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판의 진화]①모바일로도 안 돼.."쇼핑 캐디가 되어 드릴게요"

최은영 기자I 2016.06.17 06:00:00

구시대적 유통방식? IT 시대에 더 잘나가
방문판매 시장 15兆 육박
시간에 쫓기고 선택장애 앓는 현대인에 제격

[이데일리 최은영 기자]“인터넷과 모바일의 발달로 시장에는 제품 정보가 넘쳐난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소비자들은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는 경우가 허다하다. 방문판매원의 역할은 골프로 치면 캐디와 같다. 소비자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안내자 역할을 한다.”

여준상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21세기 방문판매원의 역할을 이렇게 정의했다.

방문판매는 판매원이 가정이나 직장 등을 돌며 상품을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흔히 외판(外販)이라고도 하는데, 구매자가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손님이 원하는 상품을 실제 보여주고 자세히 설명한다는 장점이 있다.

국내 방문판매의 시작은 화장품이었다. 아모레퍼시픽이 1964년 국내 최초로 방문판매 제도를 도입해 유통의 ‘혁신’을 이뤘다.

식품 쪽에서는 한국야쿠르트가 원조다. 1969년 창업 때부터 고객 대면 판매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지금도 전체 매출의 95%가 방문판매에서 나올 정도로 의존도가 크다. 이후 자동차, 서적, 보험 등으로 품목이 확대됐고, 최근에는 펀드 방문판매 사례까지 생겨날 정도로 관련 시장이 세분화되고 있다.

방문판매는 2000년대 들어 IT의 발달과 함께 구시대적인 유통 방식으로 필요성이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의 예상을 깨고 세상이 빠르게 변화하면 할수록 그 중요성이 덩달아 커져갔다.

현대인은 대부분 ‘시간결핍자’다. 시간에 쫓기는 삶을 산다.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소비가 줄고, 온라인에서 모바일로 무게 중심이 빠르게 옮겨간 이유도 그래서다.

오프라인 소비는 줄었지만 1인 가구의 증가로 유일하게 편의점과 같은 근거리 유통 매장은 승승장구하고 있다.

또 IT의 발달은 ‘선택장애’라는 후유증을 낳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보가 차고 넘쳐 선택의 갈림길에서 고민하고 방황한다.

IT시대, 방문판매가 주목받는 이유다. 고객의 시간과 장소의 제약을 고려해 맞춤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한다. 일종의 큐레이션 이다.

방문판매는 새로운 형태의 유통과 맞닥뜨리면서 성장세가 주춤한 적은 있어도 반세기 넘는 역사상 성장세가 꺾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국내 방문판매 시장 규모는 최근 성장 속도가 빨라져 연간 15조원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방문판매는 온라인 쇼핑이 제공하지 못하는 일대일 대면 서비스가 가능한, 불황에 특히 효과적인 판매 방식”이라며 “신규 고객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는 기존 고객과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요즘 같은 저성장 시대에 기업이 생존하려면 영업력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방문 판매는 기존 로드숍이나 온라인몰과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어 앞으로도 이를 활용하는 기업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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