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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데일리 안승찬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백악관 내 ‘실세’로 통하던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를 전격 경질했다.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한 트럼프 정부의 방향에도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오늘이 (백악관에서) 배넌의 마지막 날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 캠프의 선거대책본부 최고경영자(CEO)로 영입된 배넌은 트럼프 정부 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휘둘렀다. ‘반(反)이민 행정명령’ 등이 배넌의 작품으로 알려졌다.
폭력적인 백인우월주의 시위대를 두둔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여러 편(many sides)에서 나타난 증오와 편견”이란 발언 역시 극우 활동가들을 지나치게 비난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배넌의 조언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배넌은 트럼프 정부의 핵심 아이디어인 ‘미국 우선주의’를 사실상 설계한 인물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도 더는 배넌을 감싸기 어려워졌다. 대통령이 인종주의를 두둔한다는 비판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됐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대안 우파의 상징적 인물인 배넌을 향한 비판이 쏟아졌다. “배넌은 내 친구”라며 감싸던 트럼프 대통령도 한계에 직면했다.
특히 배넌이 북한과 관련한 “군사적 해법은 없다”는 발언이 경질의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는 분석도 있다. 배넌은 지난 16일 진보성향의 온라인매체 ‘아메리칸 프로스펙트’와의 인터뷰에서 “누군가 (전쟁 시작) 30분 안에 재래식 무기 공격으로 서울 시민 1000만명이 죽지 않을 수 있도록 방정식을 풀어 내게 보여줄 때까지 군사적 해법은 없다”고 말했다. 이 인터뷰를 보고 트럼프 대통령이 격노했다고 CNN은 전했다. 자신의 “화염과 분노” 발언을 사실상 뒤집은 것이기 때문이다.
배넌의 퇴출은 트럼프 정부의 변화를 예고한다. CNN은 “배넌의 경질은 트럼프 대통령의 고립주의와 국수주의의 배후로 지목된 백악관 내 가장 논란이 있는 참모의 퇴출”이라며 “트럼프의 세계에서 배넌의 이데올로기가 더는 중심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배년의 경질이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백인들의 반발을 불러올 가능성도 있다고 보도했다.
배넌이 완전히 무대에서 사라진 것인지를 두고는 아직 뒷말이 많다. 배넌측 관계자는 백악관을 떠나기로 한 것은 오히려 배넌의 아이디어라고 주장한다. 그가 지난 7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사직서를 제출했고 이번 주 초 발표될 예정이었지만,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발생한 유혈 사태 때문에 지연된 것일 뿐이라는 것이다.
배넌은 자신이 만든 극우성향의 언론매체 ‘브레이트바트’로 복귀할 것으로 전해졌다. 배넌의 한 측근은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배넌은 백악관 밖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과제 추진을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