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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일중 기자] 탕! 탕!
공중을 가르는 두 개의 표적을 맞히던 20대 아가씨가 40대 주부가 된 지금 ‘좋은 엄마와 커리어 우먼’이라는 새로운 두 표적을 맞히기 위해 사회에 다시 발을 내딛었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사격 더블트랩(공중에 띄운 두개의 접시형 표적을 맞히는 클레이사격종목) 금메달리스트 출신으로 ‘자동차 딜러’라는 새로운 도전에 나선 이상희(40)씨가 그 주인공.
이 씨는 22일 이데일리와 만나 “아이들을 잘 돌보고 원하는 것을 해줄 수 있는 엄마, 고객과 진심으로 통하는 인정받는 딜러가 될 것”이라며 새 출발에 대한 설렘과 자신감을 드러냈다.
33세에 은퇴한 후 줄곧 전업주부로 살던 이 씨의 가슴을 뜨겁게 만든 것은 친한 언니의 권유로 지난해 참가한 ‘K퀸 콘테스트’였다. ‘K퀸 콘테스트’는 35세 이상 여성들이 참가해 스타일과 삶의 스토리를 겨루는 대회다.
그는 “그동안 집에서 아이만 잘 키우면 최고의 엄마라고 생각했었다”라며 “그런데 대회에 참가한 언니, 동생들의 활기찬 모습에 (집에만 있을 것이 아니라) 저들처럼 자신있게 움직여야겠다고 결심했다”라고 말했다.
1500명의 지원자 중의 한 명에서 예선을 거쳐 20명 만 오르는 본선무대까지 진출하면서 쌓인 자신감도 이런 결심에 한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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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씨는 올해 5월 집이 있는 남양주의 한 현대자동차 대리점에 입사하며 사회에 다시 발을 내딛었다. 하지만 입사하는 과정은 (입장 바뀐) ‘삼고초려’와 비슷했다.
그는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고 긍정적 에너지가 필요한 영업 분야가 적성에 딱 맞는다고 생각해 대리점의 문을 두드렸다”라며 “정말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다”고 돌아봤다.
하지만 입사문의를 위해 건 전화에서 대리점 대표는 “여성은 안 뽑는다”고 잘라 말했다.
이 씨는 ‘여성이라서 안 뽑는 것인지 어떤 사람도 안 뽑으려는 것인지 궁금해서’ 다시 전화를 했다. 이에 대표는 “인원도 모두 찼고 이전에 있던 여성 영업사원이 잘 하지 못해 아예 여성은 안 뽑기로 ‘못’을 박았다”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이 씨는 포기하지 않고 세 번째로 수화기를 들었다. 그는 “잘할 수 있을지 없을지 만나보고 판단해달라고 따졌다. 대표가 3번이나 전화한 사람은 없었다며 깜짝 놀라더라. 바로 만나 면접을 봤고 남다른 각오가 서있는 사람이라고 판단했는지 ‘못을 뽑을’ 시간을 달라고 했다. 그리고 2주 후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입사했다”고 회상했다.
이제 입사 5개월, 워킹맘 5개월차가 된 이 씨는 업무를 익히랴 초등학생 남매 챙기랴 눈코뜰새 없이 바쁘다. 하지만 마음은 가뿐하다.
“직원들이 여동생처럼 편하게 대해준다. 게다가 아직 사번이 나오지 않아 차를 팔 수는 없음에도 열심히 하는 제 모습을 보고 제게 차를 사고 싶다는 사람도 여러 분 생겼다”라며 “이 곳에서 열심히 일해 번 돈으로 아이들에게 좀 더 윤택한 혜택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즐거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과 같은 경력단절여성들에게 “세상에 나오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며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지 말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으면 길은 항상 열릴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상희 씨는 경북 경주시가 고향으로 아버지의 권유로 사격에 입문해 1998년 방콕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 2개,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에서 금과 은메달을 각각 1개씩 획득한 한국 클레이사격 간판스타 출신이다. 그의 아버지가 딸을 위해 경주에 국가대표 시설급 클레이 전용사격장을 만든 것은 유명한 일화다. 이렇듯 열렬한 후원자였던 아버지가 부산아시안게임을 불과 3개월 앞두고 암으로 돌아가셨지만 부친 영정에 금메달을 바치겠다는 신념으로 아픔을 이겨냈다. 170㎝의 훤칠한 키에 화사한 미소와 미모로 선수시절 인기가 높았다. 사격코치로 활동 중인 남편과 사이에 1녀1남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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