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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장하준(55)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다소 독특한 위치에 있는 경제학자다. 한국에서는 특히 그렇다. 복지 확대를 주장하면서 대기업집단을 옹호하는 그는, 그래서 보수와 진보 진영에서 동시에 공격 받는다. 한편에서는 보수와 진보를 아우른다는 평가도 받는다.
그에게 뮈르달상(2003년)을 안겨준 ‘사다리 걷어차기(Kicking away the ladder)’는 강렬했다. 1980년대 이후 당연하듯 받아들여졌던 미국식(式) ‘시장 만능주의’에 대한 의구심. 실제 2008년 그 심장부에서 금융위기는 터졌고, 장 교수의 통찰력은 더 주목 받았다.
“문제는 미국 투자자들이나 경영대 교수들의 주주자본주의적 시각을 그대로 믿는다는 겁니다. 대기업집단의 사업 다각화는 나쁘다고 하는 게 대표적이지요. 하지만 구글 같은 곳도 굉장히 다각화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의 최근 저서인 ‘경제학 강의(Economics, the user’s guide)’까지. 관통했던 화두는, 결국 한 나라의 경제는 어떻게 해야 발전하는가였다. 언제부턴가 한국 경제는 ‘따뜻한 항아리 속 개구리’ 혹평을 듣고 있다. 그런 와중에 이념 갈등은 더 심화하고 있다. 한국이 낳은 석학으로 꼽히는 장 교수의 처방전은 무엇일까. 이데일리는 지난달 27일 밤, 장 교수와 1시간30분가량 전화 인터뷰를 했다.
“韓 대기업집단, 아직도 순기능 크다”
-요즘 근황은 어떤가.
△현재 준비하는 책은 없다. 주요 연구주제인 산업정책을 다각도로 보고 있다. 새로운 기술들이 산업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도 연구하고 있다.
-한국 경제의 구조적 저성장 우려가 크다.
△성장 침체 문제가 상당히 심각하다. 과거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달러 이하였을 때 성장은 생사의 문제였는데, 지금은 예전만큼 성장이 중요하지 않은 건 사실이다. 다만 문제는 고도성장기 때 연 6~7% 가뿐히 성장하다가, 외환위기 이후 2~3%대로 급전직하했다는 점이다.
-왜 그렇게 됐나.
△외환위기 이후 퍼진 시장주의가 경제 성장의 힘을 해쳤기 때문이다. 그런 체제가 한 번 잡히면, 예를 들어 외국인 자본이 들어와서 휘젓고 다니면 곧바로 다 나가라고 할 수는 없다. 현재 상황에 맞게 규제를 할 건 하고 규제를 풀 건 풀어서, 성장 동력을 어떻게 회복하느냐가 정말 중요한 과제다.
-요즘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화제다.
△엘리엇이 국내에 들어와서, 말하자면 휘젓기 시작한 것 같다. 결과는 예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엘리엇이 현대차(005380)와 대한민국의 미래에 관심이 있겠는가. 이슈화해서 주가를 높이고 돈 벌고 나가면 그만이다.
-외환위기 이후 이런 경향이 더 심화한 건가.
△그렇다. 외국인 자본이 많이 들어오면서 한국 기업들의 단기 경영 압력이 높아졌다. 지금 주식시장은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는 곳이 아니라, 기업의 자금을 빼가는 곳이 됐다. (이런 식의 주주자본주의는) 미국과 영국이 원조인데, 우리나라도 많이 뿌리를 내렸다. 한국 기업들이 외환위기 이후 투자를 훨씬 덜하는 것도 이 때문으로 본다. 기업들이 새로운 산업에 한 번 도전하겠다는 게 잘 보이지 않는다.
-다른 나라들은 어떤가.
△과거 주식시장이 생긴 이유가 있다. 19세기 산업혁명 때만 해도 주식 발행이라는 게 어디있나. 친구들 몇 명 끌어들여 기업을 설립하는 거다. 그런데 점점 투자 규모가 커지니 자금을 조달해야 했고, 소액주주들을 받아야 했다. 유한책임회사를 세워 투자한 돈 외에는 안 물어내도 된다 그거다. 그 이전의 파트너십은 무한책임회사여서 잘못되면 집도 팔아야 했다. 문제는 소액주주들이 기업에 대한 충성심이 없다는 거다. 그래서 항상 갈등이 있었고, 많은 나라들이 소액주주에 기업이 휩쓸리지 않도록 제도를 만들었다.
-어떤 사례가 있는가.
