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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성금액에 비해 실제 집행액은 미미한 수준이다. 400억원 이상 성금을 모은 재해구호협회의 경우 자가격리자의 식료품 키트와 생활치료센터 생필품 키트 등을 구매하는데 13억원 정도를 집행하는데 그쳤고, 적십자사 역시 8억원을 지원하는데 그치고 있다. 공동모금회는 구체적인 수치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이 곳 역시 집행액이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모인 성금을 어느 곳에, 얼마만큼 집행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과정이 지나치게 복잡한 탓이다. 지진·태풍 같은 자연재난은 재해구호법에 따라 행안부 관리 하에 재해구호협회가 성금을 총괄해 배분한다. 다른 단체가 성금을 모아 재해구호협회로 성금을 보내주고 지자체의 피해 파악 조사가 끝나면 재해구호협회를 통해 일원화된 시스템으로 피해자들에게 성금이 신속하게 전달되는 구조로 돼 있다. 반면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재난은 사회재난으로 분류돼 정부가 모금액을 어떻게 쓸지 직접 개입할 수 없다.
행안부가 성금을 관리·감독할 책임과 권한이 없다보니 모금기관이 자율적으로 배분해야 한다. 각 기관은 모금기간이 끝난 뒤 배분위원회를 열고 지자체별 피해상황 등을 고려해 근거를 마련한 뒤 자금을 배분하게 된다. 행안부 관계자는 “성금은 정부 예산이 아니고 국민이 자율적으로 낸 기부금이라 정부가 개입하기 어렵다”며 “우리는 지자체 피해사항을 파악해 요구한 사항을 모금기관에 전달하고 배분위원회와 지자체들이 협의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조정하는 역할만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나마 지원이 필요한 항목이 있으면 지자체가 모금기관에 직접 요청하면 되지만, 현재 대구·경북의 경우는 확진자가 연일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피해상황을 파악할 여력 조차 없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는 작년 강원도에서 발생했던 대형 산불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2월 산불이 발생한 뒤에도 500억원이 넘는 성금이 모였지만 모금기관과 지자체가 피해상항을 정리하고 배부기준과 지급항목을 정해 배분하느라 성금이 전달되기 까지 무려 6개월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산불도 사회재난으로 분류된다.
그나마 기부자가 용도를 정해준 경우에는 모금기관은 그 용도에 맞춰 성금액을 즉시 사용할 수 있다. 재해구호협회 관계자는 “의료진 지원에 써달라는 용도거나 자가격리자 지원에 써달라고 용도를 명시하고 성금을 낸 경우는 지자체와 협의해 곧바로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모금기관들은 성금 집행에 속도를 내기 위해 지자체로부터 지원이 필요한 부분을 직접 파악한 뒤 거액의 성금을 기부하려는 기업에게 기부용도를 구체적으로 명시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다.
재해구호협회 관계자는 “성금 집행률을 높이기 위해 큰 규모의 성금을 하는 기업에게 자가격리자용이나 의료진 지원용 등 용도를 명시해서 지원해 달라고 요청한다”며 “기업 성금을 최대한 활용해 지자체가 요청한 사항에 대해 최대한 발빠르게 대응하려고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