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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만 10건…지난해 추월
26일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이날까지 새로 선보인 부동산공모펀드는 10개다. 작년 한해 새로 출시된 부동산 공모펀드 10개를 이미 상반기에 달성한 것이다. 이대로라면 2017년(12개)보다 시장이 더 커질 전망이다.
부동산펀드만 전문으로 출시해서 운용하는 이지스자산운용을 제외할 경우 부동산펀드는 지난해 연간 4개였지만 올해 상반기 9개에 달한다. 부동산공모펀드 시장이 작년에 비해 네배 이상의 속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주로 주식을 다루던 공모펀드 운용사가 부동산에 손대기 시작한 영향이다. 운용사별로 보면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신상품 4개를 내 적극적이다. 한투운용은 올해 2월 이탈리아 밀라노 부동산에 투자하는 펀드를 시작으로 이달 일본 도쿄, 벨기에, 룩셈부르크에 투자하는 상품 3개를 몰아서 출시했다. 공모펀드는 아니지만, 지난 1월 출시한 ‘KINDEX싱가포르리츠부동산’ 상장지수펀드(ETF)까지 포함하면 올해에만 부동산 관련 투자 상품 5개를 내놓았다.
조준환 한투운용 상품전략본부장은 “안정적인 수익을 원하는 상품 수요를 충족하고자 실물자산, 특히 해외 부동산을 투자 대상으로 하는 상품군을 강화하고 있다”며 “해외 오피스 빌딩 가운데 장기 임차인이 확보된 부동산이 투자 대상”이라고 말했다.
그 뒤를 이어 KB자산운용은 ‘KB와이즈스타부동산펀드’ 간판을 걸어 지난 2월과 이달에 1건씩 총 2개를 출시했다. 1호는 KB국민은행 명동 사옥에, 2호는 서울 종각타워에 각각 투자하는 상품이다. 2호는 전날까지 판매를 마치고 1120억원 규모로 27일 설정될 예정이다.
이밖에 현대자산운용은 회사 첫 부동산펀드로 `유퍼스트부동산`을 3월 출시했다. 대신자산운용은 `재판하임부동산`, 키움자산운용은 `히어로즈미국물류포트폴리오부동산`을 각각 선보였다.
◇출시 동시 `완판` 행진
부동산 공모 펀드는 투자자 관심도 높은 편이다. 공모 펀드를 거치면 소액으로 접근하기 어려웠던 거액 부동산에도 투자할 수 있어서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수요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부동산 펀드 상당수는 판매 금액과 기간을 설정하고 판매된다. 이 중 상당수 펀드는 예정한 기간보다 이르게 판매가 완료되는 등 완판 행진을 벌였다. KB자산운용 와이즈스타부동산 1호는 판매 당일 750억원이 모두 팔려나갈 정도로 인기였다. 판매 목표액보다 투자금이 더 몰리는 바람에 애를 먹기도 했다. 한투운용 관계자는 “올해 판매한 부동산 펀드는 예정한 액수보다 투자금이 더 들어와서 초과분을 고객에게 되돌려주는 일도 발생했다”고 말했다.
수익도 안정적인 편이다. 지난해 출시돼 운용한 지 1년이 넘은 펀드 5개 수익률은 최고 9.3%(한국투자벨기에코어오피스)에서 최저 2.7%(키움글로벌모기지인컴) 사이다.
다만 부동산 공모가 새로운 투자 대세로 자리를 잡을지 속단하기는 이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자산 특성상 물량을 대량으로 확보하기 녹록지 않아 상시 상품화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공모펀드 특성상 투자 대상이 대부분 업무용 부동산에 한정된 것도 대중화에 걸림돌이다. 특정 시기 자산을 안정적으로 환매해야 하는 점을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공모펀드가 부동산으로 쏠리는 추세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주식 등 위험자산을 피하려는 반작용까지는 아니라는 말이다. 부동산 펀드는 자산 특성상 준비부터 출시까지 짧게는 반년에서 길게는 1년 이상이 소요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정도 시차를 고려하면 올해 부동산 공모 펀드가 주식 시장 불황기에 우연히 등장한 것이지, 계획해서 나타난 게 아니라는 것이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장기 투자를 기본으로 하는 자산운용 시장에서 특정 자산의 시장 상황이 악화하는 것을 이유로 투자 대상을 변경하는 단기 운용 전략을 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지난해부터 주식 시장이 크게 하락한 것은 맞지만, 이를 내다보고 부동산 펀드를 준비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