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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동률 20% 안되는 군산공장 생산라인 또 스톱

노재웅 기자I 2018.02.09 05:01:00

군산공장 8일부터 가동 중단 시작
끝없는 실적 부진에 강성노조 리스크까지
올해 임금교섭도 조기 마무리 힘들 듯

[이데일리 노재웅 기자] 끝이 보이지 않는 실적 부진 악순환을 겪고 있는 한국GM이 결국 군산공장의 생산라인을 멈춰 세웠다. 미국 GM 회장의 강도 높은 발언으로 철수설이 재점화한 가운데, 공장은 물론 협력사와 지역사회에서도 한동안 잠잠했던 공장폐쇄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다.

8일 한국GM에 따르면 회사는 이날부터 이달 말까지 군산공장의 가동을 중단키로 했다.

앞서 설비점검 등을 이유로 최근 한 달간 생산라인을 멈춰 세웠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판매 부진에 따른 재고 소진을 명확한 이유로 내걸었다. 이번 군산공장 가동 중단은 매월 휴업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서 별다른 신차 투입 계획이 새로 잡히지 않는 이상, 한동안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GM 관계자는 “군산공장의 가동 중단은 지난해 1년 내내 이어져 온 생산성 하락 기조에 따른 결정”이라며 “신차 투입 등 뾰족한 대안이 생기지 않는 이상 정상화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월 5일만 일하고 월급은 80% 받아가”

실제 군산공장은 지난해부터 한 달에 5~6일만 근무하고, 나머지 기간은 생산을 중단하고 있다. 그럼에도 회사는 근로자들에게 평균 임금의 80%를 휴업수당으로 지급하고 있다. 노사가 정한 단체협약에 따른 것이다. 군산공장의 시간당 생산대수는 20대 수준으로, 가동률은 20%에 불과하다. 시간당 생산대수 60대로 가동률이 100%에 이르는 부평이나 창원공장과 대조적인 상황이다.

군산공장에서는 준중형 세단인 ‘크루즈’와 올해 단종 예정인 다목적차량(MPV) ‘올란도’를 생산하고 있는데 두 차종 모두 판매량이 크게 줄어든 상황이다. 한국GM은 최근 3년(2014~2016년)간 2조원에 달하는 누적 손실을 기록했다. 군산공장의 고정비용 손실 등을 고려하면 올해도 대규모 손실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렇게 판매 부진과 생산 하락의 악순환을 반복하면서도 한국GM의 ‘저생산·고임금 구조’는 계속 고착화하고 있다는 점도 GM 본사에서 가장 큰 불만 요소로 생각하는 부분이다.

한국GM의 1인당 평균 임금은 2013년 7300만원에서 2016년 8700만원으로 20% 올랐다. 한국GM 노조는 회사의 실적과 관계없이 임금 상승만을 위해 수차례 파업을 반복해왔다. 지난해에도 부분파업으로 진통을 반복하다 결국 연내 임금협상을 타결하는 데 실패하고, 해를 넘겨서야 매듭을 지을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노조는 기본급 인상과 함께 1인당 1050만원에 달하는 격려금과 성과급을 추가로 받아냈다. 적자 심화로 구조조정을 해도 모자랄 판에 성과급을 주는 곳은 글로벌 GM 어디에도 없다는 게 회사 측 관계자의 전언이다.

◇노조는 ‘물량확대·임금인상’ 마이웨이

철수설이 불거진 가운데 한국GM 노사는 지난 7일부터 2018년도 단체 교섭을 시작했다. 통상적으로 4~5월 사이 교섭이 이뤄졌던 점을 고려하면 매우 이르게 개시한 셈이다. 사측은 기본급 등 인건비 절감을 중심으로 한 요구안을 내건 상태지만, 노조는 이에 대한 동의 없이 국내 생산 신차 배정에만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이미 “신차 배정과 물량 확대 방안이 구체적으로 논의되지 않는다면 이달 내 교섭이 마무리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교섭 장기화 가능성을 예고했다.

노조에 따르면 올해 군산공장이 한국GM으로부터 배정받은 생산물량은 올 뉴 크루즈 1만6000여대에 불과하며, 이마저도 다시 축소가 검토되고 있다.

군산공장 한 관계자는 “인건비 삭감과 생산성 향상 등 뼈를 깎는 노력을 선제적으로 보여야 본사에 신차 배정과 추가 물량을 요구할 수 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며 “상황이 이런데도 일부 근로자들 사이에선 여전히 위기의식이 없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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