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좋은 실적 발표에도 불구하고 불붙지 않았던 투자자들의 얼어붙은 투자심리를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녹여줬다. 그가 20일 오전 미 상원에서 “미 경제의 둔화조짐이 보이고 있다”고 경기둔화를 인정함에 따라 금리인상이 끝났다는 분위기가 시장에 확산, 주가가 상승했다. 이날 뉴욕 증시는 그린스펀의 발언 내용이 전해진 뒤 급격히 오르기 시작, 장이 끝날 때까지 그 기조를 계속 유지했다. 금리인상이 더 없을 테니까 이제는 기업의 실적만 보고 투자하자는 것이었다. 이날은 나스닥 보다 대형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100 지수가 더 많이 올랐다. 나스닥 100 지수는 3.9% 상승했다. 대형주가 장 분위기를 주도한 것이다.
이날 업종별로는 인터넷, 컴퓨터, 소프트웨어, 네트워킹 금융, 생명공학, 통신 등이 상승세를 탔고, 제약, 운송, 에너지는 떨어졌다. 제약은 그동안 경기둔화시의 방어적 주식으로 투자자들이 매수, 많이 올랐었을 뿐 아니라 이날 자금이 기술주로 이동함에 따라 약세를 보였다.
그린스펀 의장의 발언 내용에 따라 가장 직접적인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되는 금융주가 먼저 올랐다. 씨티그룹, JP모건, AIG, 골드만 삭스, 체이스 맨해튼,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메릴린치, 뱅크오브 뉴욕 등 은행, 증권, 보험 구분없이 올랐다.
기술주들은 대략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IBM, JDS유니페이스 등이 끌어올렸다. 업종별로 전방위적인 공세를 편 셈이다.
최근 실적 호전 발표에도 불구하고 약세를 보였던 인텔이 강하게 상승했다. 그러나 반도체 주식들은 대부분 약세를 보였다. 인텔 경쟁업체인 AMD와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등이 하락하면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하락했다. 퀄컴의 경우, 강보합세를 보였다. 어플라이드 매트리얼스는 내렸다.
컴퓨터 업종은 IBM과 애플 컴퓨터가 끌어올렸다. 전날 장이 끝난 뒤 예상보다 나은 실적을 발표한 IBM과 그 전날 실적을 발표했던 애플이 각각 8% 가까이 상승했다. 리만 브라더스는 IBM의 목표 가격과 주당 순이익 전망을 상향 조정하고 추천 등급도 시장 평균 수익률 상회에서 매수로 올렸다. SG코웬은 애플 컴퓨터에 대해 매수에서 적극 매수로 추천 등급을 상향 조정했다. 또 이날 장이 끝난 뒤 실적을 발표한 선 마이크로시스템스도 강세를 나타냈다. 선 마이크로시스템스는 폐장후 전자거래에서도 강세를 보였다. 컴팩과 델 컴퓨터, 휴렛 패커드 등도 강세를 나타냈다.
광통신 업체인 JDS 유니페이스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에 포함된다는 발표로 인해 20% 정도 폭등했다. JDS 유니페이스가 인수키로 한 SDL도 20% 폭등했다. 그러나 루슨트 테크놀로지는 앞으로 2분기 동안 성장세가 둔화된다고 경고함에 따라 주가가 폭락했다. 코베상트도 목표치를 맞추지 못해 주가가 20%나 폭락했다. 체이스 H&Q와 베어 스턴스, 골드만 삭스 등이 모두 추천 등급을 내렸다. 그러나 시스코 시스템스, 노텔 네트워크 등 대표주자들이 오름에 따라 인터넷 인프라 주식들이 상승, 메릴린치 인터넷 인프라스트럭처 지수가 8% 이상 폭등했다. 어제 실적을 발표한 초고속망 업체인 익사이트앳홈은 메릴린치가 추천등급을 낮춤에 따라 약세를 보였다.
이날 예상보다 좋은 실적을 발표한 컴퓨터 보안 소프트웨어 업체인 시만텍이 16% 정도 폭등했으며, 유럽 최대 소프트웨어 업체인 SAP도 북미 지역의 판매호조에 힘입어 20% 올랐다.
