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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실리콘밸리에 진출한 에너지 기업인 인코어드 테크놀로지스의 최종웅(사진·61) 대표는 한국의 기업 환경에 대해 묻자 이같이 말했다. 최 대표는 지난 11일(현지 시간) 인코어드 사무실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우버 도입에 택시가 반발한 것처럼 혁신과 기득권의 갈등이 한국의 에너지 시장에서도 불거지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LS산전 사장 출신인 최 대표는 인코어드를 창업하면서 세계적 투자자인 조지 소로스, 손정의 회장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해 화제가 됐다. 최 대표는 ‘에너톡’이라는 혁신 제품을 만들어 이 같은 투자를 이끌었다. 에너톡은 1초 단위로 가정의 전기 사용량, 전기요금을 알려주는 스마트미터(스마트 전력 계량기)다. 15분 단위의 스마트미터를 보급 중인 한전보다 빠르다. 핸드폰 알림 기능도 있어 전기료 폭탄을 피할 수 있다.
최 대표는 “미국은 이같이 1초 단위의 실시간, 쌍방향 유무선 통신의 스마트미터를 곳곳에서 사용하고 있다”며 “가정의 전기요금을 절약하고 에너지 효율을 높여주기 위한 전력회사 간 서비스 경쟁이 치열하다”고 전했다. 실제로 미국에는 스마트미터 개발 업체, 전력 빅데이터 분석기업, 에너지 컨설턴트, 전력중개사업자(어그리게이터) 등이 활성화돼 있다.
하지만 사업 수완이 좋은 최 대표조차도 한국 시장에 대해선 손사래를 쳤다. 미국과 다른 기업 환경 때문이다. 최 대표는 “한국은 한전만이 전력을 판매해 시장을 독점한 구조”라며 “이런 구조에선 소비자를 위한 서비스 경쟁을 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심지어 한전이 스마트미터를 보급하기로 한 가구 중 1600만호(6월 기준)는 아직도 기계식 계량기를 쓰는 실정이다.
최 대표는 “스타트업이 에너지 혁신 아이디어가 있는데 거대 공기업이 뒤늦게 이 사업에 뛰어들기도 한다”며 “이런 상황에선 한전에 납품하며 기득권을 유지하는 업체들이 생길 수밖에 없다. 25년 전 기술로 제품을 팔려는 곳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구조 때문에 한국에서 혁신 제품이 살아남기 힘든 구조라는 게 최 대표의 진단이다.
최 대표는 정부에 3가지를 제언을 했다. 최근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문재인정부 2기 경제팀이 꾸려진 상황이다. 최 대표는 “에너지 분야 등 새로운 혁신 기술을 마음껏 테스트 해볼 수 있는 지역을 설정해 줬으면 한다”며 “이렇게 해야 IT와 접목한 신기술이 많아지고 산업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최 대표는 “우리나라는 에너지 공기업에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이 납품하는 구조로 갑을 관계”라며 “앞으론 공기업이 스타트업과 함께 지분을 투자해 조인트 벤처회사를 만들었으면 한다. 일본의 선례처럼 ‘파트너 시스템’을 도입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최 대표는 “태양광, 전기차 보급이 확대될수록 전력 사용을 실시간으로 분석해야 한다. 미국은 모든 데이터를 가져와 전기차가 전력망에 끼치는 여파를 연구하고 있다”며 “에너지 기업이 미국에 진출하려면 데이터 기반이 탄탄해야 한다. 새만금 신재생 프로젝트도 정확한 데이터에 기반해 의사 결정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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