△5대째 세습 경영을 하는 스웨덴 발렌베리도 차등의결권을 도입하고 있고, 미국 실리콘밸리의 첨단기업들도 마찬가지다. 프랑스는 기업의 장기 투자를 독려하려고 주식을 2년 이상 보유하면 2개의 의결권을 주는 식으로 차등의결권을 채택하고 있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방법이 없는 게 아니다. 프랑스가 2년 이상 보유할 때 2개의 의결권을 주면, 우리나라는 한 발 더 나아가 그보다 더 많이 주면 된다. 어느 나라 모델이 옳다 이런 것 보다는, 한국이 이런저런 목표를 이루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살펴야 한다. 외환위기 이전으로 완전히 되돌릴 수는 없다. 하지만 필요한 게 있다면 (기업 경영권을 방어하는)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
-기업의 전략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나.
△다각화한 기업집단으로서 재벌은 순기능을 많이 했다. 과거만큼은 아니지만 아직도 할 게 많다. 신기술이 쏟아지는데, 그걸 하려면 기업집단 내에서 이윤을 내는 산업이 못 내는 산업을 보조하는 게 도움이 되고 필요하다. 구글을 보라. (검색 엔진 외에) 무인자동차, 생명과학, 우주사업 등 굉장히 다각화하지 않나.
-삼성전자(005930)도 그런 사업모델을 갖고 있다.
△그렇다. (다른 사업이 부진할 때 반도체가 메워주는 식으로 되는 게) 좋은 예다.
-그럼에도 오너경영에 대한 비판은 있다.
△가족경영은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걸 하루아침에 없애려고 하면 순기능이 있는 대기업집단 구조가 와해될 수 있다.
-결국 장기 투자가 관건인가.
△한국은 새로운 성장 동략을 만들기 위한 새로운 틀을 짤 때가 왔다. 현재 주력 산업들은 모두 1980년대~90년대 초 이전에 만들어졌다. 그 안에서 업그레이드를 많이 한 건 맞다. 하지만 철강과 조선은 물론이고, 스마트폰도 중국에 먹혀들어가고 있다. 그나마 괜찮은 게 반도체와 자동차인데, 그것도 시간문제다. 밑에서만 쫓아오는 게 아니라 위에서는 멀찍이 도망가고 있다.
“‘기업 생태계’ 살리는 산업정책 필요”
-산업정책 측면에서 어떻게 해야 하나.
△막연하게 정부가 간섭을 안 하면 기업이 알아서 잘 한다는 얘기가 있다. 현대 기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나온 말이다. 요즘 산업정책을 하는 학자들이 자주 하는 얘기가 ‘기업 생태계’다.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작은 정부’를 한다고 기업이 성장하는 게 아니다. 우리나라 정도로 경제 발전을 이룬 나라는 정부와 기업, 노동계, 금융계가 협력하지 않으면 성장은 불가능하다. 기업이라는 게 빌 게이츠 같은 천재가 갑자기 나타나서 생기는 게 아니다. 정부가 아무리 세금을 깎아줘도 노동자들 교육이 안 돼 기술이 없으면 고급 산업을 할 수 없다. 기업은 계속 투자하고 혁신하고, 노동자들이 안정된 환경에서 새 기술을 습득할 수 있도록 복지를 늘려야 한다. 연구개발(R&D) 기관들도 좋아야 하는데, 상업성이 없는 기초연구는 정부가 과감하게 해줘야 한다. 금융기관들도 장기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구조개혁의 틀을 바꿔야 한다는 것인가.
△구조개혁을 단순히 세금이 높으니 기업 할 맛 안 난다느니, 노동자 해고가 힘드니 규제 풀어달라느니 하는 차원에서만 얘기하면 안 된다. 장기적으로 보면 공짜는 없다.
-한국은 정권이 5년마다 바뀌는 불확실성도 크다.
△경제정책의 지속성을 생각하면 10년 정도는 정권을 잡을 수 있어야 한다. 10년 이상은 문제가 생길 수 있지만, 5년 중임제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최근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는 어떻게 보나.
△선진국도 사양산업이 있을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보호무역을 일부 할 수 있다. 문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말하는 건 미국은 잘하는데 중국이 속여서 그렇다는 건데, 이건 환상이다. 미국은 지난 30~40년간 금융자본주의 중심이 되면서 기업 생태계는 완전히 파괴됐다. 몇 개 산업에 관세 좀 보조해준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미국이 스스로 잘못해서 이렇게 된 건데, 중국에 불공정 경쟁을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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