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제공] 집값과 전세금은 급등하는데 왜 물가 상승률은 낮아질까? 정답은 소비자물가 지수를 구성하는 ‘집세’ 항목이 1~2년간의 시차를 두고 전세금 상승을 뒤늦게 반영하기 때문이다. 물가·설비투자·수출 등 각종 경제 지표들이 지표 간 또는 실제 현상과 괴리(乖離)가 발생하는 기현상이 속출하고 있다. 국내 경제의 3대 기현상을 분석해봤다.
◆집값은 급등하는데 물가는 안정?=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전국 주택 매매가격은 9.6% 올랐고, 전세 가격은 5.9% 상승했다.
그러나 지난해 연평균 소비자물가지수는 2005년(2.8%)보다 낮은 2.2%로 저(低)물가 현상을 보였다. 실제 주택 매매 가격이 소비자물가지수 산정에 포함되지 않는 데다 전·월세의 경우 1~2년 주기의 계약 특성상 실제 가격 상승분이 1~2년 후에 후행적으로 반영되는 데 따른 것이다.
◆기업경기는 암울한데 설비투자는 증가?=제조업체들의 주관적인 체감(體感)경기를 나타내는 업황 실사지수(BSI)는 작년 단 한번도 기준치인 100을 넘어선 적이 없었지만, 기업들의 설비투자는 오히려 작년 2분기 7.4%에서 3분기 9.9%로 증가했다.
이에 대해 정형민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과거에 부진했던 설비투자를 만회한 데 따른 것으로 미래를 내다본 신규 설비 투자가 증가하기보다 노후 설비 교체 및 수출 증가에 따른 일시적인 수요를 충당하기 위한 성격이 짙다”고 밝혔다. 실제 3070개의 중소제조업체에 대한 설문조사에서도 올해 설비 투자 목적 중 노후설비 개체와 보수가 47%로 가장 많았고, 기존 제품의 생산력 증대(38.2%)가 뒤를 이었다(기은경제연구소).
◆환율은 떨어지는데 수출은 잘 될까=작년 원화 환율은 달러대비 7.5% 하락하며 9년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 수출 기업들의 채산성 악화에 비상이 걸렸다. 이런 와중에 연간 수출은 사상 처음으로 3000억 달러를 돌파하는 신기록을 세웠다.
무역연구소 신승관 박사는 “내수가 워낙 안 좋다 보니, 조선 및 자동차 등 대기업 중심으로 장기 공급계약에 의존해 박리다매(薄利多賣) 수출로 물량을 밀어낸 측면이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