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이데일리 이정훈 특파원] 뉴욕증시가 사흘 연속으로 혼조세를 이어갔다. 엇갈린 기업 실적과 계속된 연방준비제도(Fed)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우려, 눈폭풍에 따른 거래 부진 등이 조정장세를 연장시키는 모습이었다.
21일(현지시간) 다우지수는 전거래일대비 44.12포인트, 0.27% 하락한 1만6414.44로 장을 마감했다. 반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5.10포인트, 0.28% 오른 1843.80을 기록했고, 나스닥지수는 전일보다 28.18포인트, 0.67% 뛴 4225.76을 기록해 상대적으로 강했다.
이번주 4분기 어닝시즌이 본격화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기업 실적에 집중된 가운데 주요 기업들의 실적이 엇갈린 모습을 보인 것이 시장 혼조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
미국내 2위 이동통신사인 버라이즌 커뮤니케이션스가 4분기에 시장 기대를 웃도는 실적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3위 항공사인 델타항공과 셰일가스 장비 1위 업체인 핼리버튼 등의 실적이 호조를 보였지만, 존슨앤존슨과 트래블러스 등의 실적은 부진했다.
미국에서는 경제지표 발표가 없는 가운데서도 유로존에서 3분기 집값이 9분기만에 최고의 상승률을 기록한 반면 독일의 ZEW 투자자 신뢰지수는 예상밖의 조정세를 보이는 등 지표도 엇갈렸다.
또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준이 1월말에 있을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양적완화 규모를 또다시 100억달러 축소할 것이라고 보도하며 시장에 악재가 됐다.
개별 종목별로는 양호한 4분기 실적을 내놓았던 버라이즌 커뮤니케이션스가 실패한 인텔의 인터넷 TV 사업을 2억달러 미만으로 인수하고, 영국 보다폰그룹으로부터 버라이즌 와이어리스 잔여 지분을 인수하기로 하면서 주가가 2% 가까이 하락하고 말았다.
또한 대표적인 보험사인 트래블러스 컴퍼니즈는 4분기 이익 증가세가 정체됐다는 소식에 2% 정도 하락했고, 존슨앤존슨 역시 올 실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면서 주가가 1% 이상 떨어졌다.
반면 양호한 4분기 실적과 승객당 요금 상승을 기록했던 미국 3위 항공사인 델타 에어라인은 3.38% 상승했다. 행동주의 헤지펀드 매니저인 댄 롭이 이끄는 써드포인트가 13억달러 어치 지분을 인수했다는 소식에 다우케미칼도 6.7% 이상 올랐다. 알코아 역시 JP모건이 투자의견을 상향 조정한 덕에 7% 가까이 급등했다.
◇ IMF 이코노미스트 “연준發 금융시장 불안에 큰 우려
연방준비제도(Fed)의 출구전략에 따른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와 자본 유출입은 여전히 심각한 걱정거리라고 국제통화기금(IMF) 올리비에 블랑샤르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주장했다.
블랑샤르 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금융시장은 지난해 5월 연준의 전격적인 출구전략 일정 발표 이후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못했다“며 ”이후 연준의 커뮤니케이션과 장기간 저금리를 약속하는 포워드 가이던스 덕에 시장이 안정을 찾긴 했지만, 앞으로 이머징마켓에서의 자본 유출과 기관들의 포트폴리오 조정 등이 뒤따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연준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이 어느 정도 장기금리나 환율에 반영됐다고는 하지만, 여러 국가들에서 복잡한 자본 이동이 나타날 경우 다시 시장 변동성이 커질 위험은 남아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자산 버블로 인해 연준이 당초 예정보다 앞당겨 현재의 이례적으로 강한 통화부양기조를 앞당겨 철회할 가능성이 있을 수 있고, 이 경우 세계 금융시장과 경제에는 또다른 위험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앞서 보고서에서 IMF는 올해 세계경제성장 전망치를 기존 3.6%에서 3.7%로 0.1%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또 내년 성장률 전망치로는 3.9%를 제시, 세계 경제가 지속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신흥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5.1%로 지난해 10월 발표와 동일한 수준을 유지하면서 ”선진국의 경우 확장적 통화정책의 성급한 정상화는 아직 시기상조이며 신흥국은 잠재적 자본유출입 위험에 대비하고 긴축적 경제정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 버라이즌, 인텔 인터넷TV사업 인수..”2억불 미만“
미국 2위 이동통신 업체인 버라이즌 커뮤니케이션스가 실패한 인텔의 인터넷TV 사업부문인 ‘인텔 미디어’를 2억달러(약 2134억원)가 안되는 금액에 인수했다.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와 블룸버그통신 등을 종합하면 버라이즌은 인텔이 새롭게 준비해온 스타트업인 인터넷TV 사업부문인 인텔 미디어 자산 전체를 인수하기로 했다. 또 인텔에서 인터넷TV 사업을 준비했던 350명의 임직원도 버라이즌측이 떠안기로 했다.
