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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역시 이번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한 듯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일본 대책과 관련한 얘기를 할 때마다 외교적 해법을 빼놓지 않고 언급하고 있다. 외국과의 관계에서 일어난 일이니 외교적 대응을 강조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막상 대통령과 여당 정치인들이 연일 일본을 향해 강경발언을 쏟아내며 국민들의 반일 감정을 자극하고 있다. 게다가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친일’ 프레임에 빠져 있는 상황이라 여당의 강경 발언의 정치적 효과는 극대화되고 있다.
실제로 한일 갈등과 관련해 문 대통령과 여당이 강경 대응을 하면 할수록 지지율은 올라가고 있다.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조사의뢰자 YTN, 조사일시 22~26일, 그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가 조사한 문 대통령 지지율을 보면 7월 2주차에 47.8%로 이달 들어 최저점을 찍은 후 4주차 52.1%까지 올라왔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2주 연속 하락해 26.7%를 기록했다. 딱 문 대통령이 일본에 대해 강경 대응 방향을 얘기한 시점과 맞아떨어진다. 러시아 군용기 도발과 북한 미사일 발사 등 안보 이슈가 있었지만 ‘반일 폭풍’ 앞에선 추풍낙엽이었다.
내년 4월 총선이 8개월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 여당 입장에서는 의도치 않게 큰 호재를 만난 것이다. 당연히 이런 구도를 선거 때까지 계속해서 끌고 가고 싶은 유혹을 버리긴 어려울 것이다.
문제는 정치권에서 이런 행보를 보일수록 외교적 해법을 찾기가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최근 만난 외교 당국자는 “정치권에서 외교적 해법을 자꾸 얘기하는데 외교적 해법을 찾으려면 협상하는 외교 실무자들이 어느 정도 재량권을 가져야 하는데 정치권의 눈치를 보느라 쉽게 협상의 물꼬를 트지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협상을 하려면 일본 입장도 감안하면서 우리 요구를 해야 하는데 정치권에서 ‘강경하게’ 나오면 현장에선 운신의 폭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얘기다.
정치권과 외교현장이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한일 갈등의 피해를 고스란히 받고 있는 것은 애꿎은 우리 기업들이다. 본인들이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위기에 처했고, 해법 찾기도 난망하다. 이대로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피해는 더욱 가중될 수 있다. 소재·부품의 공급망을 다변화하라고 하지만 그동안 구축해 온 글로벌 공급망 시스템을 하루 아침에 바꾸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정부가 기업들의 피해를 보전해 주겠다고 했지만 관련 예산이 들어 있는 추가경정예산안은 사실상 처리가 어렵게 됐다.
선거를 앞두고 승리를 위해 애쓰는 것은 정치권의 본능이다. 하지만 국정운영에 책임이 있는 여당과 청와대는 달라야 한다. 보다 넓은 시야와 긴 안목으로 사안을 살펴야 한다. 가뜩이나 경제가 어렵다고 한다. 여당과 청와대가 경제를 생각한다면 일본에 대한 발언을 자제하고 현장에서 ‘외교적 해법’을 찾을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