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이데일리 전설리특파원] 5일(현지시간) 뉴욕 주식시장이 상승세로 마쳤다.
전날의 반등세를 이어가며 상승 출발한 뉴욕 증시는 기대를 넘어선 서비스 지표 호조에 힘입어 탄력을 받으며 다우 지수가 100포인트 이상 오르기도 했으나 고대했던 암박 파이낸셜에 대한 구제책이 실망스러운 수준으로 발표되면서 하락권을 떨어졌다. 이후 상품주 강세에 힘입어 낙폭을 만회, 간신히 상승권에 턱걸이 한 채 마감했다.
암박 파이낸셜은 이날 `AAA` 등급 사수를 위해 신주 발행을 통해 10억달러를, 에쿼티 유닛 매각을 통해 5억달러를 끌어들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15억달러로는 최고 신용등급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경제지표는 엇갈렸다. 2월 공급관리협회(ISM) 서비스업(비제조업) 지수는 월가의 전망치를 상회하며 1월 5년 최저 수준에서 소폭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ADP 고용 지표와 공장 주문 등은 부진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베이지북은 "미국 경제의 성장세가 올해 들어 더욱 둔화됐다"고 진단했다.
한편 유가와 금값은 또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달러는 유로화 대비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블루칩 중심의 다우 지수는 1만2254.99로 전일대비 41.19포인트(0.34%) 상승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2.53포인트(0.55%) 오른 2272.81로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중심의 S&P500 지수는 1333.70으로 6.95포인트(0.52%) 전진했다.
◇유가·금 `또 최고`-달러 `또 최저`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5달러에 바짝 다가서며 또 사상최고가를 경신했다. 금가격도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 4월물 가격은 전일대비 배럴당 5달러(5%) 급등한 104.52달러에 마감했다.
이날 유가는 장중 104.95달러까지 치솟아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종전 최고가는 지난 3일 기록한 103.95달러. 당시 유가는 사상 처음으로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역대 최고치도 넘어섰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산유량을 동결하기로 결정한데다 미국의 지난 주 원유 재고가 예상 밖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유가 상승의 배경이 됐다.
달러의 유로대비 사상 최저치 경신, 베네수엘라와 에콰도르, 콜롬비아 간 갈등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도 유가 상승을 부추겼다.
NYMEX 산하 상품거래소(Comex)에서 거래된 금 4월물 인도분 가격은 전일대비 온스당 22.20달러(2.3%) 오른 988.50달러로 마감했다. 금 가격은 장중 995.20달러까지 올라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한편 유로/달러 환율은 장중 1.53달러를 넘어서며 1.5303달러까지 치솟아 지난 1999년 유로 탄생 이래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암박·MBIA `하락`-엑손 모빌 `상승`
세계 2위 채권보증사 암박 파이낸셜(ABK)은 구제책 실망으로 18.8% 떨어졌다. 세계 최대 채권보증사인 MBIA(MBI)도 6.2% 동반 하락했다.
지난 1월 암박의 신용등급을 `AA`로 낮춘 바 있는 영국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암박의 15억달러 자금조달 방안 발표 이후 `AA` 신용등급과 `부정적` 관찰대상을 그대로 유지했다.
피치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 따른 리스크가 효율적으로 관리되지 않는 한 암박의 `AAA` 등급 탈환은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반면 스탠다드 앤 푸어스(S&P)와 무디스는 암박의 `AAA` 등급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유가와 상품가격 랠리에 힘입어 상품주는 올랐다.
엑손 모빌(XOM)은 0.6%, 프리포트-맥모란 코퍼&골드(FCX)는 1.1% 상승했다.
반면 코스트코(COST)는 2분기 실적이 기대에 부합했음에도 불구하고 2.5% 하락했다.
코스트코는 3분기 순이익이 3억2790만달러(주당 74센트)로 전년동기 2억4950만달러(주당 54센트) 대비 31% 늘었다고 밝혔다. 이는 톰슨 파이낸셜인 집계한 월가 전망치에 부합하는 수준이다.
◇베이지북 "美경제, 올들어 성장 더 둔화"
한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이날 미국내 12개 지역 연방은행의 경제조사를 종합해 만든 베이지북을 통해 "미국 경제는 올들어 더욱 둔화되는 추세를 보였다"고 전했다.
베이지북은 "12개 지역 중 3분의 2의 경제 활동이 약화됐다"고 전했다. 나머지 3분의 1의 지역도 둔화 또는 완만한 상승을 보고하는 등 별반 다를 바가 없었다고 밝혔다.
베이지북은 "미국 경제의 근간인 서비스업 경기가 둔화됐으며 특히 비금융권 서비스 기업들도 경기둔화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고 전했다.
미국 경제의 만성적인 문제로 자리잡은 제조업과 관련해서도 "절반 가량의 지역이 경기 둔화를 보고했다"고 밝혔다.
주택 경기에 대해서는 "뉴욕을 제외한 모든 지역의 주택 가격이 하락했다"고 전했다.
인플레이션과 관련해서는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이 상승 압력을 받았으나 임금 상승은 완만한 수준이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신용 위기로 거의 대부분의 지역에서 대출 기준이 강화됐고, 이에 따라 대출 수요도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베이지북은 미국의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개최를 2주 앞두고 발표된다. 3월 FOMC는 오는 18일 열린다.
◇서비스 경기 `소폭 개선`
미국의 2월 서비스업 경기는 1월 5년 최저 수준에서 소폭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는 2월 서비스업(비제조업) 지수가 49.3으로 전월의 44.6에서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마켓워치가 집계한 월가 예상치인 47.9도 상회한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기준점인 50은 밑돌아 서비스 경기가 위축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 지수는 50을 기준점으로 이를 넘어서면 경기 확장을, 밑돌면 경기 위축을 의미한다.
서비스업 지수는 지난 1월 2003년 3월 이후 처음으로 50을 하회했다.
앤소니 니브스 ISM 서비스업 조사팀장은 "기업 활동이 지난 달보다 개선됐지만 지난 해에 비해서는 상당히 둔화됐다"고 말했다.
◇ADP 2월 민간고용 2.3만명 감소..`예상 하회`
ADP는 미국의 2월 민간부문 고용이 2만3000명 줄었다고 전미고용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이에 따라 이틀 뒤인 7일 발표되는 노동부의 비농업부문 고용이 월가 예상치를 하회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통상 정부 부문의 월간 고용은 2만5000명으로 ADP의 민간부문 고용을 합칠 경우 비농업부문 고용은 2000명에 그친다.
이는 마켓워치가 집계한 노동부의 비농업부문 고용 예상치인 2만명을 크게 하회하는 수준이다.
◇1월 공장주문 2.5%↓..`예상 부합`
미국의 1월 공장 주문은 월가의 예상대로 감소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경기가 둔화됐음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됐다.
미국 상무부는 1월 공장 주문이 전월대비 2.5% 줄었다고 발표했다. 이는 블룸버그 통신이 집계한 월가 전망치에 부합하는 수준이다.
부문별로 내구재 주문이 5.1% 감소해 앞서 발표된 5.3%에서 소폭 상향 수정됐다. 비내구재 주문은 유가 상승 여파로 0.3%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