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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현대차·SK·LG·한화 등 대기업들은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에 발맞춰 협력사 소속 비정규직 등을 본사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등 정부 시책에 맞춰 정규직 전환 작업을 추진 중이다.
삼성전자(005930)서비스는 제품 A/S를 담당하는 90여개 협력사의 서비스기사 총 7400명을 정규직으로 고용했고, LG전자(066570)도 지난해 자사 서비스센터에서 일하던 협력업체 서비스기사 등 직원 3900명을 본사 정규직으로 채용했다.
현대차(005380)는 사내하도급 인원 826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고, SK(034730) 계열사 SK브로드밴드는 2017년 7월 유료방송 업계 최초로 4595명에 달하는 하청 업체 설치·AS 기사들을 자회사 정규직으로 채용했다. 한화(000880)도 2017년 9월부터 2018년 상반기까지 호텔 및 서비스 분야 계열사에서 상시적·지속적 직무에 종사하는 비정규직 직원 868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이 과정에서 적지않은 기업들이 파업, 농성 등 직접적인 갈등은 물론 법정 다툼까지 벌여야 했다.
정규직으로 전환한 후에도 갈등은 끝나지 않는다. SK브로드밴드는 자회사인 홈앤서비스사를 설립해 4600명에 육박하는 기사들을 정규직화 했으나 이들은 이후 기본급 인상 등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는 등 마찰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SK브로드밴드 사례 이후 LG유플러스, 딜라이브 등 유료방송업계에서 정규직화는 사실상 중단됐다.
코웨이는 자사 제품을 설치·이전·해체 서비스·A/S 등을 담당하는 ‘CS닥터’ 1542명을 본사에서 직접 고용하기로 했으나 처우개선 문제를 두고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전까지 코웨이는 이들이 회사와 사용종속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근로자성을 인정하지 않았으나 작년 4월 고용노동부가 노조설립 허가를 내준 이후 직고용 문제 등을 두고 협상을 벌여왔다. 코웨이 측은 36% 임금인상안을 제시했으나 노조가 이를 거부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코웨이노조는 총파업에 들어간 상태다.
코웨이 관계자는 “기본급 인상, 호봉제 도입 등 노조 측이 요구했던 대부분 사항을 받아들여 합의를 이끌어 왔다. 하지만 CS닥터 노조가 일방적인 말바꾸기를 통해 상생을 외면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 대기업 인사 책임자는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는 공기업이라 정규직이 되면 정규직 수준의 처우 개선을 요구할 것”이라며 “기업에서도 정규직이 된 비정규직 직원들이 비슷한 요구를 해서 새로운 갈등이 재현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생존이 걱정해야할 처지다. 비정규직 제로 정책은 폐기돼야 한다. 구직난에 시달리는 청년,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정규직들과 사회적 합의가 먼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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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계에서는 정부의 이같은 정규직 전환 확산 움직임이나 파견 관련 지침 개정, 불법파견 판결 등으로 인해 기업의 인력운용에 부담이 가중된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제조업 중심이던 근로자 불법 파견 문제가 비제조업분야로 확대되고 계열사간 이동도 불법파견으로 판단하는 등 인력 운용을 제약하는 요소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2019년 주요 기업의 사내하도급 판결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사내하도급 관련 판결 13건 중 10건(76.9%)이 불법파견으로 판결이 났다. 과거에는 주로 제조업 분야에 국한해 원청의 공장 내 직접생산공정에 대한 사내하도급을 불법파견으로 판결해왔으나 간접공정, 회사 외부 하청, 비제조업에서도 불법파견 판결이 내려졌다는 지적이다.
한경연은 “사내하도급 불법판결 사례가 늘어나면서, 코로나19로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기업들의 법무 리스크가 증가하고, 인력운용에 상당한 부담이 초래됐다”며 “기존에 제조업 직접생산공정을 위주로 인정된 불법파견 판결이 생산공정과 연관성이 낮은 물류·운송 등 간접공정에 이르기까지 그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임금체계 개편과 고용안정 두 정책을 동시에 추진해야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직무급제 전환, 호봉제 개편 등도 정규직화 정책과 같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상희 한국산업기술대 교수는 “민간 기업에서 사내·사외 하도급 근로자를 정규직 전환하기엔 인력운용 측면이나 비용 부담측면에서 어려움이 뒤따른다”며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할 경우 기존에 있던 정규직도 반발하는 등 노노갈등도 발생해 정규직전환은 쉽지 않은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기업에 기존 정규직 임금을 인상하면서 동시에 하도급 인력까지 정규직화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과도하다”며 “경직된 현 임금체계를 개편하고 연공성이 강한 임금체계가 아닌 직무급제나 유연한 임금체계를 가져가도록 해야 불협화음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