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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매물 정보 유통망이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정보 유통 속도가 빨라진 데다 공인중개사가 10만명을 넘어서면서 영업 경쟁이 치열해진 것도 허위매물을 양산할 수밖에 없는 요인으로 꼽힌다.
◇경쟁 치열한 중개업소…미끼매물 판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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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아파트를 사기 위해 공인중개업소 몇 군데를 방문한 김모씨는 “포털 사이트에 올라 있는 매물은 거의 ‘낚시성 매물’로 보면 된다”며 “워낙 매물이 없다 보니 일단 매물만 있으면 집도 보지 않고도 계약금을 보내겠다고 했는데도 집주인이 매도를 보류했다는 답변만 들어야 했다”고 말했다.
허위매물은 부동산 중개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다. 발품 팔아 ‘복덕방’으로 불리던 공인중개업소를 돌아다니며 집을 구하던 시절에서 1990년대 말 부동산 매물 정보 유통채널이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부동산 매물정보 사이트에 공인중개업소가 건당 일정 수수료를 내고 매물을 올리는 방식으로 쉽게 매물을 비교할 수 있게 되자 앞다퉈 오프라인 방문을 유도하기 위해 미끼매물을 올리는 것이다. 강남구 한 공인중개사는 “매수자들이 대부분 포탈 사이트를 보고 전화하기 때문에 온라인상에서의 경쟁이 치열하다”며 “정보유통이 온라인 위주로 돌아가면서 유통 속도도 빨라져서 실거래 신고를 하지 않았는데도 얼마에 계약했다는 소문을 듣고 확인하는 전화를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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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땅한 허위매물 근절책 없어
거래가 완료됐는데도 내리지 않은 방치매물도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중개사로서는 돈 들여 올려놓은 매물을 굳이 내릴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확인매물이지만 결국 살 수 없는 허위매물인 셈이다.
중개사들도 어려움을 토로한다. 양천구 S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하루가 다르게 호가가 뛰니 집주인도 가격을 올려 받고 싶을 것”이라며 “매수자가 우위일 때에는 집주인과 가격 조정이 가능하지만, 지금은 바로 원하는 가격을 받아주지 않으면 다른 부동산에 내놓겠다는 집주인들이 많다”고 전했다.
허위매물 근절을 민간 부동산 정보업체들이 해결할 방법은 많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부동산 정보제공업체들의 주요 매출원이 공인중개소인 만큼 일반소비자보다 고객인 공인중개소를 먼저 고려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이나 일본처럼 중개사 한 곳과만 거래하는 전속중개계약을 의무화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계약을 체결한 공인중개사는 본인만 가진 매물이기 때문에 허위매물을 올릴 이유가 없다. 대신 매물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사진을 야후재팬 같은 포털 사이트에 올리고 매매계약이 체결될 수 있도록 홍보 활동에 힘을 쓰게 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전속중개계약이 가능하지만 의무사항은 아니다. 국토부 관계자는 “중개업자나 의뢰인이 전속중개를 원하면 할 수 있는데 민간 특성상 별로 원하지 않기 때문에 이 방안은 좀 더 깊이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허위매물 문제 해결을 위해 고심하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은 2016년 중개 대상물의 표시·광고 규정에 ‘거짓·과장 광고 금지’ 조항을 신설하는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거짓·과장 광고를 하는 중개업자를 법적으로 처벌하고 등록 취소 등의 행정 제재를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공인중개사들의 반발로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