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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오나 주부`가 뜬다

조선일보 기자I 2007.02.10 16:26:18

<피오나 - 애니메이션 ‘슈렉’의 여주인공>
아침·저녁엔‘억척 살림꾼’…낮에는 취미·사회활동 ‘우아한 공주’
몸매 가꾸기·자녀교육 토론 “남편보다 더 바빠”
전업주부 인터넷 이용률도 급증

[조선일보 제공] 주부 심지섭(41·서울 광진구 구의동)씨는 낮에 더 바쁘다. 거의 매일 한강 둔치에서 걷기 운동을 하고 주 3회 요가 강습을 받는다. 동네 주부들 모임에도 열심이고, 한 달에 한 번은 쌍둥이 아들(중학교 1학년)의 학교 축구부 부모 모임에 나간다. 그래도 남는 시간이 있으면 구립 도서관이나 지역아동학습센터에서 봉사활동을 한다. 심씨는 “요즘 또래 엄마들 모임에 나가면 52㎏ 넘는 사람이 없다”며 “다들 낮 시간에 헬스·수영·요가 중 하나는 하고 사회활동도 열심이다”라고 말했다. 직장엔 다니지 않으면서 각종 취미와 사회활동으로 낮에 더 바빠지는 ‘피오나 주부’가 뜨고 있다.


애니메이션 ‘슈렉’에서 낮엔 미녀, 밤엔 괴물로 살도록 마법에 걸린 피오나 공주의 생활을 빗댄 신조어(新造語)다. 즉, 아침과 저녁엔 남편·자녀 뒷바라지와 살림을 하다가 낮에는 앞치마를 벗어 던지고 취미, 몸매 가꾸기는 물론 각종 모임과 사회활동에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우아한 공주’로 변신하는 30~40대 전업(專業) 주부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30~40대 주부들

5일 오후 2시 서울 양천구민센터 지하 1층. 45평 남짓한 홀에 30~40대 주부 20여명이 모여 강사 조인숙(40)씨 지도에 맞춰 벨리 댄스(belly dance·배꼽춤)를 추고 있었다. 고 1 아들을 둔 김모(42·양천구 목동)씨는 대학 시절 피아노를 전공했다. 그녀는 “벨리 댄스 말고도 수영·요가·헬스·테니스를 배우면서 또래 엄마들과 정보를 공유한다”며 “남편은 회사에 열중하고 있지만, 나도 그 못잖게 바쁘다”고 말했다.

 


 
 
 
 
 
 
 
 
 
 
 
 
 
 
 

낮 시간을 환경운동이나 생활협동조합과 같은 사회활동에 투자하는 것도 피오나 세대의 특징 중 하나. 권수경(41·서울 중랑구 신내동)씨는 또래 주부 23명의 모임을 이끄는 회장이다. 매주 목요일 오전에 모여 생활 속 환경운동과 자녀교육에 대한 토론을 벌이고 인문과학 서적 읽기, 베란다 정원 꾸미기 등을 해왔다. 권씨는 “이제 사무실도 하나 내서 본격적으로 환경운동을 할 계획”이라고 했다.

 







 
 
 

 
 
 

 
 
◆인터넷 주부파워 이끌어

피오나 주부들은 전업 주부의 인터넷 파워를 주도하고 있다. 2001년 31.2%에 불과했던 전업주부 인터넷 이용률은 작년 71.2%로 급증했다. 대졸 전업주부 중 인터넷 이용자는 93.2%로, 대졸 직장인 여성(99.0%)과 큰 차이가 없다.

피오나 주부의 인터넷 파워가 커지면서 ‘와이프로거(wife-logger ·와이프와 블로거를 합친 말)’란 단어까지 유행한다. 블로그 ‘베비로즈의 요리비책’으로 하루 평균 방문횟수 2만건을 기록 중인 현진희(41·경기 용인시)씨는 요리책 두 권을 베스트셀러에 올린 스타 피오나 주부다. 대학서 회계학을 전공한 그녀는 “살림은 아무리 해도 빛이 나지 않지만, 블로그가 인기를 끄니 남편부터 나를 보는 눈이 달라졌다”고 했다.

기업들도 피오나 주부들에게 주목하기 시작했다. LG애드는 피오나 주부를 ‘38~42세 고학력 주부’로 한정하고 광고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 회사 마케팅본부 이상길 대리는 “피오나 주부는 외모뿐 아니라 지적(知的) 활동 등을 추구하며 가계의 소비 패턴을 바꾸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키워드 ◆피오나(piona) 주부

애니메이션 ‘슈렉’의 피오나 공주에서 따온 신조어(新造語). 전업 주부이지만 자아(自我) 정체성을 찾기 위한 활동에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30~40대 신(新) 주부층을 가리킨다. 영화 속 공주 이름은 ‘Fiona’이지만, 마케팅업계에서는 ‘piona(per sonal identity obtained new auntie·자아정체성이 확립된 새로운 아줌마)’로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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