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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세월호 사태, 그 허망한 ‘1000일의 기억’

논설 위원I 2017.01.09 06:00:00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어느덧 1000일의 세월이 지났다. 인천항을 출발해 제주도로 향하던 세월호 여객선이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것이 2014년 4월 16일의 일이다. 수학여행을 가던 안산 단원고 학생들을 포함해 300명 이상의 사망·실종자가 발생함으로써 우리 사회에 슬픔과 분노의 경종을 울린 사고였다. 사망자들의 가엾은 영혼이 지금도 우리 주변을 떠나지 못하고 어디엔가 떠도는 것만 같다.

세월이 흐르면서 잊혀지는 듯했던 이 사고가 다시 현실 무대에 되살아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농단 탄핵사태로 인해 사고 당시의 ‘7시간 행적’이 새삼 주목받게 된 것이다. 청와대가 그때 제 역할을 했느냐는 의문이기도 하다. 유족들은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해 ‘세월호참사 국민조사위원회’를 발족시켰으며, 정치권에서는 제2기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는 논의도 진행 중이다.

분명한 것은 당시 정부의 총체적인 부실 대응으로 인해 사고 피해가 커졌다는 점이다. 엉뚱한 교신으로 구조시간이 지체된 데다 현장에 출동한 해경도 사태 파악을 제대로 못한 채 머뭇거리다가 골든타임을 놓치고 말았다. 선장과 선원들의 무책임 탓도 적지 않다. 이 사고가 최악의 인재(人災)로 기억되는 이유다. 그 증거인 세월호 선체는 아직 차가운 바닷속에 가라앉아 인양될 날만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사고와 관련해 근거없는 소문들이 나도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세월호 참사로 인한 우리 사회의 피로감만 키울 뿐이다. 세월호가 미국 잠수함과 충돌해 침몰했다는 주장이나 세월호가 실제로는 국정원 소유이며 박근혜 정부와 국정원의 계획적 음모에 의해 사고가 일어났다는 소문들이 그것이다.

이런 유언비어를 가라앉히기 위해서도 밝혀지지 않은 원인이 있다면 끝까지 밝혀내는 게 옳다. 그러나 사건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 탄핵사태에 조기 대선까지 맞물린 상황에서 각 정파마나 서로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끌어가려는 조짐이 엿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사고 발생 1000일을 맞는 오늘 진도 팽목항에는 노란 리본을 단 추모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질 것이다. 다시는 이런 사고가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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