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아파트 시장에 오랜만에 온기가 돌고 있다. 아파트 매매값이 2016년 5월 이후 41개월만에 2주 연속 올라 부동산 경기가 장기침체 국면에서 벗어나고 있단 분석이 나온다. 다만 아직은 완연한 회복세라 판단하기에 일러 투자자라면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
KB부동산 리브온의 주택시장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울산 아파트 매매값은 10월 첫째주 0.01%, 둘째주 0.06% 각각 상승했다. 울산 아파트값은 2016년 5월부터 약보합을 보이다가 같은 해 11월부터 단 한번의 반등 없이 줄곧 하락했다. 올 1월 말엔 한 주새 하락폭이 0.41%에 달할 정도였다.
한국감정원 조사에서도 유사한 추세를 보였다. 2016년 말부터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지난해엔 주당 0.2~0.3%씩 하락 행진을 이어갔다. 올해 들어선 낙폭을 점차 줄여가다 9월 셋째주부터 미약하게나마 상승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소폭이지만 울산 아파트값이 상승 반전한 데엔 지역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자리하고 있단 분석이 우세하다. 지난달 울산 자동차 수출이 SUV와 친환경차 판매 호조로 전년 동월 대비 25.9% 늘어난 15억97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조선업도 연이어 액화천연가스(LNG)선과 구축함 수주에 성공하며 4개월 연속 수주량 세계1위를 기록하는 등 움츠렸던 지역경기가 되살아나는 데 따른 효과란 분석이다. 여기에 현대모비스가 대기업 가운데선 최초로 해외 사업장을 철수하고 국내로 유턴, 울산에 부품공장을 짓기로 한 것도 지역경기 및 부동산경기 회복에 청신호로 여겨지고 있다.
KB부동산 관계자는 “경기가 어렵지만 울산상공회의소의 지역기업경기전망에서 자동차와 조선업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감을 보이는 등 지역경제의 조그만 반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울산 부동산시장이 이제 바닥을 찍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울산 남구 P공인 대표는 “서울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부동산은 유명브랜드를 단 대단지 신축 아파트들로, 매물이 나오면 바로 팔린다”고 전했다.
서울 거주자의 울산 주택 매매는 통계상으로도 늘었다. 국토교통부와 한국감정원 자료를 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울산에서 거래 신고된 주택 중 서울 거주자가 사들인 건수는 총114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 85건보다 35% 증가했다. 특히 남구의 경우 서울 거주자의 매수 건수가 53건으로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다. 작년 같은 기간 24건과 비교하면 120% 늘어난 규모다. 올해 서울 사람들의 울산 원정투자가 증가했단 의미다.
최근 인기단지의 아파트값 오름세도 뚜렷하다. 지난 7월 말 4억3900만원(25층)에 거래됐던 남구의 번영로 두산위브 전용 84.9㎡는 이달 9일 5억2500만원(24층)에 손바뀜했다. 두 달새 8600만원 오른 셈이다. 같은 구의 대현 더샵 전용면적 68.6㎡는 이달 7일 4억3000만원(6층)에 거래돼 지난 2월 3억7750만원(14층)보다 5250만원 뛰었다.
◇내년부턴 물량도 줄어…일각선 “국지적 반짝 현상” 지적
수요공급의 원리 측면에서도 울산의 집값 상승엔 이유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최문기 한국감정원 주택통계부 과장은 “울산은 최근 3년간 연1만 가구 정도 아파트가 공급됐다”며 “내년부터는 입주 물량이 2000여가구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게 된다”고 설명했다. 최 과장은 아울러 “울산 중구 재개발 이슈도 집값 상승을 견인하는 한 요인”이라며 “낡은 재개발 아파트들이 먼저 오르고, 다시 신축 단지 가격을 올리는 싸이클이 작동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아직 바닥을 논하기엔 이르다는 시각도 나온다. 현대중공업을 바로 앞에 둔 동구 전하동에서 분양한 ‘KCC 스위첸 웰츠타워’가 청약 흥행에 실패하는 등 바닥 경기는 여전히 차갑단 분석이다. KCC건설이 635가구를 공급한 ‘KCC 스위첸 웰츠타워’는 지난 16~17일 1, 2순위 청약을 진행했지만 일부 타입에서 미달이 발생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울산 청약시장이 좋았던 2015년엔 경쟁률이 평균 45.6대1까지 갔지만 올해 평균은 1.8대 1이고, 2015년 32만6000여건에 달했던 청약 접수도 올해 10월 기준 2000건에 못 미친다”며 “국지적으로 잠깐 반짝할 순 있지만 분양시장 지표로 보면 연말까지 반전 계기를 찾기엔 역부족”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