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서울시가 추진하는 서울역 고가 공원화 사업이 점점 꼬여가고 있는 분위기다. 지역 이슈가 정치적 쟁점으로까지 확대되면서 문제의 본질인 ‘안전’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원래 이 문제의 쟁점은 대체 고가도로였다. 지금의 서울역 고가를 보행로로 바꾸는 대신 이를 대체할 다른 고가도로를 만들어야 교통 통행에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게 마포·중구 주민과 상인들의 의견이었다.
박원순 시장은 지난 4월 중구 중림·회현동, 남대문시장, 용산구 청파동, 마포구 공덕동 등 서울역 고가로 인해 영향을 받는 지역을 직접 찾아가 주민들을 만나는 현장시장실을 운영하며 주민 설득에 나서기도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주민들의 반대가 어느 정도 수그러들고 긍정적인 여론도 일정 부분 조성됐다는 것이 안팎의 평가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 문제가 정치적인 이슈로 확대 재생산되면서 상황이 급반전됐다. 여당인 새누리당이 나서 반대하고 있고, 정부부처 역시 우호적이지 않은 입장이다.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여당 의원들은 서울역 고가 공원사업과 관련해 “박 시장이 일방적이고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서울시가 요청한 이 사업 관련 교통대책 심의를 두 차례나 보류했다. 서울시는 이 같은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국토교통부에 도로 노선 변경 관련 유권해석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런데 기억해야 할 것은 이 사업이 개발이 아닌 안전 문제에서 출발했다는 점이다. 1970년에 만들어진 서울역 고가도로는 2006년과 2012년 2차례의 정밀안전진단에서 D등급을 받으면서 “수명이 올해까지”라는 판정을 받았다. 실제로 지난해 1월에는 서울역 고가의 콘크리트 바닥판 일부가 도로 하부로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정치권이 공방을 벌이고 있는 동안에도 서울역 고가는 점점 더 낡아지고 있고 시민들의 위험은 커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박 시장과 서울시가 할 일은 분명하다. 일의 필요성이 명확하다면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라도 사업을 강행하는 결단력을 보여줘야 할 시점이다. 공원화가 문제라면 시민의 안전을 위해 ‘고가 철거’라는 통큰 결정을 내릴 필요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