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 재차 반등..지표부진에 부양기대 확산

이정훈 기자I 2012.06.15 05:26:51

3대지수 1% 안팎 동반상승..다우 상대적 강세
이동통신-에너지 관련주 강세 주도

[뉴욕= 이데일리 이정훈 특파원] 뉴욕증시가 하루만에 다시 반등했다. 하루 상승, 하루 하락을 반복하는 널뛰기 장세를 이어갔다. 유로존 불안이 커지고 지표까지 부진했지만 오히려 부양 기대감이 높아지며 지수를 끌어올렸다.

14일(현지시간) 다우지수는 전일대비 155.53포인트, 1.24% 상승한 1만2651.91로 장을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4.22포인트, 1.08% 높은 1329.10을, 나스닥지수도 전일대비 17.72포인트, 0.63% 오른 2836.33을 각각 기록했다.

유로존 우려는 여전했다. 스페인의 10년만기 국채금리가 사상 처음으로 7%를 넘기며 위기감을 높이고 있고 이탈리아의 3년만기 국채 낙찰금리도 6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라갔다. 또 스페인의 1분기 집값 하락률도 역대 최고를 기록하며 은행권 부실을 더 키울 것이라는 우려를 낳았다.

이런 가운데 미국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38만건을 훌쩍 넘어 다시 악화됐다. 고용경기 둔화가 본격화되고 있음을 알리며 시장심리를 냉각시켰다. 다만 미국의 5월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년반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한데다 유로존 물가 상승률도 두 달째 하락하면서 각국 중앙은행들의 향후 부양여력을 높였다.

특히 오후에는 각국 중앙은행들이 그리스 재총선 이후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한 정책 공조에 나설 것이라는 보도로 지수 상승폭이 더 확대됐다.

모든 업종들이 상승한 가운데 이동통신과 에너지 관련주들이 강했다. 천연가스 선물가격이 크게 뛴 덕에 캐봇 오일 앤 가스가 8.62% 급등한 것을 비롯해 EQT가 4.14%, 아파치가 3.66% 각각 상승했다. 써너코도 강보합권을 유지했다.

퀘스트는 한 잠재적 인수 대상자가 21억5000만달러에 회사를 인수할 것이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9% 이상 급등했고 크로거도 예상보다 좋은 실적 덕에 6% 이상 치솟았다.

반면 스미스필드 푸즈는 예상보다 부진한 실적으로 인해 5.67% 하락했고 노키아는 1만명 이상의 인력을 구조조정하기로 했다는 소식에 16% 가까이 폭락했다.

◇ "스페인 은행 감사결과 18일에..최대 700억유로 필요"

스페인 정부 의뢰로 은행권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고 있는 독립기관들이 총 600억~700억유로(750억~880억달러) 수준의 자금이 필요하다고 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현재 스페인 은행권 감사를 진행중인 세계적 컨설팅사인 롤랜드 버거와 올리버 와이먼은 당초 시한인 21일보다 이른 18일쯤 보고서를 내놓을 계획이다. 다음주초 멕시코 로스까보스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가 회의 전에 보고서를 받아보기를 원해 제출 시점을 앞당길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소식통들에 따르면 두 컨설팅사는 감사 보고서에서 스페인 은행권 정상화를 위해 필요한 자금규모를 600억~700억유로로 추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주 370억유로가 필요하다고 추정했던 국제통화기금(IMF) 전망을 크게 웃도는 것이지만, 스페인 정부와 유로존이 합의한 최대 1000억유로의 구제금융 지원규모에 비해서는 3분의 2 수준에 불과하다. 또 여기에는 방키아와 노바갈리시아, 까탈루니아까이샤 등에 투입된 390억유로 공적자금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이날 스페인 통계당국은 지난 1분기중 스페인 전국 집값 평균 하락률이 12.6%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작년 4분기중의 5.0% 하락률보다 두 배 이상 높아진 것이다. 특히 이는 공식적인 통계 집계가 시작된 지난 2007년 이후 가장 높은 것으로, 종전 최고였던 지난 2009년 2분기의 7.7%를 훌쩍 넘어섰다.

◇ 美 고용지표 부진..인플레 지표는 큰폭 완화

미 노동부는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38만6000건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주의 38만건보다 높아진 것이며 시장에서 예상했던 37만5000건도 웃돌았다. 2주일전 건수도 종전 37만7000건에서 3000건 상향 조정됐다.

변동성을 줄인 4주일 이동평균 건수도 38만2000건으로, 전주의 37만8500건보다 다소 늘어났다. 지속적으로 실업수당을 받는 건수도 327만8000건으로, 시장 예상치였던 326만9000건보다 높아졌다. 전주의 331만1000건보다는 줄었다.

