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하지나 방성훈 기자] 전문가들은 무리한 행정처분이 남발되는 원인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 권력’을 꼽는다.
기업활동이 위축되고, 국민 혈세로 환급금을 지급하는 등 심각한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국가기관의 무리수가 반복되는 것은 책임자와 기관장 등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 허술한 국가 시스템의 산물이라는 지적이다.
재임기간 중엔 정권 입맛에 맞추기 위해 무리수를 둬가며 실적을 쌓으려 하지만, 옷을 벗은 뒤에는 ‘나몰라라’ 하는 기관장들의 무책임한 행태도 같은 맥락이다.
이에 따라 이미 집행한 행정처분에 대해 관련 당사자의 실명을 붙여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거나 국민감사청구 등 국민친화적 제도를 통해 사후 철저한 보완책을 마련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해야”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규정에 어긋나게 권력을 남용하고, 그 결과 소송에서 패소하는 등의 사고가 발생할 경우 관련 책임자를 대상으로 징벌적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등 엄벌을 가해야 할 것”이라며 “책임소재를 명확히 해야 국가기관의 무리한 행정처분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강력한 책임을 묻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비롯해 실명제, 사후평가시스템 등 강도 높은 예방장치를 마련해 임기를 끝낸 기관장· 관련 책임자도 책임을 지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안 교수는 “징벌적손해배상 등이 도입된다면 무리해서 성과를 낼 가능성도 줄어들고, 소신있게 행정업무를 수행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하지만 과도한 처벌이 낳을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높아진 처벌 강도가 자칫 공직자들의 업무추진 의지를 꺽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너무 책임을 묻다 보면 오히려 아무것도 안하려고 할 수도 있다”면서 “반복적으로 무리한 행정처분을 했거나, 규정에서 과도하게 벗어난 수준에 한해서 제재를 가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당수 전문가들이 강력한 제재 수단 도입에 대해선 공감대를 형성하면서도, 행정당국의 자구 노력을 우선순위에 둬야 한다며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피력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국민감사청구 등 활성화해야”
임제혁 법무법인 메리트 변호사는 “법원이 환급이나 반환에 대한 판단을 최종적으로 내렸다면 절차적인 하자가 있거나 실체법적으로 징수사유가 없는데도 과도한 처분을 내렸다는 것”이라며 “사회적 비용을 아끼는 것도 행정당국의 의무인 만큼, 공무원들 스스로 과징금 부과대상에게 보다 적극적으로 소명을 듣고, 절차적 하자도 없애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현숙 한국법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공무원은 순환보직이기 때문에 업무 전문성이 떨어지는 등 필수불가결한 측면이 있다”면서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거나 처분기준이 불명확해 승소율이 하락하는 경우라면, 과거 유사한 상황에 대해 어떤 처분을 내렸는지 참고자료를 모아 업무지침 형식으로 알려주는 등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현수 건국대 법학과 교수도 “행정소송의 경우 시간과 비용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면서 “국가기관의 견제기능을 활용해 감사원의 국민감사청구나 국민권익위원회의 옴부즈만 등과 같은 국민친화적인 제도를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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