인터넷 기업들은 대부분 상승세였다. 그러나 장이 끝난 뒤 실적을 발표한 아메리카온라인(AOL)은 장중에 약보합세를 보이다 폐장후 전자거래에서도 5% 정도 하락했다. 순이익 증가세가 예상을 웃돌았지만 매출 증가세가 예상보다 낮았다는 일부의 해석이 폐장후 분위기를 주도했기 때문이다. 라이코스가 13%나 폭등했으며, 야후도 4% 정도 올랐다. 프라이스라인닷컴도 올랐으나 아마존은 떨어졌다. 어제 15% 폭락했던 B2B 업체인 퍼처스프로는 13% 폭등했다. 아리바도 6% 이상 오르는 등 B2B 업체들이 초강세를 나타냈다. 커머스원, 버티컬 넷 등도 모두 상승했다. 엑소더스 커뮤니케이션스도 손실 규모를 줄였다고 발표, 주가가 16.5%나 폭등했다. 메릴린치는 현금흐름이 2001년부터 긍정적으로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실적을 발표한 잉크토미도 5% 이상 올랐다.
소프트웨어 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와 오러클 등도 강세를 보였다. 리눅스 업체인 레드 햇은 올랐지만 VA리눅스와 칼데라 시스템스는 약세를 보였다. 소프트웨어 업체인 씨트릭스 시스템스는 CSFB가 추천 등급을 내림에 따라 주가가 10% 이상 폭락했다. 씨트릭스는 어제 목표 실적을 달성하지 못했다고 발표했었다.
이날 시스코 시스템스, IBM, 선 마이크로시스템스 등이 포함돼 있는 메릴린치 인터넷 아키텍처 지수는 5.6% 상승했다.
이동통신업체인 보이스스트림은 도이체 텔레콤이 어제 종가보다 41%의 프리미엄을 지불하고 인수를 제안했다는 뉴스로 인해 5% 이상 올랐다. SBC커뮤니케이션스는 예상보다 실적이 조금 좋았지만 주가가 하락했다.
제약업체인 일라이 릴라이는 예상보다 1센트 많은 주당 61센트의 순이익을 올렸지만 주가가 하락했다. 세계 최대 암 치료제 제약회사인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도 예상과 일치하는 실적을 발표했지만 주가는 하락했다. 아메리칸 홈 프로덕츠도 퍼스트 콜의 전문가 예상치와 일치하는 실적을 발표했지만 주가가 하락했다. 이날 제약주들이 떨어진 것은 투자자들의 관심이 기술주와 금융주로 쏠렸기 때문이다.
생명공학 업체들은 대부분 강세를 보였다. 대표주자인 암겐과 바이오젠, 사이론 등이 상승했다. 그러나 이날 실적을 발표한 이뮤넥스는 류머티즘 치료제인 엔브렐의 부진에 따라 약세를 보였다. 그러나 게놈주인 셀레라 게노믹스가 12% 이상 폭등했으며, 밀레니엄 제약도 상승했다.
항공업체 주식들은 어제에 이어 또 다시 떨어졌다. 델타 항공이 예상보다 괜찮은 실적을 발표했지만 주가가 떨어졌다. UAL의 경고가 아직도 미국 항공업계에 대한 비관적 분위기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마시, 블루밍데일 등의 백화점을 운영하는 페더레이티드 디파트먼트 스토어스는 핑거헛 부문의 신용 문제로 인해 주가가 10% 이상 폭락했다.
이날은 16%나 폭락한 루슨트 테크놀로지가 8500만주나 거래되면서 거래량 1위를 차지했다. 그 뒤로 새로 S&P 500 지수에 편입되는 JDS 유니페이스가 7800만주로 2위에 올랐다. 시스코 시스템스, 코네상트, 인텔, 에릭슨, 마이크로소프트, 엑소더스 커뮤니케이션스, 퀄컴, IBM 등이 거래량 상위에 올랐다.
다우지수 종목중에서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보잉, 씨티그룹, 디즈니, 이스트먼 코닥, 제너럴 일렉트릭, 휴렛 패커드, 홈 디포, 인텔, IBM, 맥도널드, 마이크로소프트, JP모건, 필립 모리스 등이 올랐다.
업종별 등락률
인터넷-아멕스(4.2%), 골드만삭스(4.0%)
반도체-필라델피아(-1.2%)
소프트웨어-CBOE(4.1%)
하드웨어-골드만삭스(3.9%), 나스닥(3.7%)
네트워킹-아멕스(1.9%)
통신-S&P(-1.7%), 나스닥(4.6%)
인터넷 인프라스트럭처-메릴린치(8.5%)
B2B-메릴린치(6.1%)
생명공학-나스닥(0.3%), 아멕스(1.4%), 메릴린치(0.8%)
건강관리-S&P(-1.5%), 아멕스(-1.6%)
금융-S&P(3.1%)
은행-S&P(3.3%)
에너지-S&P(-1.1%)
자본재-S&P(1.6%)
기본 소비재-S&P(1.0%)
운송-S&P(-0.6%)
원재료-S&P(-0.5%)
공공설비-S&P(-0.4%)