반면 미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3년반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원유와 음식료품 가격 하락에 따른 것으로, 인플레이션 상승압력이 크게 완화되며 연방준비제도(Fed)의 향후 정책대응 여력을 높여줄 전망이다.

이날 노동부는 지난 5월 미국의 소비자물가가 전월대비 0.3%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0.2% 하락을 점쳤던 시장 예상치를 하회하는 수준이다. 전년동월대비로도 1.7% 증가로, 시장 예상치였던 1.8% 증가보다 낮았다. 특히 이는 지난 2008년 12월 이후 무려 3년 반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이었다.

◇ 도이체방크 CFO "그리스 유로존 탈퇴 안할듯"

그리스에서 실시되는 재총선에서 그리스 국민들이 유로존 탈퇴를 선택할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이날 슈테판 클라우제 도이체방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한 컨퍼런스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주 일요일에 열리는 재총선에서 그리스 국민들이 유로존을 탈퇴하려는 선택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도이체방크 자체적으로 재총선 결과를 예측해본 결과, 국민들이 유로존 탈퇴를 결정할 가능성이 매우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클라우제 CFO는 "다만 구제금융에 반대하는 쪽이 승리하게 될 경우 그 충격 여파를 가늠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며 "이 경우 그리스 정부는 당장 자본 유출입부터 통제해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이날 컨퍼런스에 참석한 미카엘 하이제 알리안츠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그리스는 유로존에 머물러 있어야만 더 쉽게 경제를 회복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유로존 탈퇴는 그리스 경제에 파괴적인 결과만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 유로존 금융시장 `흉흉`..스페인 국채 `위험수위`

유로존 재정위기 우려가 고조되면서 금융시장도 흉흉한 모습이다. 스페인의 10년만기 국채금리가 사상 처음으로 7%대까지 치솟으면서 전면적인 구제금융 지원 우려를 자극하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의 자금조달 비용도 연일 상승하고 있다.

이날 유럽 채권시장에서 스페인의 시장 벤치마크인 10년만기 국채금리가 전일대비 24bp(0.24%포인트)나 급등한 7.01%를 기록하고 있다. 스페인 10년만기 국채금리가 7%를 넘어선 것은 사상 처음이다. 이는 전날 무디스가 스페인의 국가신용등급을 `Baa3`로 두 단계나 강등하면서 투기등급채권(정크본드) 직전까지 내몰린데다 미국 독립 신용평가기관인 이건 존스가 `BBB+`로 투기등급까지 하향한데 따른 것이다.

특히 7% 국채금리는 앞서 아일랜드와 그리스, 포르투갈 등이 구제금융 지원을 요청했던 수준이라는 점에서 추가 구제금융 가능성까지 낳고 있다.

이처럼 스페인 분위기가 좋지 않자 이탈리아에서도 불안한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이날 이탈리아 재무부는 입찰을 통해 3년과 7년, 8년 만기 국채를 총 45억유로 어치 발행했는데, 3년물 낙찰금리가 5.30%까지 뛰어 올라 지난해 1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 달전 입찰에서의 금리보다 1.4%포인트나 한꺼번에 뛴 것. 이에 따라 유통시장에서 이탈리아 10년만기 국채금리도 전일대비 8bp 상승한 6.30%를 기록하고 있다.

◇ 유로존 물가상승률, 또 하락..ECB 정책여력 확대

유로존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완화되고 있다. 추가 부양 압력을 받고 있는 유럽중앙은행(ECB)의 정책 운용 여력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로존 통계당국은 유로존 17개 회원국의 5월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동월대비 2.4%로, 앞선 4월의 2.6%에 비해 하락했다고 밝혔다. 전월대비 물가 상승률이 하락한 것은 두 달째다. 이같은 물가 상승률 하락은 국제유가와 음식료 가격이 하락한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 기간중 국제 에너지 가격은 7.3% 상승했는데, 앞선 달의 8.1%보다 상승률이 떨어졌다. 음식료품 가격 상승률도 전월 2.7%에서 2.3%로 완화됐다.

미셸 마르티네스 소시에떼 제너럴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 하락이 지속되고 있다"며 "다만 유로화가 약세를 지속하면서 인플레이션 하락 속도를 완만하게 늦추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인플레이션 압력이 줄어들면서 ECB의 정책 운용 여력은 커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가 상승률은 아직도 ECB의 정책목표인 2%를 웃돌고 있지만, ECB는 올해 평균 물가 상승률을 2.4%, 내년에는 1.6%로 각각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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