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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위는 내부 조율에 실패했다. 특위는 출범 때부터 ‘한지붕 2가족’ 구조였다. 시작 전부터 민간위원인 교수들과 정부위원인 기획재정부 간 엇박자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예상대로였다. 이견은 갈수록 커졌다. 특위가 작년 7월 권고안을 내자마자 기재부는 언론에 “검토한 바 없다”며 뒤집었다. 민간위원들은 세법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는 기재부 이기주의라고 꼬집었고, 기재부는 민간 위원들의 독선적 의사 결정 문제라고 반박했다.
특위는 외부와의 소통에도 실패했다. 공론화 기구로 출범했지만 밀실 논의가 이어졌다. 지난 10개월 간 대국민 토론회는 1번, 기자간담회는 2번에 그쳤다. 특위를 찾아가도 문전박대하기 일쑤였다. 특위는 작년 6월14일 보유세 취재에 나선 기자들을 보자 사무실 문부터 잠갔다. 이후 특위는 작년 7월 금융소득 종합과세 증세안을 기습적으로 발표해 논란만 자초했다.
그렇다고 특위에서 이런 문제를 바꾸려는 열정·책임감도 느낄 수 없었다. 민간위원 측은 “특위에 물어보라”, 특위로 파견 온 공무원들은 “얘기할 게 없다”, 기재부는 “모른다”라고 말했다. 의견수렴이 필요한 세법일수록 이 같은 답변만 나왔다. 작년 12월 한 특위 위원은 “회의에 안 간지 몇 달 됐다”고 말했다. 수개월 전부터 ‘파행 운영’이 돼 왔던 셈이다.
문재인정부나 차기 정부가 조세 개혁에 성공하려면 지난 10개월간 재정특위가 보여준 모습과 정반대로만 하면 된다.
먼저 국민 눈높이에서 충분히 소통했으면 한다. 민간과 정부위원이 충분히 조율해 한 목소리로 권고안을 제시했으면 한다. 그리고 열정 있는 전문가를 위원으로 섭외해 조세개혁 권한·책임을 부여했으면 한다. 그래야 유명무실한 위원회를 운영하느라 돈은 돈대로 쓰고 국민들 피로감만 높이는 일을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