수는 없다. 다만, 이번 재·보선의 당락이나 승부와는 별개로 이미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서 여권을 향한 싸늘한 민심은 충분히 확인되고도 남았다. 민심의 엄중한 경고를 제대로 포착하고 반영하지 못한다면 `20년 장기 집권론`은 허황된 장밋빛 희망에 그칠 공산이 크다.
재·보선 후 남은 과제는 철저한 복기(復棋)다. `서민과 중산층의 이해를 대변하고, 모든 사람의 권리 향상을 위해 노력한다`는 말을 진정한 실천으로 옮길 때 민심을 돌이킬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