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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목포 종합수산시장에서 만난 상인 지정자(79·여)씨는 생선 머리를 다듬으며 이번 지방선거가 과거의 선거들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30년째 종합수산시장에서 장사를 해오고 있지만 이번 지방선거처럼 후보자들이 유세차량을 이끌고 대규모로 유세하러 온 것은 드물었다는 것이 지씨의 전언이다.
목포는 지금껏 민주당 계열의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는 경향이 짙어 한 후보가 쉽게 당선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만큼은 다르다. 전남중앙신문이 지난 4~5일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목포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선 박홍률 민주평화당 후보가 40.5%의 지지율로 김종식 민주당 후보(27.7%)를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하지만 민주당도 자신을 “목포의 적통”이라고 부르고 있는 만큼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목포시민들은 선거 열기가 그 어느 때보다도 거세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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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평화당은 지난 7일 박지원 의원과 정동영 의원 등이 총출동해 목포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이날 오후 용해동 포미 아파트 사거리에는 박지원, 정동영 의원 등의 유세연설을 듣기 위해 모인 시민들로 북적였다. 시민들 80여명은 박 후보의 이름이 나올 때마다 두 손을 높이 들고 “박홍률”을 연호하는 진풍경을 만들어냈다.
민주당도 다음날인 8일에 추미애 대표와 홍영표 원내대표 등이 김종식 목포시장 후보의 선거 사무소에 모여 지지율 반등을 위해 힘을 모았다. 비록 추미애 대표가 민주노총 전남지부의 기습시위에 막혀 오랜 시간 유세를 이어나가지는 못했지만, 상인들 50여명은 잠시 가게를 비워둔 채 김 후보의 유세연설을 듣기 위해 시장 입구에 모였다. 상인들은 김 후보의 연설에 박수와 함께 “민주당”을 외치며 호응했다.
목포역 건너편에 있는 젊음의 거리에서 만난 이모(62·여)씨도 유세가 경쟁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지금 분위기가 놀랍다고 했다. 20년째 목포에서 요구르트를 판매하면서 목포 구석구석을 다녀봤지만 이렇게 유세차량이 많고 유세 연설이 곳곳에서 일어난 적은 없었다고 이씨는 주장했다. 그는 “유세를 하도 많이 한께 사람들이 싹 그리 몰려가브러서 요구르트 사는 사람은 줄었제”라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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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과 달리 달아오른 선거 열기에 유권자들은 복잡한 계산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목포 종합수산시장에 장을 보러 나온 주부 차영림(59·여)씨는 어떤 후보에게 마음이 가냐는 질문에 “끝까지 가봐야 하제”라며 즉답을 피했다. 차씨는 그러면서도 “여그는 원래 민주당 밭인께 민주당 후보를 찍지 않것어”라고 넌지시 일러줬다. 목포가 지금까지 찍어온 민주당을 차마 버릴 수 없다는 것이 호남 사람들의 대부분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동시에 이번만큼은 민주당에 표를 줘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목포역에서 만난 김동욱(60)씨는 “이번에 민주당을 뽑아주면 호남은 버림받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민주당이 정권을 잡은 만큼 전국의 지지를 받기 위해서 호남이 우선순위가 밀릴 수도 있다는 걱정이다. 김씨는 “주위에서도 호남 홀대론에 대한 트라우마가 다시금 생각나고 있어서 민주평화당에 투표해야지 않겠냐는 말들이 많다”고 귀띔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어떤 정당의 후보에게 투표할 것이냐는 구도 자체가 불편하다는 시각도 많았다. 택시기사 최상호(61)씨는 “지난 지방선거 때 박홍률 시장이 민주당으로 나온 게 아니고 무소속으로 나왔는데 뽑히지 않았느냐”며 반문한 뒤 “호남은 이사람 몰아준다하믄 다 몰아줘블제. 이번에도 어떤 사람이 목포시장으로 잘할 것인지가 중요하지 당을 보고 뽑아주지 않을 것이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