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차 비중이 줄어드는 것은 국산차와 수입차 모두에게 공통적인 사항입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가 발표한 최근 통계에 따르면 지난 1분기에 판매된 수입차에서 디젤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30% 안팎입니다. 2016년 58.7%에서 2017년 49.3%로 감소하더니 더욱 쪼그라든 것입니다.
국내도 비슷합니다. 업계 등에 따르면 현대·기아자동차가 작년 국내에서 판매한 승용차와 레저용차량(RV) 101만3259대 중 디젤차는 전체의 33.8%를 차지했습니다. 2015년 41.9%까지 치솟기도 했으나 몇년 새 후퇴했습니다.
디젤차 인기가 시들해진 이유는 어쩌면 ‘자승자박’입니다. 자동차 업계가 스스로 신뢰를 잃어버린 탓이 큽니다. 지난 2015년 터진 폭스바겐 디젤게이트와 작년 여름을 달궜던 BMW화재사태 등이 대표적인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폭스바겐 디젤게이트는 여전히 회자될 정도로 전세계 소비자들에게 배신감을 안겼습니다. 간단히 요약하면 폭스바겐이 배출가스 인증을 통과하고자 부정 소프트웨어를 설치한 사례가 발각된 것입니다. 국내 정부도 자체 조사를 착수할 정도로 전세계적인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당시 사건의 여파로 유럽은 디젤차 규제를 대폭 강화하기 시작합니다. 꾸준히 사용해 오던 NEDC(유럽연비기준)에서 기준을 강화한 WLTP(국제표준시험법)을 도입했습니다. 점점 규제를 맞추기 어려워지자 유럽 자동차 업계들은 디젤차 대신 전기차·하이브리드 등 친환경차로 눈을 돌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국내에서 작년 발생한 BMW화재사태도 소비자들이 디젤차에 돌아선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습니다. 35도를 육박하는 폭염에 520d 시리즈가 연이어 화재를 일으키며 ‘불자동차’라는 굴욕의 별명을 얻기도 했습니다. 화재 원인으로 지목된 EGR(배출가스 순환장차)이 배출가스 규제를 맞추기 위해 도입하기 위해 탑재한 것으로 알려지며 디젤차에 대한 반감은 더욱 커졌습니다.
여기에 미세먼지 주범으로 디젤차에 대한 인식은 추락했습니다. 관련해선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디젤차를 주력 생산해왔던 업체들은 ‘우리만 원인은 아니다’ ‘억울하다’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디젤차가 최근 불러일으킨 논란을 종합적으로 생각할 때 소비자들의 외면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으로 보입니다. 디젤차 업계가 신뢰를 회복하고 다시 업계 주도권을 가져갈 수 있을 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