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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영숙(57) 주노르웨이 대사는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노르웨이의 성공 이면에는 석유 이외에도 파격적인 양성평등 제도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월 노르웨이를 국빈 방문해 “세계는 노르웨이의 오늘을 부러워 한다”고 말했다.
노르웨이는 세계경제포럼의 ‘포용적성장지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더 나은 삶의 질 지수’에서 각각 1위, 유리천장지수에서 2위를 차지한 나라다. 국제아동구호단체인 ‘세이브더칠드런’이 선정한 ‘여성과 아동이 살기 가장 좋은 나라’이기도 하다.
남 대사는 “노르웨이의 이 같은 성공 비결은 높은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덕분”이라며 “우리나라도 노르웨이의 여성임원 할당제, 남성 육아휴직 할당제를 적극적으로 살펴보고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르웨이의 여성임원 할당제는 공기업 및 상장기업의 이사진에 여성 임원을 최소 40%씩 할당하는 것이다. 반대로 여성 임원이 많은 경우엔 남성 비율을 40% 할당해야 하지만 대부분 회사 임원진이 남성 위주여서 여성임원 할당제로 불린다. 노르웨이는 2006년에 세계 최초로 도입했다.
남 대사는 “여성임원 할당제는 도입 당시 급진적이라는 말을 들었지만, 보수적인 기업 이사회의 유리천장을 깨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며 “노르웨이에서 성공적으로 정착한 뒤 유럽 각국으로 제도가 확산됐다”고 전했다. 독일은 2016년부터 상장기업 이사회의 30%를 여성으로 구성하도록 했다. 영국은 2020년까지 상위 350개 기업의 이사회 여성 비율을 33%로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남 대사는 파격적인 제도가 안착된 배경으로 세 가지를 꼽았다. 남 대사는 “반발하던 기업들도 여성 임원의 증가가 기업의 경영 성과로 이어진다는 것을 확인하자, 할당제를 적극적으로 수용했다”고 전했다.
이어 “노르웨이 최초의 여성 총리이자 취임 당시 41세로 최연소 총리인 그로 할렘 브룬틀란(Gro Harlem Bruntland) 등 뛰어난 여성지도자가 배출돼 양성평등 정책을 이끈 점, 정부가 양성평등에 일관되고 강력한 의지를 보인 점이 영향을 끼쳤다”고 풀이했다.
아울러 남 대사는 “노르웨이 정부는 여성의 경제 활동이 가능하려면 여성의 가정 내 역할이 변화해야 한다는 것을 이해했다”며 ‘육아휴직 아빠 할당제’를 소개했다. 1993년에 세계 최초로 도입된 이 제도에 따라 노르웨이 아빠들은 15주간 의무적으로 육아휴직을 써야 한다.
이렇게 아빠·엄마가 육아휴직을 쓰면 총 49주간 통상임금의 100%, 총 59주간 통상임금의 80%를 지급받는다. 육아휴직 시작일부터 3개월까지 통상임금의 80%, 4개월째부터 휴직 종료일까지 통상임금의 50%를 받는 우리나라와 지원 격차가 크다.
남 대사는 “아빠에게 육아휴직을 의무화 하고 기존 소득의 100%를 지급받을 수 있도록 한 노르웨이의 정책은 강력한 효과를 발휘했다”며 “1993년 제도 도입 전에는 4% 정도의 아빠만 육아휴직을 썼는데 2005년부터는 90% 이상이 육아휴직을 사용했다. 육아와 일을 병행하기 어려워 직장을 그만두는 젊은 여성도 거의 없어졌다”고 말했다.
남 대사는 “노르웨이가 갑자기 성평등 국가가 된 게 아니다”며 “상당한 기간 동안 법·제도의 변화와 더불어 일상에서의 의식 변화를 함께 이뤄내려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했다. 저출산·고령화를 대비해야 하는 우리나라도 노르웨이의 사례를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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