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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건설이슈]“누구를 위한 신도시냐”…뿔난 수도권 서북부 주민

김기덕 기자I 2019.06.01 07:00:00

고양 일산·파주 운정·인천 검단 등 주민 대규모 집회
“서울 거리 멀고 광역 교통망 개발 더뎌 베드타운 전락”
3기 신도시 소유주들도 ‘강제 수용’ 우려 목소리 높여

경기도 일산·운정 주민들이 지난달 25일 고양시 일산 동구청앞에서 3기 신도시 지정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연합뉴스 제공)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정부의 3기 신도시 발표에 따른 후폭풍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습니다. 특히 경기도 서북부 권역에 속한 고양 일산·파주 운정·인천 검단등 1·2기 신도시 주민들은 ‘3기 신도시 계획 원점 재검토’를 주장하며 결사반대에 나선 상황입니다. 집회 규모가 매주 눈덩이처럼 불어나 이젠 1만명에 육박할 정도입니다.

3기 신도시 지정 논란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지고 있습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최근 “서울 집값 잡으려다 수도권, 인근 신도시 집값을 다 잡을 것 같다”며 “3기 신도시를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한다”며 여당과 청와대에 정치 공세를 퍼붇기도 했습니다. 과연 신도시 계획을 총괄하는 국토교통부가 성난 민심과 정치권의 반대를 무릅쓰고 계획대로 신도시 지정 및 조성에 성공할 수 있을까요?

사실 3기 신도시 조성은 아직 갈 길이 먼 게 사실입니다. 국토부는 예상대로라면 내년 지구 지정과 토지보상을 거쳐 2021년 지구 계획, 2022년부터는 순차적으로 입주자모집(분양)에 나서야 합니다. 그러나 앞서 2003년 발표됐던 2기 신도시 조성이 아직도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일각에서는 3기 신도시 조성까지는 최소 10년 이상 걸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주민 반발입니다. 정부가 3기 신도시로 발표한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인천 계양, 고양 창릉, 부천 대장 지역은 대부분 기존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있던 곳으로 그동안 재산권 행사가 어려웠던 지역이였습니다. 이 일대 소유주들은 ‘토지 강제수용’을 우려하며 반대 목소리를 점차 높이고 있습니다. 특히 서북부 일대 3기 신도시 인근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거센 상황입니다. 정부가 10년 넘게 수도권 광역교통망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상황에서, 서울에서 훨씬 가까운 곳에 3기 신도시를 조성하면 인근 지역은 ‘베드타운’이 될게 뻔하다는 게 그 논리입니다.

실제 고양 창릉지구는 서울 권역인 은평구에서 1㎢ 가량 떨어져있지만, 일산은 10㎢ 거리에 있습니다. 또 경기 파주와 동탄을 잇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A노선은 10년 간 표류하다 지난해 말 착공식을 열었지만, 아직 첫 삽을 뜨지 못했습니다. 3기 신도시 교통대책으로 발표한 고양선(새절역~고양시청역)도 결국 서부선(새절역~서울대 입구)과 연결해야 하는지라 완공 시점을 정확히 특정지을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서울 용산에서 고양 삼송지구를 연결하는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 사업’은 최근 예비타당성 중간점검에서 경제성이 현저히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와 서북부 부동산시장에 대한 침체 우려를 더욱 높였습니다.

이에 따라 일산, 검단, 운정 등 신도시 주민들은 다음 달에도 대규모 집회를 이어갈 계획이다. 또 3기 신도시 수용 예정 주민 등이 속한 경기도 남양주시 다산신도시 총연합회도 오는 2일 신도시 반대 ‘촛불 문화제’를 열 예정입니다. 물론 이들의 집회에 대해 집값 하락을 우려한 ‘집단 이기주의’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한 수단으로 3기 신도시 계획을 내놓았지만, 앞서 계획됐던 1·2기 신도시들에 대한 충분한 자족 기능 확보와 교통망 확충 없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도 일정 부분 인정해야 할 사실입니다. 국토부가 정책 불신감을 해소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이고 현실적인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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