이와 관련, 복수의 소식통들은 버라이즌이 인텔로부터 이 사업을 인수하는데 들어간 자금은 2억달러에 못미친다고 전했다. 시장에서는 인텔 미디어의 가치가 최대 5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점쳤었다. 이번 딜은 1분기내에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인텔은 그동안 인텔 미디어라는 자체 팀을 꾸려 온큐(OnCue) TV 서비스와 셋톱박스 등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인터넷TV 서비스 사업을 준비했다. 그러나 콘텐츠 공급 업체를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지난해부터 사업부문을 매각하기 위해 수소문해왔다. 버라이즌은 이번에 인텔 미디어를 인수함에 따라 기존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인 파이어스(FiOS) TV의 비디오 콘텐츠 제공업체들을 기반으로 차세대 비디오 서비스를 개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버라이즌-델타항공 실적호조..핼리버튼도 실적개선
미국 2위 이동통신사인 버라이즌 커뮤니케이션스가 4분기(지난해 10~12월) 흑자로 돌아섰다. 4분기중 순이익이 50억7000만달러, 주당 1.76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1년전 같은 기간의 42억3000만달러, 주당 1.48달러 순손실에서 흑자로 돌아선 것이다. 또한 이동통신 부문에서의 영업마진도 47%를 기록해 전년동기대비 5.6%포인트 높아졌다.
또한 미국내 3위 항공사인 델타 에어라인의 지난 4분기(지난해 10~12월) 순이익이 84억8000만달러, 주당 9.89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1년전 같은 기간의 700만달러, 주당 1센트에 비해 1000배 가까이 폭증한 것이다. 또한 일회성 항목을 제외한 조정 순이익도 5억5800만달러, 주당 65센트를 기록하며 전년동기의 2억3800만달러, 주당 28센트에 비해 2배 이상 급증했다. 또 주당 63센트였던 시장 전망치도 웃돌았다.
아우러 셰일가스 개발방식으로 각광받고 있는 수압식 서비스에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는 핼리버튼의 4분기(지난해 10~12월) 순이익이 7억9300만달러, 주당 93센트를 기록했다. 이는 1년전 같은 기간의 6억6900만달러, 주당 72센트보다 19%나 증가한 것이다.
또 구조조정 비용 등 일회성 항목을 제외한 조정 순이익 역시 주당 83센트를 기록했다. 다만 이는 시장에서 예상했던 주당 89센트에 못미친 수준이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76억4000만달러를 기록하며 전년동기대비 4.8% 증가했다. 또한 이는 75억5000만달러였던 시장 전망치도 웃돌았다.
◇ ”연준 1월 FOMC서 QE 100억불 더 줄일듯“
연방준비제도(Fed)가 지난해 12월 고용지표 악화에도 불구하고 이달말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양적완화 규모를 또다시 100억달러 더 줄일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이날 WSJ 보도에 따르면 이달 31일 퇴임을 앞두고 있는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이 마지막으로 주재하는 이달 28~29일 FOMC에서 연준은 현행 매달 750억달러인 자산매입 규모를 650억달러로 줄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해 12월 FOMC에서 처음으로 자산매입 규모를 100억달러 줄인데 이어 6주일만에 두 번째로 100억달러를 줄이는 것이다.
앞서 연준 통화부양정책을 지지하면서 대표적인 비둘기파 성향의 인물로 꼽혔던 존 윌리엄스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조차 이달초 강연에서 ”경제가 연준 예상대로 회복된다는 전제하에서 연준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양적완화를 줄여나가며 올해안에 이를 완전히 종료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연준은 이처럼 양적완화 규모를 줄여나가면서도 부양정책의 다른 한 축인 저금리 기조는 지속적으로 재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연준 관계자들은 연준이 언제쯤 사상 최저인 기준금리를 처음으로 인상하게 될지에 대한 포워드 가이던스를 재조정해 시장 참가자들이나 국민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할 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회의에서도 이같은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 바 있다.
◇ 獨 투자자신뢰지수 하락..유로존 집값, 9분기래 최대상승
독일 민간 경제연구소인 ZEW는 이날 254명의 이코노미스트들과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1월중 경기신뢰지수가 61.7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에서 예상했던 64는 물론이고 앞선 지난해 12월 수치인 62에도 못미친 것이었다.
그러나 지수는 거의 8년만에 최고 수준이었던 12월 수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고, 장기 평균치인 24.4에 비해서도 훨씬 높아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여전하다는 점을 보여줬다. 특히 현재 경기여건에 대한 평가지수는 41.2를 기록하며 앞선 12월의 32.4보다 크게 높아졌다.
반면 유로존 통계당국인 유로스타트는 유로존 17개 회원국들의 평균 집값이 지난 3분기중 전기대비 0.6%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이은 지난 2011년 2분기에 기록했던 1.1% 상승 이후 2년 1분기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었다.
전년동기대비로는 집값이 1.3% 하락하긴 했지만, 이같은 하락률 역시 지난 2011년 4분기 이후 1년 3분기만에 가장 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