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진 ‘차린 건 없지만’
음식 관련 웹툰은 이제 국내 만화계에서도 빼놓지 말아야 할 주류가 됐다. 웹툰 특유의 화려한 색감으로 꾸며진 음식들을 보면 누구든지 군침을 흘리게 된다.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인 ‘식욕’을 건들이는만큼 몰입도도 상당하다. 다른 장르물처럼 큰 스토리 라인이 없더라도 음식을 매개로 한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독자들은 음식 웹툰을 접할 시 크게 2가지 요소에 집중한다. 그동안 먹어보지 못한 진귀한 음식들에 대한 판타지, 그리고 우리 일상 속에서 접할 수 있는 흔한 음식을 통한 공감이다.
레진 ‘차린 건 없지만’은 후자에 집중한 웹툰이다. 가식을 모두 덜어내고 일반 사람들이 집에서 어떻게 끼니를 때우고 사는 지를 초현실적으로 그려냈다. 이 웹툰은 ‘수줍어서 그래’, ‘멍멍냠냠’ 등 따뜻한 그림체와 이야기를 전하는 일상툰 대표작가인 심모람이 레진에서 연재하는 세 번째 신작이다. 심 작가는 ‘차린 건 없지만’을 두고 ‘먹는 것을 주제로 한 생활만화’라고 표현한다. 이 웹툰엔 다른 음식 웹툰처럼 화려한 음식이 전혀 나오지 않는다. 대부분 끼니를 때우기 위한 용도인 음식들이 등장한다. 단순 끼니 때우기용이라곤 하지만 요리 과정을 보면 음식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겼다.
‘차린 건 없지만’은 웹툰 제목처럼 큰 힘을 뺀 작품이다. 특별한 포인트는 없지만 독자들이 그만큼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일상툰’이다. 웹툰에 등장하는 음식들 하나하나마다 작가의 주관이 묻어져 나오고 이에 독자들은 ‘아! 나도 집에서 저런 생각을 하는데’ 라며 공감을 얻는다. 예컨대 옛날소세지 편이 대표적이다. 어릴 때 먹던 ‘분홍색 소세지’의 맛을 생각하며 집에서 먹어보지만 어른이 된 지금은 영 맛이 없다. ‘추억 보정’ 탓이다. 그러면서도 웹툰 속 작가는 매년 옛날소세지를 먹는다. 이 같은 경험과 추억이 있는 독자들이 많을테다. 일반 사람들의 일반적인 이야기를 다루며 공감을 극대화한 포인트다. 심 작가 특유의 따뜻한 작화도 웹툰 분위기에 큰 효과를 준다.
한편 ‘차린 건 없지만’은 1화 ‘수프에 밥’을 시작으로 ‘명란마요김밥’, ‘어묵탕’, ‘삶은 달걀’, ‘김치찌개’, ‘다쿠아즈’, ‘옛날 소시지’ 등 매 에피소드마다 작가의 식탁에 올라오는 음식들로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다.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연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