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6월 25일자 8면에 게재됐습니다. |
[이데일리 황수연 기자] 무더위 탓에 전력수요가 급증하면서 블랙아웃 위기가 상시화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수요를 누를 전기요금 인상 논의는 두 달째 답보상태다. 그 중심에 ‘김쌍수 트라우마’가 있다.
25일 관계부처와 한국전력에 따르면 최근 지식경제부 산하 전기위원회가 돌려보낸 전기요금 인상률(13.1%)을 다시 논의해야 하는 한전 이사회 내부 의사결정과정이 늦어지고 있다. 한전 요금제도팀 관계자는 “(인상률을 결정할) 이사회가 이번 주 열릴 계획”이라면서도 “수정안에 대해 실무적으로 진행되는 사안이 전혀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통상 한전이 인상안을 제시하면 지경부와 기획재정부가 협의를 거쳐 인상률과 시기를 확정하는 데 한 달 정도 걸린다. 이번에는 한전과 당국 모두 전력 대란이 우려되는 여름철 성수기 전에 전기료를 올려야 한다는 공감대를 가져 인상논의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지난 4월 이사회가 지경부에 인상안을 제출한 뒤 2개월 넘게 진도는 그대로다.
이 같은 배경엔 김쌍수 전 한전 사장 문제가 있다는 분석이 많다. 한전 소액주주들은 지난해 8월 김 전 사장을 상대로 2조800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전기료 인상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회사에 손실을 끼쳤다는 이유다.
인상안을 다시 제출해야 하는 한전 이사회는 인상률을 더 낮추는데 부담을 느끼고 있다. 자칫 책임을 뒤집어쓸 수 있어서다. 그렇다고 정부 요청을 무시하고 높은 인상률을 고집할 수도 없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인 셈이다.
주무부처인 지경부와 재정부도 예전만큼 한전을 강하게 압박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지난 해만 해도 지경부나 물가 당국이 분명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협의안을 도출하는 구조였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다르다.
재정부 관계자는 “지금 소송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자칫 한마디 했다가 전기요금을 낮추라는 시그널처럼 해석되면 부담이 크다”고 전했다. 또 다른 재정부 관계자도 “지경부나 한전이 인상안을 빨리 결정해 무더위가 오기 전에 요금을 올려야 수요억제 효과도 큰 것 아니냐”면서 한전에 공을 넘긴 채 한 발 빼는 모양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값싼 전기료 탓에 불필요한 전력수요가 많다”며 “책임 떠넘기기 식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무더위가 오기 전에 전기요금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