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北비핵화 방식은 빅딜 뿐"…美 '포스트 하노이' 전략 공식화

이준기 기자I 2019.03.12 05:15:05

"모든 게 합의될 때까지 합의 없다"…'동시적·단계적' 수용 불가
"외교 살아 있어…북한의 다른 미래 원해"…대화의 끈 이어가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면밀 주시 중"…핵정책 컨퍼런스 참석
"북 비핵화, 트럼프 첫 임기 내 목표"…사실상 2021년 1월 제시

사진=연합
[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북한의 비핵화 전략과 관련,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11일(현지시간) 최근 북한의 동창리 미사일발사장 복구 파문에도, 대화의 끈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거듭 분명히 했다. 다만, 비핵화 방식은 단계적·동시적이 아닌 ‘일괄타결’ 식 빅딜 전략을 구사하겠다는 의지를 공식화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 같은 비핵화 방법론은 그동안 비핵화 실무협상을 담당했던 스티븐 비건(사진)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의 입을 통해서 나왔다. 따라서 지난달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간 제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미국 측의 ‘포스트 하노이’ 대북(對北) 전략을 공식화한 것으로 읽힌다.

◇“핵연료 사이클의 모든 영역, 제거해야”

비건 특별대표는 이날 워싱턴D.C.에서 열린 카네기국제평화기금 주최 핵 정책 콘퍼런스 좌담회에 참석, “북한 비핵화를 점진적으로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은 물론, 한국 정부까지 요구해온 ‘동시적·단계적’ 비핵화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더 나아가 “모든 것이 합의될 때까지 아무것도 합의될 수 없다”며 ‘빅딜’ 수용을 압박했다. 전날(10일) 미국의 안보사령탑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대북 ‘빅딜 제안 수용’ 압박과 궤를 같이하는 언급이다.

비핵화 대상에 대해서도 비건 특별대표는 “핵연료 사이클의 모든 영역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했다. 북한 내 모든 핵분열 물질과 핵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물론, 대량살상무기(WMD)의 제거 및 파괴를 지칭한 셈이다.

비건 특별대표는 비핵화 일정도 내놓았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인위적인 시간제한을 설정하지 않았다”면서도 “대통령의 첫 임기 내에 달성하고 싶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인 오는 2021년 1월까지 비핵화를 완료하는 게 목표라는 얘기다. ‘선(先) 비핵화·후(後) 제재완화’ 원칙도 재확인했다. 그는 “대통령은 제재를 원하지 않고 해제하고 싶어하지만, 우리는 그럴 위치에 있지 않다”고 했다.

다만, 비건 특별대표는 “우리는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위해 북한과 계속 협력할 것이며, 북·미 간 긴밀한 대화가 지속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대화의 문을 열어뒀다. 이어 “미국이 원한 만큼 진전하진 않았지만, 여전히 외교는 살아 있다”고도 했다. 그는 “우리는 북한과 다른 미래를 원한다”며 북한의 비핵화에 따른 경제발전 약속도 재차 확인했다.

◇“미사일 발사장 재건, 심각하게 여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장 재건 파장과 관련, 비건 특별대표는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카드를 의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그는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을 통해 로켓 또는 미사일 시험은 생산적인 조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메시지를 발신했다”고 했다. 지난주 사흘에 걸친 트럼프 대통령의 ‘실망’ 발언이 대북 ‘경고성 발언’임을 확인한 것이다.

북한을 전문적으로 분석하는 워싱턴 싱크탱크인 38노스는 7일(현지시간) 전날 촬영된 상업 위상사진을 토대로 미사일 발사대와 엔진시험대 재건 공사가 빠르게 진척되고 있으며, 정상가동 상태로 회귀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같은 날 또 다른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석좌와 조지프 버뮤데즈 연구원이 북한 전문 사이트 ‘분단을 넘어’에 올린 보고서도 북한이 서해 발사장에서 발사대와 수직 엔진 시험대의 주요 부품들의 복구를 계속하면서 이를 정상가동 상태로 되돌렸다고 쓰여있다.

비건 대표는 2차 정상회담 결렬에도,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톱다운’으로 정의되는 작금의 북·미 대화 방식을 이어가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는 “톱(top) 레벨 대화가 실무급에서 우리의 아이디어를 시험과 격차를 좁힐 수 있는지 볼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고 것이 대통령의 생각”이라며 “대통령은 그것을 배제하지 않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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