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지영한기자] 주식형펀드의 감소세가 이틀째 이어졌다. 주식형 펀드가 국내증시의 상승에 견인차 역할을 해왔던 만큼 주식펀드 자금위축은 수급상 부담요인일 수 밖에 없다.
대신증권은 27일 주식형 펀드 잔고에서 적립식 펀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37%까지 늘어난 상황이어서 과거와 같은 `환매대란`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적금을 넣듯이 투자하는 적립식 펀드가 장기투자의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주식시장 하락에 환매 가능성이 목돈을 한번에 투자하는 거치식 주식펀드보다 훨씬 적다는 설명이다.
◇주식형 수익증권 최대 6조 환매 가능
대신증권은 그러나 일단 환매가 시작됐다는 점은 간과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주식형 펀드 잔고에서 적립식을 제외한 잔고만을 살펴볼 경우 작년 8월부터 10월까지 지수가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했던 3개월간 엔 5조3000억원이 유입됐는데, 이들 물량이 매물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당시 지수밴드가 1150~1200포인트였음을 감안하면 평균 10% 이상의 수익을 거두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2004년 1월 이후로 기간을 넓혀보면 환매 가능물량은 약 6조1500억원으로 추정했다. 일반적으로 펀드는 가입 3개월 미만에 환매할 경우 이익금의 70%를 환매 수수료로 부과하기 때문에 11월 이전에 가입한 펀드가 환매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대신증권은 물론 적립식 효과로 주식형 수익증권의 환매부담은 당초 예상보다는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작년 지수상승을 주도했던 것이 주식형 펀드였던 만큼 그 유입추세가 둔화되는 것만으로도 시장의 상승세는 멈출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거래소, 1150포인트 매물대 마지노선
한편 주식형 수익증권의 증가세가 본격화되기 시작한 작년 1월부터 기관투자가들의 매수를 지수대별로 분류하면 유가증권시장의 경우 1100~1150포인트와 1200~1250포인트에 기관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집중됐다.
1100~1150포인트 구간에선 1조 4800억원, 1200~1250포인트 구간에선 1조6000억원이 유입됐다. 전기전자 업종의 시가총액 비중이 25%에 달하는 것을 감안, 왜곡을 피하기 위해 전기전자를 제외하고 산출하더라도 1100~1150포인트 구간에선 1조 1000억원, 1200~1250포인트 구간에선 1조 2400억원의 매수가 있었다.
이 구간에서 유입된 펀드들은 코스피를 기준으로 해도 16% 이상 수익이 난 펀드들이기 때문에 시간을 갖고 기다릴 여유가 있는 편이다. 그러나 구간이 무너지게 되면 지수는 머리 위에 매물을 지게 되는 꼴이 되므로 상당히 힘든 시간을 만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대신증권은 다만 1150포인트의 탄탄한 매물대는 현재로서는 지지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앞으로도 꾸준한 물량소화 과정이 있겠지만 1150선은 향후 코스피 지수의 중요한 마지노선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 약 2조원의 기관 순매수가 유입됐던 1000포인트 역시 장기적으로 볼 때 중요한 지지선이라고 밝혔다.
◇코스닥, 600~700포인트 지루한 횡보구간
코스닥의 경우엔 700~730포인트와 580~610포인트 구간에서 기관 투자자들의 매물이 집중돼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코스닥 지수가 700선이 무너지자 심하게 급락한 것은 이 지수대에서 유입된 물량의 `본전심리`가 작용한 결과로 설명했다.
또 최근 코스닥이 600선에서 강하게 반등한 것은 매물대 차트에서 드러나듯이 600선에서 집중적으로 유입된 물량이 지지선 역할을 했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향후에도 600선은 상당히 의미있는 지지선이 되어줄 것으로 기대했다.
대신증권은 그러나 앞으로 코스닥 시장이 재차 700선을 돌파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매물대가 한 번 하향 돌파되면 그 구간은 이제 강력한 저항선으로 작용하고, 본전심리가 있는 투자자들의 매물이 지속적으로 출회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매물대 차트로 볼 때 코스닥은 상당 기간 600~700선을 횡보하는 지루한 시기를 맞이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박소연 애널리스트는 "적립식 펀드, 퇴직연금, 변액보험 등 여러 장기투자 여건이 마련되고 있어 장기적으로 주식시장은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경기둔화와 과열해소로 중기적으로는 지루한 시간을 보내야 할 것"이라며 "앞으로는 먼 시야와 긴 호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각 시장별로 지지선을 설정하고 우량주를 장기 분할매수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