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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꿈꿔왔던 일이다”(김재영), “감개무량하다”(김영욱), “레코드가게에 남의 음반만 사러갔지 우리 음반을 파는 곳이 생길 줄 몰랐다”(이승원), “음반은 음악가에게 기록과 같다. 내 나이에 할 수 있는 연주를 남겨 기쁘다”(문웅휘).
한국 현악사중주단 대표주자 ‘노부스 콰르텟’이 결성 9년 만에 첫 음반을 냈다. 프랑스 아파르테 레이블에서 녹음해 전 세계 동시 발매됐다. 지난 2013년 KBS1 FM을 통해 낸 음반에서 수록곡 일부를 녹음한 적은 있지만 인터내셔널 앨범은 이번이 처음이다.
바이올리니스트 김재영(31)·김영욱(27), 비올리스트 이승원(26), 첼리스트 문웅휘(28)로 구성된 이들은 최근 서울 광화문 문호아트홀에서 기자와 만나 “이번 음반을 시작으로 더 좋은 연주를 기록으로 남기겠다”며 당찬 소감을 밝혔다.
음반에는 안톤 베베른의 ‘느린 악장’과 베토벤의 현악4중주 11번 ‘세리오소’, 윤이상의 현악4중주 1번, 한국민요 ‘아리랑’을 수록했다. 문웅휘는 “첫 음반인 만큼 우리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방향으로 정했다. 클래식 본가인 오스트리아 빈 출신의 작곡가인 베토벤과 베베른을 골랐다. 한국 작곡가로는 윤이상 이외에는 생각할 수 없었다. 또 앙코르로 자주 선보인 아리랑을 선택했다”고 귀띔했다.
이승원은 “유럽 관객들이 아리랑을 듣고 나서 눈물 흘리는 모습을 종종 목격한다”며 “아리랑 선율에 담긴 특유의 순수함과 슬픔에 공감하는 것 같다. 우리도 외국에서 살다 보니 한국에 대한 그리움이 있는데 그런 향수를 담았다”고 덧붙였다.
윤이상 현악 4중주 1번은 세계 최초 녹음이다. 베를린에 있는 윤이상재단의 도움을 받아 악보를 어렵게 구해 음반에 실었다. 김재영은 “처음 소리를 맞춰 봤는 데 그냥 ‘한국’ 자체더라. 1악장은 우리네 시골풍경을 천천히 둘러보는 느낌이고 2악장에선 민요에서 따온 듯한 선율이 흐른다. 3악장은 사물놀이 같은 한국적 소리가 잘 묻어 있어 이 곡을 고집했다”고 소개했다.
노부스 콰르텟은 아파르테 레이블과 석 장의 음반 계약을 했다. 다음 달 중순 파리에서 두 번째 앨범 녹음에 들어간다. 차이콥스키의 ‘플로렌스의 추억’과 현악사중주 1번을 녹음해 올 10월쯤 발매한다.
이들은 “2년 전만 해도 콩쿠르에 출전해 존재를 알리는 일에 몰두했다면 이젠 우리 실력을 증명해야 하는 더 험난한 시기가 왔다”며 “은퇴한 도쿄 콰르텟을 잇는 아시아 대표 4중주단으로 세대교체를 했으면 하는 욕심이 있다. 아시아인이 서양음악을 한다는 편견을 깨고 계속 더 커 나가고 싶다”고 웃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으로 2007년 결성된 노부스 콰르텟은 재작년 모차르트 국제 콩쿠르에서 1위를 수상하며 유명기획사 짐멘아우어에 소속됐다. 이후 해외 유명 콘서트홀과 페스티벌에 잇달아 초청돼 주가를 높이고 있다. 6월 라이프치히 바흐 페스티벌과 일본 산토리홀 실내악 가든 축제에 이어 8월 27일 피아니스트 손열음과 함께 고국 무대에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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